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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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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골탑
2007년 02월 03일 (토) 윤인수 isyoon@kyeongin.com
요즘 대학가가 등록금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올해 대학 신입생 1년 등록금이 사상 최초로 1천만원을 돌파할거랍니다. 그래선지 대학 곳곳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저지 투쟁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대학당국과 학생들 사이의 등록금 협상은 이제 익숙한 신년풍경입니다. 대학을 일컬어 상아탑(象牙塔)이라 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속세를 떠나 조용히 예술을 사랑하는 태도나 현실도피적인 학구 태도를 이르는 말'로 상아탑을 설명하네요. 아무도 찾지 못할 곳을 무덤으로 선택한다는 코끼리의 신비감에서 차용한 은유라 짐작해봅니다만···.

아무튼 대학은 이제 더 이상, 아니 이미 오래 전 부터 학문적 사색과 예술적 영감에 갇힌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은 이 땅의 서민들이 출세의 발판으로 여긴 치열한 삶의 현장이거든요. 대학을 졸업하면 떳떳한 직장을 갖고 꿇리지 않는 삶을 살 거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학 졸업장은 이력서의 가장 기본적인 기입 사항입니다. 그러니 부모들의 등이 휘었지요.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소를 팔았고, 이제는 필수 코스이기에 집을 팔아 자식들을 대학에 보냅니다. 상아탑이 우골탑(牛骨塔)에서 가골탑(家骨塔)으로 변신을 거듭한 이유입니다.

지난 학기에 대학생 25만6천여명이 8천331억원을 학자금으로 대출받았다는군요. 2005년 기준으로 전국 대학생 수가 292만명이 넘었으니 10% 가까운 대학생들이 학생 빚쟁이가 된 겁니다. 그나마 이 정도는 혜택일겁니다. 사채를 통해 조성되는 대학등록금도 어마어마할테니까요. 반면에 대학교육의 질을 혁신적으로 높이겠다는 정부는 재정난을 이유로 정작 대학혁신 비용을 대는데 인색합니다. 사립대학의 재단들도 등록금을 모아 쌓아두기만 하지 대학재정에 보태는 돈은 개미 눈꼽만합니다. 대학재정을 살찌울 여러 방안들, 예를 들어 기여입학제 등은 사회적 합의가 어렵구요. 이러니 소 팔고 집 팔아 대학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서민들만 죽을 판이 된겁니다. 아버지 어머니 등골 빼는 등록금이니 학생들도 눈에 불을 켜고 인상 반대를 외치는겁니다. 이래저래 한국 대학은 이제 더 이상 상아탑이 아닙니다.

/윤인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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