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의 성공, 온백년의 신화
[CEO꿈&땀]김영진 한독약품 회장
글=박응식,사진=박성기 기자 | 07/07 12:54
"성공에 안주하며 변화를 하지 않고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고장난 나침반을 들고 정글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100년 기업의 조건`이라는 책을 쓴 케네디가 장수기업의 조건을 분석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기업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된 미국과 일본에서도 30년 이상된 회사는 장수기업으로 불린다.
1954년 창립 이래 지난 51년
동안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한독약품의 김영진 회장(50)으로부터 한국형 장수기업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 합작기업의 성공모델
"한독약품이 40년 이상 합작기업으로서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만큼 합작 파트너와의 깊은
신뢰관계가 바탕이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난 1954년 연합약품으로 출범한 한독약품은
1957년 독일 훽스트사와 첫 협력관계를 맺어 1964년 국내 최초의 한.독 합작회사로 전환했다. 이후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인수 합병으로
파트너가 몇차례 바뀐 끝에 2005년 1월부터는 프랑스의 사노피 아벤티스와 굳건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한독약품 경영진에 대한 파트너들의
신뢰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는 결과다.
합작기업은 어떤 면에서 시너지가 있는지 물었다. "초창기에는 선진기술과 경영기법
도입으로 다른 기업보다 앞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합작기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50년 이상 흑자행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중요한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의 말대로 한독약품은 창립
이래 단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지난해 2344억9300만 원의 매출에 순이익 159억5700만 원을 기록했다. 51년 연속
흑자배당에 이어 지난해부터 무차입 경영을 실시함으로써 성공적인 합작기업의 모델이 되고 있다.
# 위기극복 리더십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학 석사(MBA) 출신의 김 회장은 한독약품의 창업자인 김신권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세
전문경영인이다. 1984년 회사에 부장으로 입사한 이래 지난 3월 회장으로 승진하기까지 22년째 경영에 임하고 있다.
경영인으로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1986년 이사로 승진했지만 회사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매출은 감소하고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져 있었던 것.
"1980년대 중반이 어려운 시절이라고 기억합니다. 신제품 고갈, 유사제품
범람 등 제약회사간의 과다한 경쟁, 그리고 조직의 동맥경화 등 내외부적으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회사가 가장 어려울 때
입사한 셈입니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조직내의 의사소통 부재에서 찾았다. 먼저 직원들과의 허울없는 대화를 시도했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 시급했다. 간부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평사원들의 건의를 경영에 더 많이 반영했다. 또 본부에 집중된 권한을 각
지점에 분산시켰다. 이러한 개혁을 바탕으로 한독약품은 지난 1989년부터 다시 성장궤도에 들어섰다.
# 상생적 노사
한독약품이 50년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75년 노동조합이 설립됐지만 단 한번의 노사 분규도 없었다.
"급변하는 경쟁사회에선 노사간 상호 신뢰가 중요합니다.
회사 경영실적을 수시로 노조에 알려 사원들의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특히 업계 처음으로 1985년부터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했습니다. 10여년 전부터는 분기별로 노조를 상대로 경영설명회를 열고, 부서별 간담회와 호프데이, 노사 워크숍, 사내 인트라넷 등을 통해
충분한 의견교환이 가능하게 했죠"
김 회장은 특히 현장경영을 몸소 실천해 직원과 경영진의 거리를 좁혔다. 매주 충북 음성공장을 방문해
현장에서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챙기는 등 노사화합에 앞장섰다. 그
덕분에 IMF 외환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김 회장은 현재 제약산업의 환경이 개별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수가 정책을 비롯한 제약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정책의 변화 및 한미 FTA 등 외부 변수에 어떻게 임하느냐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때로는 기업인수합병(M&A)를 통한 대형화 및 규모의 경제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지금 상황은 변화의 리더십을 CEO가 발휘해야할 때라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20년 이상 제약회사 경영을 맡아온 그로서는
경영환경이 복잡해질 수록 합작기업 CEO로서의 경험이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00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독약품의 역사는 지금부터 새로 쓴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신뢰와 투명경영, 상생적 노사관계 등 50년 흑자 장수기업의 성공비결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렸다. 다만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CEO의 리더십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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