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 등 비대화막고 건설업 살리기
총괄사업관리자 지정에 주민 동의요건 추가
민간업체들 공정경쟁 통한 참여확대 포석도
재정비촉진지구 사업에서 공공의 무조건적인 참여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국회 내에서 일고 있다.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부산 금정)은 지난달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하고 도촉법 상 공공부문이 총괄사업관리자나 단독 사업시행자가 되는데 주민들의 동의 요건을 추가했다. 또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해 열악한 지방 건설경기를 활성화 시키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어떤 내용 담고 있나=현행 도촉법에는 재정비촉진계획 수립권자 즉 시장·군수·구청장이 효율적인 사업관리를 위해 대한주택공사, 지방공사, 한국토지공사(공장을 포함한 도시환경정비사업 제외)를 재정비촉진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총괄사업관리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개정법률안에서는 총괄사업관리자 지정 시 재정비촉진계획 수립 단계에서 촉진지구 안의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지정하도록 했다.
도촉법 제15조에 의한 사업시행자 지정에 있어서도 공공의 무제한적인 참여를 제한했다. 현행법은 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사업에 있어 도정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가 있는 경우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사업을 직접 시행하거나 주택공사, 지방공사, 토지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법률안에서는 이를 재정비촉진계획 결정·고시 이전까지 도정법 제13조 규정에 따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도록 해 공공의 사업시행자 요건을 강화했다.
또 도촉법 제32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한 요건 또한 완화했다. 현행법은 재정비촉진지구가 지정·고시되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20㎡ 이상의 토지거래 시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수도권 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 발의 배경은 뭔가=이번 개정안은 공공기관의 비대화를 막고 건설경기 활성화를 기한다는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제안이유에서 밝혔듯이 도촉법의 제12조 및 제15조는 사실상 공영개발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공공기관의 역할이 비대해 민간 건설업체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시공자는 단순한 하도급업자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건설경기 활성화를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초기부터 공공부문이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치중하지 않도록 제한해 토지등소유자의 민원을 해소하고 민간업체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점들은 도촉법 입법예고 당시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었던 바다. 박환용 경원대 교수는 지난 4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도시재정촉진법’의 문제점과 시행령 제정방향에 관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거주민 동의 필수 △사업시행촉진 조건을 변경해 조합 구성 시간 허용 △촉진계획 고시일로부터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 취득의 기간을 대폭 연장 △3년 이내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의 기간을 대폭 연장 등을 지적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박사 또한 같은 자리에서 “민간의 활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이번 개정법률안 발의에 대해 지역 주민 및 업계 관계자들은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히며 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준식 부천시 재정비촉진지구대책 연합회장은 “도촉법은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공공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며 “개정 법률안의 내용에 대해 적극 찬성하며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시공사 관계자 또한 “공공기관의 사업시행이 민간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개정법률안의 취지대로 서로 경쟁하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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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급독점 폐단 막겠다”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
박승환 의원은 공공이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도시재정비 사업에 시행자로 참여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취지는 무엇인가.
= 현행법 구조대로라면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업초기 단계에서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총괄계획부터 사업시행까지 모두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그만큼 민간 시공자의 역할이 축소되어 단순한 하도급 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재정비촉진 사업에 있어 ‘관급 독점’의 폐단을 방지하고 그만큼 민간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이 법안의 취지이다.
▲일부 도시에는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경기도의 일부 도시에서 정비기본계획에 반영돼 있는 구역의 주민들이 촉진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촉진지구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광역적인 도시 개발을 통해 기반시설이 확충돼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데 누가 이를 반대하겠는가? 도촉법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공공이 주민들의 의견 수렴없이 사업시행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정비 사업에서 공공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원칙적으로 민간이 시행하는 사업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2년 건설교통부가 낸 도정법안 입법참고자료집에도 이러한 점이 잘 나타나 있다. 이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사업 등 정비사업에 있어 원칙은 조합이, 예외적으로 시장·군수·주택공사 등 공공이 조합원 일정요건의 동의를 받아 사업을 시행하도록 명시했다. 즉 사업성이 열악하거나 천재지변, 주민들의 불화 등 도저히 민간이 수행할 수 없을 때 공공이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공공의 역할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촉법은 이러한 정신과는 맞지 않게 공공이 마음만 먹으면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돼 있다. 극단적으로 전국의 모든 촉진지구 내 사업을 공공이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건설경기가 침체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뉴타운사업이 진행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지가가 과도하게 상승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개발로 인해 지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른다면 이는 분명히 부정적인 측면일 것이다. 즉 서울·수도권은 인구 증가로 수요는 있으나 공급 재료인 부동산이 이에 미치지 못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 등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 부산만 해도 해마다 인구가 줄어드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에서 도촉법에 명시한 것처럼 6평 이상 거래 시 무조건적으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으라고 한다면 사업을 이끌어 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 구역에서 이처럼 거래를 제한한다면 분담금을 내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막게 되고 이는 결국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넓게 보면 기반시설의 합리적인 확충으로 인해 광역적인 도시 재정비를 기한다는 법 제정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사업이 진행되기 어려운데 어떻게 도시를 재정비하겠는가. 현재 지방은 서울보다도 더 건설경기가 악화돼 있다.
▲개정 법률안에 대한 향후 계획은.
=제출한 법안이 9월 15일자로 건교위에 회부되어 계류중이다. 다른 건교위원들께 이 법안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지방 건설경기가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데, 앞으로 지방 건설업체의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담은 법안을 고민해서 입법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