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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정비촉진법 · 시행령, 이대로 문제없나
낙후된 강북 · 지방도시 개발사업 활성화에 큰 기여 … 과도한 공공개입 등 세부조항은 좀 더 다듬어야
“스마트한 강북개발 촉진하겠다.” 건교부가 4월3일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면서 발표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실제로 도촉법은 ‘뉴타운 특별법’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실상 강북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법은 서울시가 제정을 요청했던 「뉴타운특별법」과 여·야가 경쟁적으로 제안했던 「도시구조개선특별법」「도시광역개발특별법」 등 3개 법안이 통합된 것이다. 일단 도촉법은 표면적으로는 과거 개별적인 소규모 단위로 시행되어 왔던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을 광역단위로 묶어 도시기반시설을 확보하는 등 계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유도하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속적인 규제로 인해 사실상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재건축 대신 재개발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에서 재개발의 주된 대상은 이른바 강북으로 표현되는 비강남권. 그리고 이 비강남권 재개발지역의 상당수가 ‘뉴타운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뉴타운은 익히 알다시피 이명박 서울시장이 내세웠던 공약 가운데서도 대표주자. 하지만, 뉴타운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법령이 없다보니 사실 단위재개발사업을 여럿 묶어놓았을 뿐 실제 도움이 되지는 못했었다. 뉴타운 특별법은 따라서 뉴타운사업이 실제 가능하도록 근거를 만들기 위해 제안됐었다. 청계천의 성공적인 복원과 교통체제의 개선, 서울숲 조성 등으로 인해 이 시장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하는 추세에서 서울시가 주도하는 뉴타운특별법까지 제정되는 것은 정부나 여당 입장에서 반갑지 않은 노릇이었고, 대선후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야당 입장에서도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었다. 세 법안이 하나로 모아지는 데는 이런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서울시가 시작한 계획에 대해 여야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더구나 재건축 규제일변도 정책을 펼치고 있던 정부로서도 정비사업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재개발, 특히 강북지역의 개발에 초점을 맞춘 ‘특별법’이 절실했다. 일단 지난해 말 도촉법이 제정되자 이 법의 ‘혜택’을 받게 된 서울의 재개발사업장들과 지방도시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자연 7월 법 시행에 앞서 발표될 예정이었던 시행령의 윤곽을 점쳐보는 일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3일 시행령이 입법예고됐다. 재정비 촉진지구 지정시 공청회 필요 당초 법안에서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입법예고된 시행령에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에 의하여 이전되는 대규모 시설의 기존부지를 포함한 지역”(제5조)를 촉진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사실상 대규모 공공시설의 지방이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재정비촉진지구는 주거지형의 경우 50만 제곱미터, 중심지형의 경우 20만 제곱미터 이상이나 되기 때문에 주택재개발은 물론 주택재건축과 도시환경정비사업, 도시개발사업, 시장재개발·재건축사업 등 다양한 정비사업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하거나 변경할 경우에 시장·군수·구청장이 주민공람과 지방의회 의견을 청취한 후 시·도지사에게 신청하고, 시·도지사는 관계행정기관과의 협의와 시·도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심의(법 제34조에 의한 도시재정비위원회가 설치된 경우에는 도시재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다양한 정비사업이 지구내에서 존재하는데 과연 형식적인 공람과 의견청취만으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느냐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지구지정에 앞서 예정지구내의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공청회 등을 개최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미한 사항의 변경인 경우에는 그나마 주민공람 및 지방의회의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법 제4조 제3항) 하고 있는 것은 자칫 집단 민원발생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행령 제3조에서는 지구면적의 10% 미만의 변경을 ‘경미한 변경’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재개발사업 등 단위사업에서의 경미한 변경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에서도, 또 재정비촉진지구의 광역성과 사업의 다양성 등을 감안할 때 행정편의적 발상이 아닐까 의심된다. 더구나 다양한 정비사업이 혼재할 수밖에 없는 촉진지구의 성격상 ‘경미한 변경’이라고 하더라도 각 사업지별로 주민들의 부담금이 달라지는 등 이해관계가 상충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반드시 예정지구내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력한 공공성 강화 … 하지만 책임은 無 도촉법이 제정되던 당시 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담당팀장은 “무시무시한 독재법”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이른바 총괄계획가 등으로 대표되는 공공부문의 관여 폭이 대폭 확대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 제9조 제3항에서는 “시·도지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정비촉진계획수립의 전 과정을 총괄진행·조정하게 하기 위하여 도시계획·도시설계·건축 등 분야의 전문가인 자를 총괄계획가로 위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주어진 권한에 비해 총괄계획가는 “수립된 계획이 재정비촉진계획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뿐 아무런 법적인 책임이 없어 총괄계획가의 잘못된 직무수행이 있을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촉진지구 주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도촉법에 공공의 참여가 강화되었다는 것은 총괄사업관리자 제도 도입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재건축·재개발 등 주거정비법 상의 정비사업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재정비촉진사업을 직접 시행하거나 대한주택공사나 한국토지공사, 지방공사 등을 총괄사업관리사로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총괄사업관리자 역시 총괄계획가와 마찬가지로 권리와 의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한 총괄사업관리자와 조합에서 기존에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한 시공자와의 관계도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예상된다. 더구나 총괄사업관리자로 주공이나 토공 등 공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는데,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의 효율성이 더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특히 법 제16조에서 기반시설의 확충을 촉진하기 위하여 민간투자유치를 활성화하는 규정을 둬 놓고도 민간부문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민간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공공을 능가하는데, 공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혹시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 무조건 투명하다는 오만한 판단에서 비롯된 조항이 아닌가 의심된다”는 업계 관계자의 지적에 일면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개발사업 활성화돼도 건설업계는 타격 가능성도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시장·군수·군청장이 사업을 직접 시행하거나 총괄사업관리자로 공공을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은 민간의 참여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상 건설업체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도 높다. 일단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자치단체장에게 사업시행을 ‘의뢰’한다는 것은 해당 지역의 사업성이 극히 열악할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실제로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시공사를 잡지 못해 사업추진이 안되는 곳들이 상당수다. 어렵게 시공사를 선정했다고 하더라도 ‘믿을만한 곳’이 아니어서 항상 부도의 위험에 시달려야 한다. 이런 곳들이라면 위의 조항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곳에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보니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합과 이른바 비대위가 수적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곳도 있다. 여기에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니 미동의자도 포함된다. 이 미동의자와 비대위가 합쳐 과반수만 넘으면 기존 조합을 무시한 채 자치단체를 사업시행자로 선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러면 그동안 조합이 추진해왔던 정비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조합에서 선정해 놓았던 시공사와 공공부문과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불똥이 건설사로 튈 소지도 다분하다. 특히 조합과 비대위 충돌 계기 가운데 가장 많은 경우가 바로 시공사가 제시한 분담금 때문이라는 점에서도 자칫 업계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도 최소한 조합인가를 받은 곳이라면 재건축사업의 결의요건인 80%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도촉법은 분명 강북지역 등 낙후된 지역의 개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도한 공공부문의 개입 여지를 둔 것은 개발이 활성화되더라도 민간부문에 ‘도움’을 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재건축이 규제로 인해 중단상태에 빠지면서 뉴타운을 중심으로 하는 재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건설업계로서는 개발사업이 활성화를 뻔히 바라보면서도 참여할 수 없는 사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토지거래 허가면적 상향조정 필요 법 제32조에서는 투기수요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시행령 제38조에서는 토지거래에 관한 허가 필요 면적을 20제곱미터(약 6평)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제곱미터 이상’은 입법예고되기 이전 시행령 제정단계에서 ‘30제곱미터 이상’으로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당시에도 상향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막상 입법예고에서는 20제곱미터 이상으로 더 강화됐다. 현재 재개발의 경우 구역내 토지 중 지목이 도로인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최소면적이 대부분 90제곱미터 이상이다. 아무리 낙후된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6평짜리 주택을 찾아보기 힘들다. 건교부에 따르더라도 뉴타운지역의 6평 이하 필지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실상 촉진지구로 지정되면 모든 토지가 허가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물론 투기수요의 원천적인 차단과 실수요자의 매입부담을 덜어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매 자체가 원천봉쇄됨으로써 촉진지구내 원주민들이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 특히 재개발지역의 경우 원주민 입주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재정적 여력이 없어 재입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그나마 조금이라도 넉넉하게 값을 받고 파는 게 도움이 되는데, 6평 이상이면 허가를 받아야 하니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돈 없는 원주민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시름만 쌓일 가능성이 많아졌다. 도촉법은 “낙후된 기존 구시가지의 재개발 등 각종 정비사업을 좀 더 광역적으로 계획하여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고 도시기반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기존도시에서의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도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리고 이 제정취지에 걸맞게 강북과 지방 도시 등 낙후된 지역 거주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법 제정 취지를 좀 더 살리기 위해서는 법 시행일인 7월 이전에 세부 조항에 대한 검토가 다시 한번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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