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안장원.함종선] 이달 초 목동 2단지 아파트를 장만한 김모씨는 지난해 말 계약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있다. 김씨는 "45평형을 사려고 값을
흥정하는 한 달 사이 3억원이나 뛰었다"며 "서두르지 않으면 35평형마저 놓칠 것 같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말했다. 요즘 서울과 수도권의
중대형 아파트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 2003년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를 뼈대로 한 10.29 대책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요즘은 정도가
심하다. 작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는 인기지역의 '똑똑한 중대형 한 채'로 재산을 집중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 평형 클수록 집값 유리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3일 현재 60평형대가 2.62%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으며 50평형대는 2.02%, 30평형대 1.16% 등이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중대형의 상승률이 소형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소형 아파트를 팔아 중대형으로 갈아타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의 경우 지난해 말
26평형이 6억원, 43평형이 15억원 선으로 9억원 차이가 났으나 요즘엔 각각 6억5000만원 선, 17억원 선으로 차이가
10억5000만원으로 벌어졌다.
강남권뿐 아니라 요즘에는 서울 목동과 분당 등 인기 주거지역에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말 12억원 선이던 목동 9단지 45평형
매도호가는 최근 1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신시가지 20평형대는 연말보다 2000만~5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촌동과 분당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촌동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12억~14억원이던 LG한강자이 54평형의 호가가 최근
17억~18억원으로 급등했다.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40평형대는 호가가 연말보다 20%나 올랐지만 인근의 20평형대는 5%나 내렸다. 서현동
현대부동산 김성구 대표는 "강남 재건축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에 규제가 집중되는
사이 비강남권 인기지역의 중대형 아파트가 오르는 '풍선효과'까지 겹친 것이다.
새 아파트 청약현장에서도 중대형 선호도는 두드러진다. 임광토건이 최근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서 분양한 1036가구의 아파트 중 40평형대
이상(44, 54평형)은 90%의 계약률을 보인 반면 30평형대는 65%를 나타냈다.
◆ 수요는 늘고 공급은 막히고 =중대형 선호도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방침이 나온 2003년 10.29 대책 이후 뚜렷하다. 특히
내년 시행되는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앞두고 중대형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유별나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서초동 시티랜드 안시찬
사장은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것보다는 종합부동산세를 물더라도 인기지역의 한 채를 보유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소득 증가로 큰 아파트 수요는 늘고 있으나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주택공급량(사업승인 기준)의
경우 전용 25.7평 이하가 4만1832가구인 반면 25.7평 초과는 9965가구밖에 안 된다. 문제는 인기지역일수록 중대형 공급이 적다는
것이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2만7166가구 중 40평형 이상은 3654가구(13%)다. 목동 엄지공인 김상욱 대표는 "9단지 2000가구 중
매물이 45평형 1가구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주택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데 이를 해소하려면 인기지역에서 중대형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큰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강남권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중대형을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강북권에서 중대형 평형 공급은 확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건교부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 용역을 통해 뉴타운에서 전용 25.7평
초과 주택을 현행 20%에서 40%로 늘리기로 했다.
안장원.함종선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