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BIG
“지금은 주식에 투자할 때 아니다”
[매일경제] 2008년 10월 25일(토) 오후 05:10
지난해 말 코스피가 2000을 찍을 때 전문가라 불리는 많은 이들이 외쳤다. “3000까지 내달릴 수 있다. 사라(Buy).”
중국 상하이지수가 5000을 넘어갈 때 거품 논란이 거셌다. 그래도 역시 많은 전문가들은 “8000을 넘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제도권에서 전혀 증권 경력을 쌓은 적 없는 한 외과의사가 반대편에 서서 확신에 찬 목소리를 냈다. “코스피 하락은 물론 중국 상하이지수도 200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다우존스지수도 1만이 깨질 것이다.”
정확히 맞췄다. 바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 원장(44)이다. 그는 의사라는 본업보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의 재야 주식 전문가로 유명하다. 최근엔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투자철학을 담은 책을 냈다.
가계부채·부동산 거품 등 복병 여전
최근 주가가 대폭락했다. 지난 10월 16일엔 코스피가 120포인트 빠졌다.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설상가상 17일엔 1200선도 무너졌다. 한국 기업들의 체질에 비해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소위 바닥론이다. 그러나 박 원장은 최근의 코스피 바닥론에 대해 조심스럽게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 그는 “미국 금융위기의 도래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를 일부 반영하고 있을지 모르나, 우리 내부의 신용위기와 가계신용이 경착륙했을 때는 심각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증시와 경제가 일어서기 위한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바로 가계 신용위기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다. 이 두 가지만 잘 해결된다면 한국 경제가 일어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금 외부에서 불이 나 우리 집에 불이 번지는지 살펴보는 형국입니다만, 사실 우리 집 안방에도 이미 불이 붙어 있는 상황이죠. 우리나라가 직면한 경제 위기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신용위기’인데요, 안팎의 경제 여건이 안 좋아 소득·소비·경기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지면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수 있습니다. 최근 수치를 보면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요. 사태가 심해지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오고, 2차 3차 금융기관이 위험해질 겁니다. 정부가 여기까지는 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저축은행이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될 겁니다. 은행이 저축은행 위기 속에도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는 의견에는 의문부호를 붙이고 싶어요.”
중국도 성장세 확신 어려워
부동산도 걱정거리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졌지만 한국만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인은 부동산 소유가 중산층의 상징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민들은 ‘나는 집도 없이 전세를 산다’라며 서민인 이유를 대지요. 반대로 집 한 채 있으면 중산층 대접을 받는 게 한국입니다. 그래서 부동산을 내다 팔지 않는 것입니다만, 금리가 오르거나 부채가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매도하겠지요. 이 경우 경제적 충격도 크지만 사회문화적 충격이 더 클 수도 있어요. 가처분소득(실질소득)이 늘어나 가계부채를 줄이거나, 이자를 내려 부담을 줄이면 연착륙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내년 하반기에는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까 전망해봅니다.”
박 원장은 올해 들어서의 하락장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 근거가 무엇이었을까.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다우지수가 1만이 깨질 수 있다고 했죠. 중국 역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했어요. 거품도 심하게 끼어 있었지요. 국내 주식시장도 거품이었습니다. 두산의 경우는 중국 관련주라는 이유만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았어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1500선에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망은 틀렸습니다. 한국은 양쪽 국가의 위험성에는 어느 정도 비켜 있어 폭락의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봤는데 세계 증시가 이렇게 함께 움직일 줄은 몰랐던 겁니다.”
그렇다면 20년간 투자를 해왔던 그가 확신을 가졌던 때는 언제였을까. 그는 딱 네 번 있었다고 했다.
“97년 외환위기 뒤 코스피가 300으로 빠질 때 주변 사람들에게 ‘흙 묻은 바지라도 팔아서 주식에 투자하라’고 했지요. 당시 IT주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또 99년 말 코스피가 1000을 넘었을 때 거품이 끼었다고 봤고요. 세 번째 미국 911테러 때는 바닥이라고 확신했습니다. ‘10년 뒤엔 삼성전자 주식을 이 가격에 못 산다’고 큰소리쳤지요.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13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고점론을 외쳤습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맞았지요. 그러나 지금이 바닥에 왔는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안전자산에 돈 묶어둘 때
한국 증시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중국 증시에 관해서도 물어봤다. 한국 국외펀드의 60% 이상이 중국에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박 원장은 지난해 말 한창 중국 상하이지수가 5000을 넘어설 때 고점론을 외치며 하락을 주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는 미래에셋이 중국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인사이트펀드를 내놓아 한창 인기를 끌 때였다. “전문가들은 코웃음 쳤습니다만 당시 5500이었던 상하이지수는 그 뒤 쭉 빠지더니 2000 밑으로까지 떨어졌죠.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증시 전망을 하곤 하죠. 중국이 매년 10%씩 20년간 성장한다면 아마 전 세계 자본의 90%를 중국이 쥘 겁니다. 성장률로 따지면 국내 주가도 2000이 아닌 1만은 가야 할 겁니다. 오류입니다. 또 중국은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30%는 넘어야 내수 기반이 생긴다고 봤는데요 중국은 여기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는 “누가 봐도 거품이었는데 당시 한 운용사가 중국 주식을 장밋빛으로만 포장해 문제가 있었다”며 “내수기반 확대가 없는 이상 중국 증시는 10년간 1500에서 6000 사이를 왔다갔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원장에게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투자방법을 조언해 달라고 했다. 그는 주저없이 “빚을 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빚이 없는 상태에서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굳이 바닥을 확인할 필요는 없지요. 과거 피터린치가 ‘14번이나 폭락이 있었는데 한 번 더 있어봐야 15번째일 뿐이다’라고 얘기했죠. 지금은 주식에 투자할 때가 아니라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박경철 원장은 누구?]
■ 의대 시절 주식 파고들어
외과의사와 증권전문가로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최근까지 MBN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각종 언론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얼마 전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란 저서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10년 전 술과 담배를 끊은 뒤로는 시간이 많아 두 가지 일을 꾸려내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본업은 병원을 경영하는 외과의사”라고 강조하는 박 원장은 “증권투자를 20년 이상 하면서 어느 정도 시장을 읽는 눈은 키웠지만 아직 제대로 읽지는 못한다”며 “제도권이 아닌 외부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낮춰 말했다. 그는 “7년간 MBN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다양한 전문가를 만났지만 상승국면, 하락국면별로 시장을 잘 읽는 전문가가 다른 것 같다”면서 “가장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에 투자하는 가치투자가 투자의 정석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 원장 약력
64년생/ 영남대 의과대학/ MBN 머니레볼루션 진행/ 머니투데이 편집국 전문위원/ 안동신세계연합병원 원장(현)/ 저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명순영 기자]
반응형
LIST
'▣③ 재테크 情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0) | 2008.10.28 |
---|---|
기준금리 0.75%포인트 대폭인하, 주택담보대출 큰폭 하락 (0) | 2008.10.28 |
[부동산가이드] 상가주택 잘 고르는 노하우 (0) | 2008.10.26 |
인감발급ㆍ은행대출, 구비서류 없이 OK (0) | 2008.10.23 |
집 살때 대출인수 ‘요주의’ (0) | 2008.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