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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개혁, 무릎꿇은 정부.."비겁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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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개혁, 무릎꿇은 정부.."비겁한 선택"

[머니투데이 박재범기자]조세 개혁 방안 발표가 연기됐다. '충분한 검토를 위한 것'이라지만 국민의 조세 저항과 정치권의 반발에 정부가 무릎을 꿇은 셈이다. '양극화 해소' '저출산 대책' '복지 확충' 등 내걸었던 명분은 어느새 사라졌다.

일각에서 '비겁한 선택'이라는 극언이 나오는 이유다. 한번 좌초된 터라 하반기 이후 나올 방안이 힘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조세 개혁 자체가 '표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철학도 원칙도 없다 = "2월 중순이면 공청회가 가능하다"던 정부의 확신은 물거품이 됐다. 당초 중장기 조세개혁을 추진했던 목표도 함께 사라졌다. '조세 합리화' '양극화 해소' 등은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제는 '국가재정운용계획 연계'가 자리를 대신하며 발표 연기의 명분으로 떠올랐다. 특히 "세출 구조 조정 및 세입 조정 검토를 먼저 하겠다"(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는 말은 조세 개혁 마련 과정의 허점이 있었음을 자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화두로 제시한 것도 혼란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당부했지만 실제로는 돈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노력보다 돈을 어떻게 걷을 지에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여론-정치권에 밀리고 = 김용민 세제실장은 조세개혁 방안 발표 연기와 관련 "대안 모색 시간을 더 가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토할 때마다 상황이 바뀌는 점을 감안했다고도 했다.

여론의 비판과 저항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는 고백으로 들린다. 여론의 반발로 하나 둘씩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정부를 답답하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정치권, 여당의 반발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5.31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가 예상되는 조세개혁 방안을 내놓는 게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실제 2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의 연기도 여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행보는 일반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어차피 할 조세 개혁이라면 저항을 뚫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긴다면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연기'로 피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점에서 출발… 조세 개혁 차질 우려 = 정부가 조세개혁 방안 마련을 6월 이후로 늦춘 것은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향후 복지 정책 등 돈이 쓰일 곳을 발굴하는 노력과 병행되면서 조세 개혁 그림이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매년 8월경 마무리되는 '세제개편안' 작업과 맞물리면서 단기와 중장기를 아우르는 세제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반면 정부의 '숨고르기' 의도와 달리 국민의 조세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세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더라도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면서 "어쨌거나 한 차례 연기하는 것인데 국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세 개혁 자체가 '표류'될 것이라는 전망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대선 정국에 돌입하게 되면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재범기자 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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