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다"는 얘기를 어른들로부터 들으면서 자라났지만, 요즘은 "눈을 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니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자라는 집 아이들이 세상에 더 잘 적응하고 돈도 더 잘 버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순하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세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번 손해보면 늘 손해보게 만드는 것이 세상의 이치로 여겨지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이익을 주는지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사려 깊게 바라본다면
세상이 항상 꼭 그렇지만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1) 이익을 얻는 경우에 그것을 느낄 수도 있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익을 받았으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웬만한 이익을 받는 것은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아오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이익을 받은 경우가 전혀 없을까요. 선생님으로부터, 친구로부터 무형의 이익을 받은 경우가 전혀 없을까요. 상사나 부하직원이 도움
되었던 적이 없던가요. 밖에서 돈벌어오는 남편(또는 아내)의 돈은 당연한 것이고,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는 돈 벌어오는 것이 아니고 그저 당연히
공짜로 일하는 것뿐인가요. 사업하면서 고객이란 존재가 나에게 이익을 안겨주지 않고 손해를 안겨주는 존재였던가요.
내가 아파트를
샀는데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서 그 아파트를 사주어서 가격이 크게 오르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어려움을 겪다가 도움되는
말을 듣는 것도 이익을 얻는 것이며, 1만원짜리 책을 보면서 1만원 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지식이나 지혜를 얻는 것도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결국 내가 남에게 이익을 받았는지 여부는 생각에 달린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어떤 이익이든 얻는 이익은 그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거나 자신이 능력이 좋아서 얻게 되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 세상에서 이익되는 것은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반면에
생각을 바꾸어서 느끼지 못하던 이익도 이익으로 느끼기 시작한다면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이익되는 것은 너무 많이 널려있습니다. 사소한 이익을 느낄
수 있는 마인드가 있을 때에 큰 이익도 느낄 수 있습니다.
◆(2) 주고받는 것이 시간적으로 항상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음: 톰
행크스가 출연하였던 영화 '캐스트어웨이'에서처럼 무인도에서 혼자서 살아가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주고받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입니다. 그런데 서로 주고받는 것이 물건 사면서 그와 동시에 돈 지불하듯이 항상 동시에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물건 거래에서
조차도 심지어 어음으로 받거나 외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길게 보면 결국은 똑같이 주고 받게 되는 결과가 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누군가는 먼저 주고, 누군가는 나중에 주는 식이 되기 마련입니다.
항상 내가 먼저 받는 것으로 시작해야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번에는 내가 먼저 주었으니까, 다음에는 상대방이 먼저 주는 식으로 되어야할까요. 길게 보면 결국은 주고받는 결과이더라도, 주고받는데 종종
시간이 차이 나곤 합니다. 이는 마음이 조급하지 않고 여유롭다면 극복되는 사안입니다.
물론 공평한 마음이 부족하여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에만 주력하는 성품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면서 정말로 그렇다고 느껴진다면 그때부터는 관계를 멀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았다고해서 그렇게 억울해할 것은 없습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는 말을 떠올리면 됩니다. 그런
사람들과 상대하면서 손해났던 점들도 있지만,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그런 경계심만을 가지고 상대한다면 나에게 도움이 되어줄 사람을 만나서 깊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3) 주고받는 대상이 어긋날 수도 있음: 나는 A에게 주었지만 받는 것은 A가 아닌
B로부터 받는 일도 생깁니다. 이럴 때 B에게서 받은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A에게 주었는데 받지 못했다는 생각만을 하기 쉽습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대부분은 후회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하더라도 그 대신에 자신의 자식에게 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 직장 안에서의 인간관계에서나 친구 사이 관계, 기타 어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주고받는 일이 두 사람 사이에서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그 사람이 줄 수 있는 도움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받는 방식도 원활히
이루어져야지 사회 전체적으로 서로 시너지효과를 이루면서 발전해가고 행복을 함께 증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나무가 이미 땅 속에 들어있던
영양분을 받아들이면서 자라나고, 그 나무는 죽어서 다른 나무의 영양분이 되어지는 자연의 섭리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네가 먼저
주어라는 식으로 맞서면 아무 것도 서로 주고받지 못하여서 결국 서로가 함께 추가의 이득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분적으로만 들여다보면
인간들끼리 경쟁하면서 서로 파괴하는 것이 많지만, 아주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인간이 동물보다 위대하고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들 중에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결과적으로는 동물보다 훨씬 더 서로 도움을 적절히 잘 주고받으면서 큰 시너지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4) 사람관계에서 주고받는 것을 수학 계산하듯이 항상 완벽하게 정당한 관계로 계산할 수 없음: A가 B에게 이득이 되어주거나
도움이 되었더라도, 훗날 B가 A에게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정도로 되돌려 줄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이해타산을 정확하게
숫자적으로 계산이 불가능할 때, 사람의 심리상 내가 남에게 준 것보다는 받은 것이 더 적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즉 나는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주는 것도 나는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또한 나는 현금으로 주면서, 받기는 실물로
받는다면 그 가격 환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물은 커녕 무형의 자산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형의 자산만 자산이 아니라
무형의 자산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임은 누구나 잘 알 것입니다. 돈을 직접 주지는 않았지만 돈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그러합니다.
◆(5) 사업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는 전략상 일부러 의도적으로 손해 보는 일도 필요함: 덤핑으로 맞서지 않으면 그
일이 그 회사에 돌아올 확률이 거의 없을 때 손해 보는 일이니 안하려고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일부러 원가 이하로 일감을 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그 일에서는 손실이 발생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그쪽과 처음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맡아서 수행하는 일을 통하여 자기 회사의 능력을
입증해보임으로써 다음에 좀더 큰 일감을 수주할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더 큰 이득을 얻기 위해서 때로는 일부러
손해 보는 전략은 경영에서 필요한 전략중 하나입니다.
광고, 마케팅, 연구개발 등을 비롯하여 당장 이익이 들어오지도 않는 것에서
미래를 위해 우선적으로 지출하는 경우도 그러합니다. 물론 미리 돈을 지출한 것 이상으로 제품판매효과나 사업수주효과가 얻어지지 않아서 끝까지
적자로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두려워서 미리 손해부터 나는 것은 아예 하지 않는다면 사업을 키우기 힘들 것입니다.
◆(6) 모든 사람들로부터 이득을 받지 않고 단 한명으로부터 이득을 받아도 됨: 처음부터 사람을 대할 때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손해만 끼치려하고 이익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인간관계로 얽어져서 살아가야하는 삶 속에서 정신적으로 더욱 피곤해집니다. 일단은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을 대하다가, 나중에 아니다 싶으면 그때 닫아도 됩니다.
사람들이 으레 나에게 손해만 끼친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대하면
10명 중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질 수 있는 단 1명밖에 안되는 그 사람의 손길도 자신에게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한사람이
자기의 인생이 크게 성공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크게 성공한 사람의 스토리 속에서 가끔 그런 이야기들이 발견됩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주는 만큼 받지 못하더라도 단 한명으로 받는 것이 내가 크게 성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란 으레 나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마음으로 대할 때에 자신의 능력만큼은 성공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성공은 힘듭니다.
◆(7) 물질적으로는
이득보다 손해를 보더라도 정신적인 보상과 이득도 중요함: 물질적인 기쁨 이외에 정신적인 기쁨도 크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기쁨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느낄 수 있다면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더 정신적으로 행복해집니다. 물질적인 기쁨은 그것대로 느끼고 추가로 정신적인 기쁨까지도 느낄 줄
안다면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지고 기쁜 마음의 순간들이 더 많아지는 것입니다.
때로는 내가 10원어치
물질적으로 손해를 보면서 20원어치 정신적인 기쁨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부모가 가정 형편상 무리할 정도로 자식교육을 위해 돈을 쓰는
데 그렇게 돈 많이 들여 키운 자식이 그 돈을 자신에게 되돌려 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돈 들이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인 보상과 기쁨을 얻기
위함입니다. 100원을 전부다 나를 위해서 사용할 때 얻어지는 기쁨의 총량이 100이라고 가정할 때, 90원은 나를 위해서 사용하고 10원은
내가 아닌 사람을 위해 사용할 때 얻어지는 기쁨의 총량은 반드시 90원은 아닙니다. 90원이나 100원보다도 더 큰 110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살다보니 어차피 어쩔 수 없이 물질적으로는 큰 손해 보게 되는 일을 겪게 되더라도 최소한 어디에선가 정신적인 이득만큼은
남아있다면, 그것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됩니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물질적으로 큰 손해보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은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탈출구가 없는 상태에서 돈 문제가 뜻대로 안되니까 죽음을 택하는 것입니다. 돈을 열심히 추구하면서도 정신적인
안식처도 함께 마련해 놓으면서 살면 인생의 위험관리도 됩니다. 돈이 많아지면서도 오히려 이런 위험관리는 잘 안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육체(건강), 정신, 물질, 이 3가지가 균형 잡힌 삶이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