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내 핫이슈

강자엔 무한한 가능성, 약자엔 치열한 생존권

반응형
BIG

강자엔 무한한 가능성, 약자엔 치열한 생존권

 

ㆍ국내산업은 ‘빈익빈부익부’ 현상 불가피
ㆍ공공서비스 개방땐 철회못해 구조적 위험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지으면서 전 세계적 FTA를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몰아치기식’ FTA는 주력 산업에는 큰 수혜가 되지만, 농축수산물 등 기반이 약한 산업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글로벌 FTA로 인한 국내 산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대책 마련도 뒤따라야 하지만 이런 논의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스웨덴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EU FTA 타결, 8월 중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서명 등을 빗대 “한·미 FTA까지 포함하면 지구 인구의 50% 이상 차지하는 국가들과 자유무역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혜민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도 “한·EU FTA가 체결되면 보호주의가 아닌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는 여러 나라와 FTA를 맺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에 선례를 남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FTA를 통한 무역 증대 효과는 이른바 자동차·전자 등 ‘강자’ 산업에는 크게 돌아가면서 파이를 더 키워준다. 반면 ‘약자’ 산업은 기존의 파이마저 빼앗기면서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는 한·EU FTA에 대한 분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코트라(KOTRA)는 이날 한·EU FTA 발효시 자동차(부품 포함)와 전자, 섬유, 화학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TV, 위성방송용 셋톱박스, 타이어 등이 유망한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의 경우 유럽 현지 딜러들은 현재 10%인 관세가 철폐되면 대당 1000유로 이상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자동차, 기계, 무선통신기기, 선박, TV 등 공산품 수출이 늘어 EU 내 시장점유율을 3.9%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종규 수석연구원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은 한·미 FTA보다 경제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경쟁력이 약한 분야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치즈나 양돈, 냉장돼지고기, 냉동삼겹살 등은 관세 철폐 기간이 10~15년으로 긴 편이지만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은 “EU는 27개 회원국마다 경쟁력 있는 품목이 최소 한두 개씩 있다보니 FTA가 발효될 경우 국내 농어업 피해는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를 보유한 EU의 제약사들은 현재 평균 8%의 관세 철폐시 한국시장에서 더욱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에서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영세 제약사들은 더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의료기기도 EU로부터 연평균 6억7800만달러를 수입하는 반면 수출액은 2억1500만달러에 그친 상황에서 FTA로 무역역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EU FTA 타결이 정체 상태인 한·미 FTA 비준을 추동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또 정식 서명을 앞둔 인도와의 사실상 FTA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과의 FTA에도 탄력이 붙길 원하는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거대 FTA를 통한 경제위기 돌파 전략에는 구조적 위험도 있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거대 경제권과 동시다발로 맺은 높은 수준의 FTA는 최악으로 본다”며 “특히 상·하수도를 비롯한 공공서비스는 한 번 개방하면 돌아갈 수 없다는 게 가장 문제”라고 우려했다.

<전병역기자>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