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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가 했든 野가 했든 대리투표 있었다면 법적효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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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통과 후폭풍] "與가 했든 野가 했든 대리투표 있었다면 법적효력 상실"

한국일보 | 입력 2009.07.24 02:49

 

전문가 "의원은 독립기관 표결 위임할 수 없어"
정황 있지만 결정적 물증 없어 공방만 난무

22일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여야 간 대리투표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리투표가 사실이라면 표결의 법적 효력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폭발력이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황은 있는데 결정적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 방해행위에 의해 생긴 일"(한나라당)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를 돌며 투표를 한 증언이 나온다"(민주당)며 책임 떠넘기기 공방만 난무하고 있다.

↑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이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2일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자리에 앉아 있는 사진과 국회 좌석 배치도를 보여 주며“오히려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자리에서 대리투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민주당 김종률 의원 등 야3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재투표 끝에 처리된 방송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과 권한쟁의 심판을 23일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고 있다. 신상순기자 ssshin@hk.co.k

 

 

전문가들은 민주당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 자리에서 표결을 했거나 한나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없는 동료 의원 대신 표를 행사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표결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투표는 대리투표도 아니고 권한이 없는 부정투표"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연구관 출신 서복경 서강대 연구교수도 "헌법상 국회의원은 독립기관으로 표결권을 위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리투표 논란이 확대되자 한나라당은 조기 진화에 나섰다. 박희태 대표는 2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대리투표가 있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육탄 공세에 맞서 의장석을 호위하면서 교대로 투표했다는 주장이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표결 결과를 알리는 전광판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표가 반대에서 기권 혹은 찬성으로 바뀐 의혹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의석을 점령, 반대표를 눌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신문법 표결 당시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막을 수 없어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자리에서 반대표를 행사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기권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 자리를 차지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신문법 표결 당시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재석한 것으로 전광판에 표시된 것과 관련, "박상은 의원이 자신의 의석에 민주당 의원이 앉아 있는 것에 화가 나 강 의원 자리에서 찬성투표를 했다가 나중에 취소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복경 교수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먼저 대리투표를 했는지, 대리투표자의 수가 법안 가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떠나 대리투표가 있었다는 점만으로 이번 표결은 무효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대리투표 의혹을 받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적극 해명을 했다. 이철우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좌석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종혁 의원의 터치스크린의 화면상단을 전환버튼을 눌러 초기화면으로 바꾸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인터넷 포털에 대리투표 의혹 동영상이 오른 김영우 의원도 "옆 자리의 정옥임 의원의 투표 여부만 확인했는데 마치 모니터에 손을 대는 것처럼 찍혔다"며 "동영상이 조작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재투표 과정에선 의장석에 있던 한나라당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나도, 나도 찬성 눌러라"라고 말한 것이 국회영상회의록에 그대로 남아,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김형오 의장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와 대리투표 논란은 더 커졌으나, 국회의장실 측은 "이 부의장이 의장석에서 찬성버튼을 눌러 '김형오'로 표기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서 교수는 "본회의장을 촬영한 영상이 대리투표 여부를 가리는 주요 물증이 되겠지만 증거 효력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문제를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기 앞서 국회 자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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