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가 그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둘이서 만났다. 의외의 오붓한 분위기였다. 당초 30분 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것을 보면 그렇다. 1시간 동안이었으니 할 말이 많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전 서울시장을 전제로 깔고 말한다면 분명 수평의 관계다. 하지만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된 이 마당은 그 '만남'이란 말부터가 다르다. 명분과 이유가 뚜렷해야 하는 과정의 장애는 그만큼 높다. 김 지사가 지난달 22일 있었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불참을 내세운 이유다.
김 지사로서는 지난 2년여 경기지사를 하면서 속 타는 때도 많았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코드가 다른 정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발 끈을 졸라매고 거리에 나가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포퓰리즘 지사라는 '닉네임'이 붙을 법도 했다.
김 지사 입장서 보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훨훨 타오르는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을 식힐 길이 없었다. 그래선지 거리지사 역할도 톡톡히 효험 본 것도 있다. 수도권-비수도권으로 2분화한 현 정권의 '균형발전'의 흐름을 일단 끊었고, 역차별의 레토닉 효과로 '로스쿨'도 반타작은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날 이명박 당선인을 만나는 순간 김 지사는 천군만마를 만난 기분이었으리라. 그만큼 수도권 광역단체장이란 자리의 한계를 절절히 느껴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 말이 선출된 지사지 일을 좋아하는 지사라면 차라리 임명직 때만도 훨씬 못할 만큼 수도권은 '정권코드'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김 지사는 무엇보다 이날 규제개선을 말머리에 놓고 3대 신 발전 전략이란 보따리를 풀었을 것이 뻔하다. 그의 지사 4년 로드맵은 역시 '규제개선'이란 큰 틀에서 출발하고 있다. 서해안권과 경기 북부권.동부권의 3축은 그래서 신 경기발전의 전략 중심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실 지난 김 지사 2년여를 바라보면서 오히려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수도권의 도정은 정권의 코드 없이는 끈 떨어진 가방과도 같기 때문이다.
특히 김 지사는 '규제개선'이 선거공약 1호였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 되는 일이 다반사라지만 김 지사를 겪어본 우리로선 그렇지도 않았다. 오매불망 김 지사의 '규제개선'과의 투쟁은 도정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어느 도정보다 김 지사의 머리서 늘 떠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다. 2차 균형발전 발표가 그 절정이었다. 역차별의 대명사라 할 현 정권의 비호 속 비수도권의 공세는 김 지사로선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젠 모두 옛 얘기가 됐다. 이날 김 시자가 2년여 회고의 한 토막으로 내놓았을 것이란 짐작도 그래서 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소속 당을 떠나 김 지사와 이 당선인과의 지향점은 일치하는 데가 많다. 의정시절을 떠나 단체장이 된 이후 김 지사의 성장 일변도는 놀라운 데가 많다. 한때 도민들은 이를 가리켜 '성과'주의로 오해한 적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명품도시' 건설이나 서울을 연계하는 수도권 교통망의 일원화 추진은 도정을 주민 편의 쪽으로 이끌어냈다.
이명박 당선인의 서울시장 경력이 대통령 당선에 주효한 것이라면 김 지사 의도와는 달리 단체장의 '경륜시대'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은 물론 상징으로 대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수도권 단체장의 경험적 토대에서 앞으로 펼쳐질 '광역경제권'을 추진하는 데 경기지사로의 제 역할을 해야 할 몫은 분명 있다. 김 지사의 또 다른 2년을 바라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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