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코치]부도 후 10년, 창업과 상가투자로 재기한
추재호씨
바닥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 집에서 직접 빚은 떡을 보자기에 싸서 건네는
추재호씨(47)를 보며 떠오른 단어는 넉넉함이었다.
"1억원을 모으려는 사람과 100억원을 모으려는 사람은 생각이 다르죠.
1억원은 무조건 아끼고 지출을 줄이면 언젠가 모을 수 있는 돈입니다만 100억원은 베풀고 사람이 따라줘야 이뤄지는 꿈입니다. 자신에게는 인색해도
타인에게 인색하면 큰 돈은 못 만지죠."
사업을 해 본 사람은 결국 사람이 남는 장사임을 안다. 사람 한 명을 만나도 3년 후를
내다보고, 베풀면 그만큼 돌아온다는 게 추씨의 생각이다.
경북 의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와 시멘트연합회에
취직했다. 10년을 일한뒤 서른을 넘기자 내 사업을 해보고 싶어 종잣돈 3000만원으로 물티슈 제조업을 했지만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시멘트업체와 건설회사 사이에서 레미콘 공급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두번째 사업 역시 시공사가 부도를 맞으며 접어야 했다.
"아이
셋과 함께 자살까지 시도할 만큼 절망적인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살아야 했습니다. 부도 후 수년간 방황하다 건설현장 잡부로 취직을 했죠. 몇년간
닥치는 대로 일한 뒤 생애 마지막 승부를 띄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흔살 가까이 건설현장에서만 일해왔지만 장사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보증금 500만원에 권리금 1000만원으로 하남시 덕풍동에 헐값으로 나온 화장품 가게를 인수했다. 입지조건은 열악했지만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인수대금도 가족끼리 연대보증을 통해 500만원씩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95년 7평짜리 매장에서 시작한 화장품 장사는
재기의 발판이 됐다. 추씨의 '박리다매' 전략에 주변 화장품 가게가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가게 문을 연지 2년
만에 하남시 창우동 아파트 단지에 2호점을 오픈했어요. 또 3년째 되는 해 2호점을 하남시 신장동 중심가로 이전했고 4년째에는 1호점을 다시
덕풍동 대로변으로 이전했죠." 당시 고용 직원이 5명에 월매출이 8000만원을 넘어섰다.
창업 후 10년 동안 이런 식으로 매장을
일곱번이나 옮기며 중심가로 이전해갔다. 손님들에게 사은품을 넉넉히 지급하며 가능한 모든 홍보수단을 동원했다.
장사가 안정기에
접어든 2000년,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친구가 하남시 외곽의 경매물을 소개시켜줬다. 감정가 5억8000만원에 대지 224평의 야외식당 한
채였다. 당시 갖고 있던 현금은 1억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입찰에 뛰어들었다. 낙찰가는 2억8300만원. 은행에서 1억7000만원을 대출받아
변통하고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받고 세를 놓았다. 이 식당 건물은 이후 담보대출을 받을 때 요긴하게 이용했고 몇년 후
4억3000만원에 매각해 1억47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다음은 상가부지였다. 2002년 하남시 도시개발공사가 신장동 도심의
논을 수용해 상가부지로 입찰에 내놓았다. 상가부지 배후에 풍산 택지개발지구가 조성될 예정이라 시가가 올라갈 것은 분명했다. 상가부지 낙찰대금은
5억6000만원. 계약금은 10%인 5600만원.
당시 보유현금은 3000만원 뿐이었지만, 화장품 가게 거래처에 양해를 구하고
물건대금으로 계약금을 지불했다. 중도금을 치르고 잔금을 내기까지는 2~3년. 경매로 낙찰받은 식당을 담보로 2억5000만원의 담보 대출을 받고
중도금을 치렀다.
"잔금을 치르기까지 불과 2~3년 만에 시세는 낙찰가의 3배로 올라있었죠. 감정가가 올라가면서 농협에서 총
5억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공사대금은 나중에 들어올 세입자들에게 받은 보증금으로 충당했습니다. 총 투자금 5억6400만원 중 5억원이
대출이었고 월 250만원의 이자를 내지만 현재 시세가 29~30억원이고 임대수익만 월 900만원이니 남은 장사죠."
상가부지로
개발이익을 거두고 난 후 보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2003년 하남시 덕풍동 주상복합상가로 눈을 돌렸다. 1층 20평짜리 4곳을
분양받고 총 12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대출 4억8000만원에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 2억8000만원도 중도금으로 충당했고 단기 사채까지
소액 동원했다. 이자로 매월 240만원을 지출하고 있지만 현재 시세가 20억원에 임대수익은 월 800만원.
추씨의 투자방법은
철저히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에 있었다.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따라 하기 힘든 방법이다. 하지만 추씨는 대출로 자산을 만들어나갈 것을
강조한다.
"사업을 해본 사람, 장사를 해본 사람은 대출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겁니다. 투자대상만 확실하다면 대출을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죠."
추씨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양 정보를 이 잡듯 뒤지고 발이 닳도록 현장답사를 한다. 지도는 필수. 상가
하나를 분양받기 위해 인근의 부동산은 열이면 열 다 방문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지만 최종판단은 철저히 추씨의 몫이다. 믿을 만한 시공사, 개발
가능성이 충분한 입지조건, 임대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1층 상가, 환금성 등을 고루 충족 시켜야 투자에 나선다.
"상가는
아파트나 땅에 비해 개발기간이 길지 않고 개발 완료 때 지가 상승을 노릴 수 있어요. 게다가 세를 줘서 대출 이자도 충당할 수 있죠. 당장 돈이
안되면 시세차익 대신 장사로 갈아타면 되니까 선택의 폭도 넓습니다."
임대 화장품 매장 2개, 상가 2채를 일궜지만 추씨에게는 아직
'내 집'이 없다. 아직도 화장품 매장이 있는 건물에 세를 살고 있다. 집에 돈을 묻어 두느니 투자를 통해 굴려나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얻은
수익은 반드시 재투자에 쓴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혹시 주식에는 생각이 없을까. "주식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이것저것 쑤시고 다닌다고 다 내 것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내가 아는 것, 내가 관심있는 것에 집중해야 돈 가는 길목이 보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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