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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로 보는 인간의 처세술 (다시 보는 조조의 처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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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로 보는 인간의 처세술-다시 보는 조조의 처세술

 

 

소설 삼국지를 읽으면 유약한 유비보다는 변화무쌍한 조조의 매력에 빠질 때가 많다. 이는 비단 나만의 감회는 아닌 듯하다. 최근 그의 처세술을 다룬 책자가 ‘전국시대 천하통일을 달성한 시대의 영웅’으로 묘사되며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과거 우리는 그를 ‘시대의 간웅(奸雄)’이라 하여 ‘간사하고 얍삽한 사람’을 빗대 ‘조조 같다’는 말을 사용했다. 이는 나관중의 역사소설인 삼국지연의 때문이다. 명나라 작가인 나관중은 촉의 유비를 한의 정통파로, 위의 조조는 황실을 배반한 불충한 신하로 해석했다.

그러나 훗날 역사는 조조를 ‘천하를 통일한 지도자’로 재조명하고 있다. 실제로 북송의 대표적인 시인 소동파, 남송의 유학자 주자, 근대 중국 작가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노신 등 모두가 그를 높이 칭송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근래 중국에서도 조조를 ‘용맹 과감한 무인’ ‘권모술수가 교묘한 정치가’ ‘용병에 뛰어난 전략가’ ‘시재가 있는 통치자’란 말로 재평가하고 있다.

이렇듯 변화된 인물평이 시대를 지나 최근에 이르러 그의 처세술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더구나 날로 치열해지는 무한경쟁 시대를 사는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마저 ‘조조 배우기’가 한창이다. 과거 군웅이 할거하던 전국시대를 현재와 비교하며 그 속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조조는 단순한 방탕아가 아닌 학문과 무예가 뛰어났으며, 특히 검술과 병법은 그 지역 젊은이들이 견줄 자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하남에 허자장이라는 역술인이 살고 있었다. 관상대가이기도 한 허자장은 젊은 시절 조조를 보고 한눈에 ‘그대는 치세의 웅신이고, 난세의 간웅일세’라고 평했다. 이것이 바로 앞서 조조를 간웅이라 칭하게 된 유래다. 간웅이란 의미는 간사하고 꾀가 많은 영웅이라 돼 있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평범한 사람을 속여서 천하의 패권을 장악하는 강렬한 개성의 소유자를 일컫기도 한다. 중국 역사를 통틀어 이 의미와 꼭 들어 맞는 인물로 첫째는 조조고 둘째는 마오쩌둥이라는 말도 있다.

조조의 생존법칙은 크게 셋으로 나뉘어 요약되는데 ‘첫째, 적당히 비겁하라, 사는 게 즐겁다. 둘째, 자존심을 감춰라, 성공이 보인다. 셋째, 체면을 버려라, 사람이 모인다’다. 어찌 보면 본능에 충실하며 정글에 사는 험난한 동물의 생활방식과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체면과 자존심을 버리고 비겁한 인생을 살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나는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며 이상을 앞세워 조조의 생존 방법을 무작정 내팽개칠 수도 없는 것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처세의 선택은 개인 마음에 달려 있는 것 아니겠는가.

누구 말인지 모르겠으나 “비겁하기를 거부하고, 현재를 떳떳하고 의연한 자세로 죽느냐, 아니면 현재 조금 비겁하더라도 나중에 살아남아 이상을 펼치느냐를 두고 ‘무엇이 올바른 행위냐’며 꼬집어 말하라면 우리는 선택할 수 없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지난 연말에 이어 연초 계속되는 기업의 대규모 인사를 맞아 ‘직장에서 오래 사는 법’으로 농을 던지는 ‘기둥 뒤의 남자’ 또는 ‘투명인간’처럼 존재하라는 우스갯소리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늘 위기를 외치며 오늘을 사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 같아 우울하기만 하다.

안석우 안피알 대표 aswp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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