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계획과 실천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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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욱 기자> |
10년, 20년 전에 비해 확실히 나아진 것은 무엇일까? 결혼식장 뷔페에서 만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잘 먹기 쉽지 않았어. 먹는 건 확실히 나아졌어.” 이렇게 말하는 선배는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고 있는데 전문자격증이 5개나
된다. 그런데도 앞날이 불안해 또 다른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고 박사학위도 있으면서 대기업에 착실하게 다니는 이모씨(44)도 비슷한 말을 한다. 돈
관리는 아내가 하는데, 적지 않은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데도 별로 모인 것도 없고 노후도 불안하다고 한다. “제일 불쌍한 건 월급쟁이야. 50대에
회사 그만두면 막막하잖아?” 대화 끝에 지출통제에 관한 얘기를 하는데, 아내의 지출습관을 하나 꼬집는다. “우연히 지갑을 봤는데, 1000원짜리
5000원짜리 1만 원짜리가 막 섞여 있더라고.”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불안감 외식이 늘고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고
사람마다 휴대전화가 있다. 멋진 옷에 재밌는 영화감상과 해외여행, 이 모든 풍요 속에서도 사람들은 어쩐지 불안하다. 그 불안을 비집고 들어가
금융상품을 파는 상술(?)도 발달하고 있다.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하셨나요?’
불안한 미래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해보지만 완벽한
해결은 어렵다. 그래서 종교에 의지하기도 한다. 대자연과 영원한 시간에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절대자에 의지하는 것도 결코 의미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될 대로 되겠지’ 식의 자포자기나 종교 또는 돈에 의존하는 것보다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알뜰한 생활습관과 계획 아닐까.
재무상담사 버금가는 꼼꼼한 금융지식 전자상가에서 조립컴퓨터의 부품판매업을 하는
이모씨(37)와, 맞벌이를 하다 현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부인 강모씨(35)는 아들(초등 1학년) 하나를 둔 결혼 10년 차 부부다. 현재 두
부부의 월 소득은 270만 원으로 다소 적은 편이다. 그런데 물려받은 재산이 전혀 없는데도 현재 순자산은 2억이 넘는다. 나가는 돈이 적은 결혼
초기에 맞벌이를 하면서 열심히 종자돈을 모은 덕이다.
돈 관리는 부인이 하는데 금융지식도 풍부하다. 재개발에 관해 충분히 알아본 다음 효창동 재개발지역의 주택을 구입해 2010년에
입주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보험에 대해 확실히 알기 위해 석 달 동안 보험설계사도 했다.
금융지식과 함께 검소함을 소문낼 정도로
알뜰한 살림살이를 해왔다. 단적인 게 주거지다. 부부의 직장과 가까운 곳이라 교통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미국에서 유명한 재무설계 책에도
나오는 대목이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주거지를 정하고, 되도록 자가용을 이용하지 마라.’ 현 빌라를 정할 때 아파트로 하려다 만 제일 큰
이유는 불필요한 관리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렇게 알뜰한 가정이면서도 재무설계를 신청했다. 재개발 입주자금 계획을 세우고,
노후자금 설계도 해야 하고, 좀 더 멀게는 아들 교육자금과 주택확장자금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다.
미래 저축계획 세우기
재개발 예정지 주택을 구입하면서 부모로부터 3000만 원을 빌렸는데 부인소득 80만 원과 생활비 절감액 약 30만원을 MMF에 넣고 있었다.
상담 당시 잔고는 1170만 원. 어차피 상환 때까지는 2년 정도 걸리므로 좀 더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1년 정기예금 5.2%)에 1000만
원을 예금하기로 했다. 세후이자가 15만 원 이상 이득이다. 170만 원은 긴급예비비로 CMA 통장에 넣어두기로 했다.
또 부인소득
80만 원도 역시 저축은행 적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1년 짜리 적금을 넣는 것은 저축은행의 이자율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그때에 가서 가장
좋은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함이다.
나머지 저축여력과 보험재설계로 생긴 여유분 12만 원까지 합치면 월 40만 원을 저축할 수 있게
된다. 이 자금을 사용할 부부의 생각은 조금씩 달랐다. 재무상담을 받는 대부분 가정은 부부가 미래자금 목표를 공유한다. 그러나 그게 일치하는 게
꼭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부부는 각자가 생각하는 재무목표가 달랐다.
그것을 존중해 각기 월 10만 원씩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적금(5.8%)에 가입했다. 10년 동안 알뜰하게만 살았는데, 이제 가족여행 계획도 세워보겠다고 한다. 바둑 고수의 수순처럼, 정말 행보가
빈틈이 없는 계획이다. 나머지 20만 원은 아들 학자금과 노후를 대비해 보험사 장기저축에 가입하기로 했다.
보험, 보장기간은
늘리고 보험료는 낮추기 세 식구의 보험으로 남편 4개, 부인 4개, 아들 2개 총 10개가 가입되어 있다. 월 보험료는
46만4000원으로 총 가계소득의 17%다. 보통 가계의 적정보험료 수준을 8~10%로 본다면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보장기간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보았다. 부인 보험 가운데 하나는 보장기간이 47세까지이고, 또 하나는 60세까지다. 남편 보험 가운데 하나는 2007년에 보장기간이
끝나는 운전자보험이고, 또 하나는 60세까지만 보장되는 보험이다. 과거에는 보장기간이 60세인 보험이 많았다. 지금은 점차 보장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적어도 80세까지는 되어야 안전한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부 각자에 대해 보장기간을 80세로 하고 질병보장은 90세까지
되는 보험상품을 비교해 보았다. 월 보험료는 낮추고도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기존 보험에 납입한 보험료가 아깝기는 하다. 그러나 보장내용은 더
좋으면서 향후 납입할 보험료 총액은 1000만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알뜰함과 계획성 그리고 실천이 행복의 기초
보통 가정의 재무설계에서는 정확한 지출통계를 잡는 게 가장 큰 일이다. 그러나 이 가정은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그래도 오차는 있다. 사교육비로
25만 원 정도가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조목조목 따져보니 34만 원이다. 소득대비 13.6%다. 포도에셋에서 재무상담을 받은 서울지역 2자녀
가정의 평균 사교육비가 13.7%인 점을 감안하면 1자녀인 이씨 부부의 사교육비 부담은 매우 큰 것이다. 이 상태에서 자녀 하나 더 갖기는
재무구조상 거의 불가능하다. 저출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씨 부부는 알뜰함(검소함)과 계획성으로 재무상담사의 잔소리(?)가
별로 필요 없는 가정이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상담이 끝난 뒤 고객은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평상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해소되면서 갑자기 부자가 된 듯하군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 가정은 앞으로도 계획을 착실하게 이행할 것 같다.
피타고라스가 말한 것처럼 자기통제가 사실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비록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알뜰하게 살면서 미래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여유이고 행복이다. 왜냐고? 적어도 돈에 끌려다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이광구<포도에셋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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