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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정비사업관리업체, 재개발 비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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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정비사업관리업체, 재개발 비리의 시작?

주민과 건설사, 브로커 낀 정비업체에 불만 토로

미디어다음 / 오미정 기자

정비사업관리업체에게 반대했다가 협박 문자 받아

"원수를 만들지 말길, 언젠간 되돌아 갈 것을"
"불쌍한 인생, 바르게 사십시오. 발악이 안타깝습니다."
이는 한 재개발 지역 주민이 1004라는 익명의 발신자에게서 받은 문자 메시지다. 전화국 확인 결과 메시지들은 이 지역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한 정비사업관리업체 직원이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주민은 “이 지역에 공을 들인 한 정비사업체에 반기를 들었더니 재개발 추진위원회에서도 쫓겨났고 이런 협박 문자도 받는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데다 언제 어디서 해코지 당할지 몰라 경찰서에 신변보호 요청까지 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에게 이 지역 추진위와 유착 의혹이 있는 A 정비사업체의 부적합성을 설명하고 사업자 선정 추인을 저지하려다 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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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정비사업체에 불만 팽배


ⓒ미디어다음 오미정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컨설팅업체)는 정비사업(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조합설립업무, 사업성 검토, 설계자ㆍ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신청의 대행 등의 업무를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으로부터 위임받은 사업자로 일종의 서비스 업체다. 정비업체가 위임받는 재개발 초기 단계의 임무가 이처럼 막중한데다 재개발 사업에서 얻는 이익도 막대해 이들에 의한 탈법 행위가 비일비재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모든 정비사업체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으로 브로커와 연계한 일부 정비사업체가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데에선 의견을 같이한다. 심지어 몇몇 군소 정비사업체는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라고도 알려지고 있다.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서울의 한 재개발 지역에서도 올 초 정비업체로 가계약 한 A 업체에 대해 많은 주민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A 정비사업체는 사실 재개발 인가도 나지 않은 이 지역에 1년 반 전부터 사무실을 개소해 정비사업권 획득을 위한 물밑 작업을 펼쳤다. 주민들은 추진위 구성 전부터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이 정비사업체가 추진위 구성에도 관여했다고 믿는다.

이 지역의 한 주민은 “A업체가 추진위를 구성하며 추진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정관에 나와 있지도 않는 아파트 로열층을 약속하며 위원들을 포섭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칙적으론 추진위를 구성한 후 정비사업체가 선정되야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정비사업체가 먼저 들어온 후 추진위가 구성됐다. 이 때문에 정비업체가 추진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구성한 후 자신들을 정비사업체로 선정하도록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정비사업체가 시공사 선정에도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한 주민은 또 “올 초 정비사업체 선정을 위한 추진위 회의에 A 업체의 직원이 참석해 지켜봤다. 게다가 무기명 투표가 아닌 기명 투표가 이루어지기까지 했다”며 회의의 불공정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더 낮은 평당 사업비를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지 않고 이 업체가 선정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대부분의 이 지역 주민은 정비사업체가 시공사 선정에도 개입했다고 믿는다. 한 주민은 “시공사 입찰 서류 접수 기간이 터무니없이 짧아서 많은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또 주민들이 원했던 한 대기업은 추진위 측이 ‘일정 세대 이상 재개발을 해 본 업체’로 기준을 뒤늦게 강화하면서 입찰에 참여조차 못했다”며 “정비사업체가 이미 건설사를 내정한 후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정비사업체와 유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추진위원들은 이면 계약 등을 통해 각종 이권을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면서 발생하는 손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지게 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이 업체는 1월 초 추진위로부터 사업권을 내정받은 후 주민들에게 철거 용역 등 재개발을 둘러싼 관련한 각종 이권 사업 위임 동의서 및 인감증명서를 요구해 일부 주민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게다가 추진위 운영 규정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수정하려하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몇몇 주민은 이 같은 정비업체의 횡포에 대해 관련 구청에 진정까지 접수시켰다.

이 지역에서 시공권을 따낸 건설사 관계자마저도 “문제는 A정비사업체다. 이들의 농간에 건설사도 놀아났다”고 정비업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비사업체 선정 불발로 혼란 가중

이 지역에서는 얼마 전 시공사 내정을 위한 주민총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A업체와 유착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이 아닌, 경쟁사가 시공사로 결정됐다. 재개발 사업의 핵심인 시공사 선정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이 지역 재개발 절차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이날 총회에 A정비용역업체의 추인까지 부결되면서 이 지역에는 또 다른 혼란이 찾아왔다. A업체는 1월 초 추진위원들만의 회의를 통해 90%가 넘는 지지율로 사업권을 내정 받았지만 결국 주민들의 추인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몇몇 주민들은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정비사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다시 내 처음부터 다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주민은 가격을 낮게 책정해 재추인 받으려는 A업체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상태다.
이런 혼란의 피해자는 결국 이 지역 주민들이다. 한 주민은 “A업체가 지지하던 건설사가 탈락한 상황에서 A업체가 정비사업자로 결정된다면 일처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정비사업체 선정 등에 관한 문제로 불협화음이 계속되면 재개발이 늦어지게 돼 손해를 입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이 과정에서 A사에 대한 추인을 반대하고 재입찰을 요구하는 주민은 앞서 예로든 것처럼 협박 문자까지 받았다.

정비사업체, "계약 어긴 것 없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 = 연합뉴스]
1년 반 전부터 이 지역에 사무실을 개설한 후 이 지역 재개발 추진을 위해 '주민 봉사'를 해 왔다는 A업체는 이 같은 주민들의 반발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업체는 “각종 동의서를 미리 요구한 것은 단지 행정 절차를 빨리 진행시키기 위함이다. 동의서는 임의사항이라서 나중에 변경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낮은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 추진위에 의해 사업자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서도 A업체는 “우리가 이미 1년 반 동안 많은 행정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에 후발업체가 가격을 낮출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경쟁사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다. 서비스의 질이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A업체 측은 추진위 회의장에 배석한 것과 관련, “카메라 촬영을 돕기 위해 몇몇 직원이 참석한 것이고 그 전부터 이런 행정절차를 도와 왔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특정 건설사나 추진위원들과의 유착 문제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A업체 직원은 이어 “얼마 전 열린 주민 총회에서는 주민들이 입찰 가격에 대해서만 집중 성토했을 뿐 서비스의 질에 관심이 없어서 추인이 안됐다”며 “계약을 불이행 한 적도 없는데 만약 재추인에 실패하면 지금까지의 업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쟁사, "A사와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다"

추진위 회의에서 이 업체와 경쟁을 벌였던 B 정비사업체 관계자의 주장은 A업체의 설명과 크게 차이가 난다. A업체의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B사 관계자는 “추진위 회의에서 사업 설명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 네 업체가 참여했는데 다른 두 업체는 A 업체가 들러리 세운 것 같았다. 심지어 이들 중 하나는 1차 서류 심사조차 통화하지 못했던 업체다. 가장 높은 가격과 가장 낮은 가격의 중간 가격을 부른 A업체가 선정이 됐는데 우리가 부를 가격이 최저가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도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서비스의 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A사 측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 지역은 1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이기 때문에 그 정도 가격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A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B사는 “등본 발급 비용 등 행정비용과 추진위원사무실 운영비 등은 대여금이다. 추인되지 않으면 소요된 비용의 원가만 가져가면 된다. 최종결정이 나기 전에 사업에 뛰어든 것은 A사의 투자인데 그것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구청, "지도는 하지만 문제 발생 가능성 전혀 없는 것 아니다"

이 지역의 혼란 상황에 대해 해당 구청의 관계자는 “주민 진정 건에 대해서는 동의서를 사업추진단계별로 동의서를 다시 받도록 지도했다. 추진위 운영 규정 역시 당초 제출한 것과는 다르게 변경 승인했다”며 꾸준한 시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비사업체 선정 추인 부결에 대해선 “사업체 선정 문제는 추진위의 일이다. 추진위와 정비업체의 유착이나 이면계약 가능성에 대해서 알 방법은 없다”며 문제 발생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모든 정보 공개돼야 비리 줄어들 것”

문제는 구청 관계자의 언급과 마찬가지로 추진위와 정비업체간의 유착이나 이면계약이 있어도 알아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비업체가 추진위 구성에 개입해 이들에게 이권을 약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리를 저질러도 이 지역에서처럼 속수무책인 셈이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정비업체의 임무 수행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진단하고 “모든 정보와 서류가 투명하게 공유돼야 분쟁과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재개발로 인한 막대한 이익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재개발 사업을 통해 개발 이익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환수시켜야만 이 같은 비리와 부조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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