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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한가위 바뀌는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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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한가위 바뀌는 트렌드
조상묘 벌초도 남의손으로…둘러앉아 송편빚기 '옛풍경'
2008년 09월 13일 (토) 갈태웅tukal@kyeongin.com
   
한가위. 한자로는 추석(秋夕) 또는 중추절(中秋節), 영어로는 'Korean Thanksgiving day'라고도 널리 통칭되는 이 긴 연휴에 대해 한민족 구성원이라면 '신라 유리왕 때부터 유래됐다'는 거창한(?) 기원설을 내세울 필요도 없이 선뜻 한국 대표명절로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몇 세대가 고향마을에서 한 자리에 둘러앉아 정겨운 추석 분위기를 즐기던 시절은 이제 '호랑이 담배피던' 먼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밤에 뜨는 달이 귀한 대접을 받고, 그 달이 일년 중 가장 컸던 음력 8월 15일 한가위 풍습도 급변하는 한국 사회상의 한 편에서 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강수월래와 성묘, 벌초로 상징되던 가족·친지간 끈끈한 한가위 키워드가 어느덧 두툼한 떡값 보너스 봉투와 빨간색 달력 숫자로 뒤바뀐 오늘날의 한가위 풍경을 연휴를 앞두고 들여다봤다.

# "선물만 보낼게요. 용서하세요"

올 추석은 연휴기간이 짧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고 선물로 명절인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먼 '제주도행'과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사흘간 오고 가기 힘든 강원도, 전라도행 선물 주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백화점 본점 등 수도권 5개 점포에서 지방으로 보내는 추석 선물은 지난해 추석전 같은 시기에 접수된 2천267건에 비해 10.7%가 늘어난 2천509건이 접수됐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29일~지난 7일 본점 등 3개 점포에서 접수받은 수도권 외 '지방행' 선물은 하루 평균 1천여건. 지난해 하루 평균 500~600건과 비교해 배가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이 기간 수도권 내 13개 점포에서 주문받은 7만여건의 추석 선물 중 영남과 호남행 물량이 지난해보다 각각 24%, 32% 늘어났다.

특히 현대백화점에 접수된 제주도행 선물은 지난해보다 84%나 늘었고, 강원도도 44.9%, 전라도도 29.9%씩 증가했다. 반면 KTX 등 대중교통 수단이 비교적 잘돼 있는 경상도행 선물은 지난해 대비 8.6%, 충청도는 2.4%씩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행 선물은 주문량이 오히려 4.4% 줄었다.

롯데백화점 옥경윤 총무팀장은 "지난해보다 추석 연휴가 짧아지면서 귀성을 포기하는 고객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지방행 추석 선물량이 늘어 지난 11일까지 주문을 접수받은 수도권과 달리 수도권 외 지역은 9일 접수분까지만 추석 전에 배송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벌초 대행, 실시간대로 검색하세요"

조상 산소가 화성시 마도면인 유모(44·수원시 팔달구)씨는 지난 토요일 농협장례지원단 홈페이지를 열어보고 뿌듯하고 가뿐한 마음을 갖게 됐다. 농협 산소관리서비스를 이용, 조부모님의 산소가 깔끔하게 벌초됐다는 내용과 함께 벌초 전후 사진을 받아봤기 때문이다. 명절 대목의 바쁜 와중에 매번 산소를 벌초하는 일이 조금은 버거운 일이었으나 고향 농협을 통한 산소관리서비스를 이용하고부터는 한시름 놓게 됐다는 것.

산소관리서비스란 농협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고 있는 출향민들을 대신해 고향 농협에서 벌초를 해주는 서비스로 경기농협은 지난해에도 72개 농협에서 총 2천900기(基)의 벌초를 대행했으며, 올해는 도내 18개 시·군 70여개 농협에서 3천500기 벌초 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농협에서는 벌초뿐 아니라 이장, 사초(묘의 봉분을 다시 높이거나 무너진 부분을 보수하고 잔디를 새로 입히는 일), 석축과 조경을 포함한 일체의 묘지조성 서비스까지 해줌으로써 매년 신청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산소관리서비스를 받으려면 먼저 산소가 위치한 곳의 농협을 파악한 뒤 농협장례지원단 홈페이지(www.jangrae.co.kr)의 산소관리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경기농협 및 해당 고향 농협에서 안내받아 처리할 수 있다. 벌초대행 비용은 산소의 위치, 규모, 기수에 따라 다르나 보통 1기당 5만~10만원이 든다. 벌초 실시결과는 농협장례지원단 홈페이지에 등재함으로써 고객이 현장에 가지 않고도 바로 확인 가능하다.

   

# "결혼하고 고향 내려가세요"

친구들 사이에서 '소개팅 펀드'로 불리는 공기업 직장인 정순윤(32)씨. 소개팅 투자 자금에 비해 결과가 형편없어 요즘 죽 쑤고 있는 펀드랑 똑같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실제로 그의 소개팅 전적은 백전백패. 정씨는 "내가 마음에 드는 여자는 나를 피하려 하고 나 좋다는 여자는 내가 싫다"며 "내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결국 그는 주변 권유에 따라 지난달 결혼정보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정씨는 "올해는 손자를 꼭 보고 싶다던 어머니의 소망이 '추석 때는 제발 여자친구라도 데리고 오라'는 절망으로 바뀌었다"면서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이번 추석 때는 기필코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자친구를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전에는 고향에 데려갈 배우자감을 찾기 위해서, 추석이 지난 후에는 부모님께 느낀 결혼 압박 탓에 싱글들은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린다. 기존에 가입해있던 회원들 사이에서도 데이트 신청이 활발해진다. 명절 스트레스에서 구해줄 반쪽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S결혼정보회사는 추석시즌을 앞두고 미팅상품권에서 발전된, 미혼 남녀들을 위한 결혼상품권을 출시하기도 했다. 5만원과 10만원, 2종류로 판매되는 결혼상품권은 본인이 원하는 프로필을 갖춘 이성을 검색하고, 자유롭게 만나는 셀프미팅인 '프리데이트 서비스'와 결혼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성의 유형을 미리 알려주는 '결혼컨설팅'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업체들의 추석시즌 미혼직원 선물 아이템으로, 주변 미혼 친구나 친지를 위한 맞춤선물로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S결혼정보회사 김대진 커플매니저는 "이맘 때가 되면 결혼할 마음이 없던 사람들도 동요하게 마련"이라면서 "추석 전후로 결혼정보회사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 "차례 후 멀리 떠나세요"


매년 9~10월 여행·관광업계는 '신혼여행 특수'에다 '추석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를 때다. 미처 여름휴가를 즐기지 못했던 직장인들은 물론 젊은 커플들과 학생들도 성묘·차례를 마친 뒤에는 가족단위로 뿔뿔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대세가 됐다. 평소 추석 휴일기간 동안 중국과 일본 등 가까운 외국으로 나가는 국제선 노선은 추석 일주일 전에 이미 표가 동이 나고, 동남아 등지도 평균 80%가량 표가 팔리는 등 업계의 최대 특수기간중 하나가 바로 한가위 명절이다.

물론 올해는 경기침체, 고환율, 고유가 등 '삼중고'에다 올림픽 이후를 기대했던 중국 여행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태국 소요사태에 따른 정정불안으로 태국 여행마저 크게 위축되는 등 악재가 겹치는 실정.

하지만 관련업계의 활황세는 국내여행상품 개발을 통해 꾸준히 이어지는 등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전국 12개 직영 콘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화리조트는 올 추석 콘도객실 예약률이 전년 대비 15%가량 늘었고, 특히 예년과는 달리 추석 명절 당일에도 예약이 꽉 찬 것으로 나타났다. 특급 호텔들도 많게는 30%까지 예약률이 늘어나 반짝 특수를 누리는데, 이들 호텔들은 아예 10만~20만원대의 추석 패키지 상품까지 내놓고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에는 최장 열흘간 연휴가 가능했지만 올해는 사흘밖에 안 돼 동남아나 중국, 일본 등 가까운 지역 여행만 가능한 상황"이라며 "더구나 장거리 귀향을 포기하고 가까운 여행지로 가족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추석 스트레스, 서로 도와주세요"

담배연기가 자욱한 화투판 앞에서 집안 남성들이 고스톱에 열광하는 사이 여성들은 부엌에서 차례음식 준비와 설거지 등으로 온종일 손에서 물기가 마를 날이 없던 광경은 그간 명절 분위기의 대표격. 철저한 '남·여 역할' 분담(?)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이 같은 모습은 곧 '간 큰 남자'가 멋모르고 하는 행동으로 치부될 정도로 세월이 변했다.

실제로, 토종한우 전문쇼핑몰 다하누몰이 지난달 자사 사이트에서 30대 이상 주부 4천47명에게 '주부들의 명절 희망사항'에 대해 설문한 결과 52.8%가 '명절을 없앴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응답이 나올 정도였다. 문화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출연진 역시 오는 한가위 방송에서 '집안일 역전 상황'을 직접 체험, 여성들의 '명절증후군' 현상을 드러내놓고 비판할 작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친척 어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남편이 아내의 가사를 나눠 맡기 어렵다 해도, 자주 돌아보며 도와줄 건 없는지 물어보고 잔심부름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어른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부엌에서 따로 아내의 피곤한 어깨를 주물러 주는 일처럼 작지만 따뜻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절증후군은 비단 주부들만의 질환이 아니다. 최근 경기 불안으로 추석 보너스를 지급하는 회사와 그 액수가 줄어든데다 고부간의 갈등, 집안간의 비교 등은 물론 추석 연휴 기간까지 짧아 남편들의 스트레스도 심각한 상황이다. 홀로 사시는 부모님들의 경우 추석 때 잠깐 들르는 자식들이 떠나고 나면 갑작스런 허전함과 쓸쓸함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 교수는 "명절기간을 통해 연휴기간 수혜자는 남편과 남성들, 피해자는 아내와 여성들이란 이분법적 등식이 알게 모르게 뿌리깊게 박혔다"면서 "가족 구성원 간에 단점을 찾아내고 헐뜯기보다는 서로의 고생과 수고를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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