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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뇌물처벌 법은 '종이 호랑이' | |
[프레시안] 2006-03-08 17:39 |
건산법 처벌규정, 적용 어려운 이유 금품제공 건설업자는 등록말소 또는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개정 건설산업기본법을 뒷받침하는 이 시행령에 따르면 도급 및 시공과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업체에 대해 뇌물액이 1000만 원 미만이면 2개월, 1000만~5000만 원이면 4개월, 5000만~1억 원이면 6개월, 1억 원 이상이면 8개월의 영업정지가 부과된다. 위반의 횟수 및 동기에 따라서는 최대 50% 범위 내에서 영업정지 기간을 가감할 수 있어 뇌물거래를 하다 적발될 경우 최대 1년까지 민간, 공공 건설수주가 원천적으로 제한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영업정지 6개월만 돼도 사실상 해당 건설업체에게는 사망선고라고 할 만큼 강력한 처벌"이라며 이 법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이미 공공 공사에서는 국가계약법상 뇌물수수 등에 대해 부정당업자 제재로 영업정지 및 등록말소를 시킬 수 있어도 처분을 내린 실적이 거의 없었다"면서 "관료와 건설업체가 유착관계에 있는 한 건설산업기본법도 있으나마나한 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강력한 처벌규정 자체가 시행하기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명백한 위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시행령에 마련해 두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시행령에서는 건설업체가 평소 직원교육을 통해 '주의ㆍ감독 의무'에 충실했다면 뇌물수수 등의 위법행위를 했어도 영업정지 처분을 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임원이 직접 또는 임원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금품수수를 했을 때만 처벌이 가능하게 했으며, 금품수수 액수가 1000만 원 미만이면서 5년내 유사한 위법행위가 없을 경우 계도 차원에서 한 차례 경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업체 윤리경영, 속셈은 '면죄부 만들기'? 최근 대형 건설업체들이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도 현장의 뇌물수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영업정지 처분을 면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법무법인 산하의 신영철 건설위원은 "건설업체들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서너 차례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내부 비리접수 창구를 마련하는 등 윤리 경영을 외치는 배경에는 당국에 뇌물수수 등의 위법행위가 적발됐을 때 '주의ㆍ감독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면서 "가뜩이나 뇌물수수 현장을 적발하기 어려운데, 적발돼도 주의감독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거나, 임원이 지시한 적 없고 직원의 개인적인 행위였을 뿐이라는 식으로 대응하면 처벌이 곤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업정지 처분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점도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에 기여하는 업체에 대해 해당 지자체가 '사망선고'라고 할 만큼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은밀하게 행해지는 뇌물수수를 적발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시행 몇 개월만에 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영업정지 처분이 얼마나 내리기 힘든 것인지는 최근 사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9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 GS홈쇼핑 물류센터 붕괴사고에 대해 노동부는 시공사와 하청업체로 각각 참여한 GS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건설산업기본법 82조 1항은 '중대 재해를 일으킨 건설업체에 대해 노동부 장관이 영업정지를 요청하면 최장 1년까지 영업정지를 명하거나 영업정지에 갈음해 5천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금까지 아무런 처분도 내리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산법 시행령과 관련된 건교부 건설업 관리지침에 따르면 소송에 계류 중인 사건인 경우 처분을 유예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면서 "해당 건설업체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1심 판결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4월쯤 제재 수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영업정지 처분은 가혹" 이에 앞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노동부가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해 왔지만, 국내의 대표적인 건설업체에 사실상 영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는 상황까지 발생시켜서는 안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영업정지는 해외공사 수주활동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며 건산법을 무력화시키는 발언까지 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02년 3월 이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한 대형 건설사고는 모두 7건으로 10개 업체가 관련됐지만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곳은 부실 중소기업 한 곳밖에 없었다는 점도 지자체와 건설업체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을 짙게 한다. 경실련 관계자는 "몇백억 단위의 공사에 문제가 생겨도 최악의 경우 몇천만 원 과징금만 내면 된다면 누가 그런 법을 무서워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개정 건산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으로 곳곳에서 재개발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업체들의 과도한 수주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택지를 찾기 힘든 서울에서 엄청난 개발이익이 보장되는 재개발 시공권을 노린 건설업체들이 건산법의 영업정지 처분 규정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에게 선물을 돌리는 일반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조합간부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불법로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2차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된 전농4동 지역은 최근 건설업체와의 유착 의혹으로 재개발추진위원장이 교체되는 등 갈등을 겪었으며, 양천·신정 뉴타운지역에서도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결정한 시공사에 대해 '시공사 선정 무효'를 주장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시공권을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자 지난달 말 정부는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을 통한 전방위 단속에 나섰다. 검찰은 7월까지 재건축·재개발 비리 특별단속 방침을 밝혔고, 공정위는 대형 건설업체 10여 곳에 대한 담합 조사를 시작했다. 국세청도 세무조사 우선 순위를 건설업체에 두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실련 관계자는 "안전 문제와 관련된 대형 사건에도 과징금 부과도 꺼릴 정도인데, 뇌물수수는 곳곳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시행령을 볼 때 개정 건산법에 뇌물수수 처벌 근거를 마련했을 당시의 기대감은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승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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