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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ㆍ업체 `검은 커넥션`…돈 없는 원주민은 쫓겨나
비리 끊이지 않는 이유
한국경제
입력: 2009-06-07 17:57 / 수정: 2009-06-0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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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서 별다른 걱정없이 여생을 보내던 김 모(73) 할아버지는 지난 2006년부터 구로구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30여년을 살면서 제2의 고향이라 여겼던 곳에서 쫓겨나듯 떠나게된 까닭은 재개발 때문이다. 김 씨는 자신 소유의 집을 갖고 있었지만 재개발 분담금 3억원을 낼 형편이 안 됐다. 전용면적 60㎡이하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다면 큰 부담없이 재정착할 수 있었겠지만 전용 102㎡이상 아파트만 선택할 수 있다고 했기에 목돈을 구할 수 없었다. 시공사와 조합에 항의를 해봤지만 오히려 시세의 절반 정도인 평가금액에 집을 수용당했다.
재개발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정든 집을 떠나고 재산상 손실까지 입어야 하는 사례는 비단 김 씨 뿐만아니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 보고서에는 주택정비사업 이후 거주가구 주거실태가 나와 있다. 재개발 전에는 주택 평균 크기가 전용 80㎡였지만 사업이 끝나면 107㎡로 늘어나고 평균 집값도 3억9000만원에서 5억4000만원으로 40% 가까이 증가한다. 무엇보다 거주민의 평균 소득이 207만원에서 653만원으로 3배 이상 상승했다. 조합과 시공사가 중소형 아파트보다 사업성이 좋은 중대형을 선호하면서 재개발 이후 원주민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길음뉴타운의 경우 조합원과 세입자가 다시 살게된 경우는 17.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연구위원).돈없는 원주민들이 '주거환경'을 개선해 준다는 명분을 공포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다.
원주민 뿐만아니다. 새 아파트에서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노후주택을 매입한 투자자들 역시 재개발 사업의 '머니게임'에 휘둘리고 있다. 조합과 시공업체 결탁으로 조합원으로서 권리를 전혀 누리지 못한 채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조합과 업체들의 '짜고치는 고스톱'을 현실적으로 적발해낼 수 없다. 정비 철거 시공업체들과 조합임원들의 '검은 커넥션'은 공개입찰 마저 조작할 정도로 공고하다. 원주민들은 조합이 알아서 잘해주겠거니 하면서 개발사업을 일임하고 전 · 월세를 주고 멀리서 사는 투자자들은 조합 속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불투명한 회계 처리 등 조합의 전횡이 드러나 임시총회를 하려고 해도 조합의 방해공작으로 총회를 개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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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이 '복마전'(伏魔殿)으로 전락한 이유는 간단하다. 조합에 사업을 추진할 만한 돈이 없기 때문이다. 남의 돈을 끌어다 새 집을 지으려다보니 사업초기부터 '검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조합이 생기기 전에는 재개발 추진위원회나 정비업체가 필요한 돈을 대납해주고 조합 설립 이후에는 건설업체가 돈을 낸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이권과 직결된다. 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정비업체와 건설업체들이 조합장 등에게 로비를 벌이고 반대로 이들 업체에게 버젓이 뇌물을 요구한다. 일단 '커넥션'이 생기면 원주민이나 조합원들에게 배려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재개발 사업이 막 추진되는 시점에는 여러 개의 예비(가칭) 추진위원회들이 난립,집주인들을 찾아다니며 동의서 확보 전쟁에 나선다. 장밋빛 계획을 손에 쥐어주며 자신들이 가장 많은 돈을 남겨줄 수 있다고 유혹하는데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의 경우 한때 한 구역에서 7개의 예비(가칭) 추진위가 생겨나기도 했다.
정식 추진위원회로 발전하는 예비 추진위는 자금력에 의해 판가름된다. 세력이 약한 예비 추진위가 모아놓은 동의서를 돈으로 사버린다. 돈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인 셈이다. 서울시가 최근 동의서에 일련번호를 매겨 예비 추진위끼리 동의서 사고팔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쨌든 기득권을 잡으면 조합장과 주변 인사를 위해 조합이 운영된다. 추진위는 초기사업을 대행해주는 정비업체 선정한다. 대형 정비업체들은 각 재개발 지역마다 사무소를 차려놓고 예비 추진위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영세 정비업체들은 대형 건설업체들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규모 재개발 지역에서는 건설사가 '꼭두각시' 정비업체를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않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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