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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별로 묶어 외우는 아이가 성적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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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별로 묶어 외우는 아이가 성적 좋다
◆ 공부 잘하는 기억법 / (1) 체제를 갖춘 기억이 오래간다 ◆
 
매일경제 사회 | 2009.07.03 (금) 오후 2:58

부모들은 흔히 `우리 아이는 책상에는 오래 앉아 있는데 왜 성적은 오르지 않을까` 하고 걱정한다. 반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한 번 배운 내용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찍히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간혹 상상하곤 한다. 만일 이런 상상이 실현된다면 정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수업시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에베레스트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백두산이라는 것을 배워서 기억하고 있다면, 학생은 에베레스트가 백두산보다 높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사진처럼 기억한다면 이런 사실을 유추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지식이 어떠한 형태로 기억 속에 유지되고 망각되는지 이해하면 효율적인 공부 방법에 대해 더 알 수 있다.

인지심리 전문가인 김청택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기억법`을 5회에 걸쳐 풀어놓는다. 김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과장과 한국심리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 일상 경험과 학교 수업의 차이

=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수많은 기억을 한다. 오늘 아침 어디에서 전철을 탔으며 거기에서 어떤 광고를 보았는지부터 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까지 수많은 사실을 기억한다. 그런데 오늘 경험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리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잘 기억하지만, 수업내용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전철 타기와 같은 대부분의 경험은 잘 체제화된 기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철을 탔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해 보면 `표 구입하기→개찰구 통과하기→전동차 문을 찾아서 기다리기→타기→내릴 역 모니터링하기→내리기` 등을 힘들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이렇게 잘 체제화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부분을 인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그 전후의 사실들이 기억 단서가 되어 인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억은 매우 복잡한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하나의 기억 항목인 것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 전철을 타고 오면서 기억할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수업시간의 내용도 잘 체제화되어 하나의 항목처럼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모든 사람은 학습한 내용을 체제화하여 기억한다. 새로운 정보가 기억되면 이를 기존에 있던 체제화된 기억의 한 부분에 포함시키게 된다. 새롭게 학습된 내용이 이미 잘 정교화된 체제에 포함될 수 있으면 기억은 쉽게 된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수업시간의 내용이 이미 기억 속에 잘 체제화되어 있어서 별도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새롭게 배운 사실이 쉽게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이 부담이 된다.

기억에서 소위 부채살 효과(fan effect)가 있는데 이는 기억해야 할 항목이 많아지면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기억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현상에 따르면 새롭게 학습할 양이 많아지면 기억이 잘 되지 않게 된다. 만약 고려의 건국과정에 대해 적당히 외우고 조선의 임진왜란으로 넘어가면 고려의 건국과정에서 외운 사실과 조선의 임진왜란의 사실들이 서로 간섭을 하여 두 영역에 대한 기억들이 서로 방해하여 학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부채살 효과는 체제화되어 있지 않고 섬처럼 떨어져 있는 것을 기억할 때 발생하는 현상으로 체제화된 지식에서는 이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 `체제화`를 통한 효과적인 학습 하기

= 이런 기억의 원리를 이용해 어떻게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생각해보자.

먼저 체제화가 일어나도록 학습해야 한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영역의 내용이 체제화되어 있다면 큰 노력 없이 단순히 새로운 사실을 읽거나 듣기만 하더라도 기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영역에서 먼저 체제화된 기억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국사를 공부한다고 하면, 고려의 건국과정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그 다음으로 고려의 건국과정과 연결되는 역사적 사실들을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고려의 건국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해와 기억의 체제화는 그 이후의 사실들에 대한 기억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EBS 방송의 한 프로그램은 서울대, 스탠퍼드대, 워싱턴대, 카네기멜런대 등 명문대에 입학한 8명의 신입생과 산본중학교 2학년 40명을 대상으로 2초에 한 장씩 100장의 그림카드를 보여주고 다시 기억해 내는 실험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다.

이때 중학생 집단은 1차와 2차로 나누어 테스트를 했는데 1차 테스트에서는 빈 답안지를 주고 답을 쓰게 했다.

반면 2차 테스트에서는 100개 카드가 곤충 과일 음식 등 10개 항목으로 나누어짐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각 항목이 적힌 답안지를 나눠주고 답을 작성하게 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1차 테스트에서 평균 23.92개를 기억했던 것에 반해 2차 테스트에서는 이보다 2배 정도인 40.62개를 기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두 배 정도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명문대 신입생 8명의 경우 빈 답안지를 나눠주고 답을 작성하게 하였는데 이들은 평균 46.25개를 기억해 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학생들 모두 100장 카드를 암기할 때 빈 답안지에 자신만의 항목으로 구조화하여 답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명문대 신입생들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각 내용을 체제화(항목을 묶어)해 기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학업 성취도는 공부의 양이나 내용보다 그 내용을 어떻게 암기하는지 그 방법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요약하면 공부는 한 영역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머릿속에서 그 이해된 내용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한 다음 그 인접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런 공부 방식은 기억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게 한다.

이와 상반되는 대표적인 공부방식의 예가 벼락치기 시험공부이다. 이때 보통 단순한 암기를 주로 하기 때문에 기억은 체제화되지 않아서 비효율적 학습이 되고 학습된 내용이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 기억만큼 잊는 것도 중요하다

= 망각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아래에 제시된 에빙하우스(Ebbinghaus)의 망각곡선을 살펴보자. X축은 시간, Y축은 기억량(회상량)을 나타낸다. 대표적인 망각곡선의 형태는 A이다. 개인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이 곡선에 따르면 빠른 속도로 망각이 일어나고 대부분이 망각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외우는 것이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망각된 80%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일까? 열심히 외웠는데 헛고생을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다시 한 번 외우면 B곡선처럼, 또다시 외우면 C처럼 되어서 망각된 양이 적어지고 또한 다시 외우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망각된 것처럼 보이는 기억들도 인출되지 않을 정도의 약한 강도이지만 기억으로 여전히 저장되어 있고 재학습을 하면 이 강도가 강해져서 결국 인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한 내용은 설사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없어진 것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복습하면 손쉽게 이 기억을 살릴 수 있다. 또한 흥미 있는 사실은 충분히 외웠는데도 더 외우는 소위 과잉학습을 하면 망각곡선이 A의 형태를 따르지 않고 바로 B, C의 형태를 따른다는 것이다. 역시 공부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공부를 잘 하려면 한 영역에 대해 충분히 체제화된 지식을 형성한 다음 다른 영역을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 학습한 내용이 망각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복습을 하면 어렵지 않게 학습된 내용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두 가지 모두 시간과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청택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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