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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 사업 ‘올스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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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 사업 ‘올스톱’ 위기

 

“현실 무시한 탁상판결”…

조합ㆍ건설사 소송채비

현 ‘도정법’ 상 구체적 개인 비용산출

불가능 발끈


법원이 주민부담 비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설립한 재개발 조합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기존 조합과 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 측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이 판례로 굳어진다면 더 이상 재개발 사업은 불가능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와 재개발사업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은 “당연한 판결로 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할 호기”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곳은 서울시에만 924개 사업장(주택재개발 451곳, 도시환경정비사업 473곳)에 달한다. 일부 뉴타운 등 거대 사업장에서는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비용 고지 없이 받은 조합설립 동의서는 무효=파장은 지난달 19일 서울고법 제16민사부(강영호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로부터 시작됐다. 법원은 “주민분담금을 명시하지 않은 채 동의서를 받아 조합을 설립했다면 이는 무효”라는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비대위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조합설립의 동의는 추가분담금 등 본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정확하게 안다는 가정하에서 이뤄지는 재산권의 양도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 이를 기준으로 정확한 비용을 고지해야 하며 최초 고지된 개인부담비용과 최종비용과의 차이가 생길 경우 재동의를 받지 않는다면 개인재산권의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달 16일에도 부산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부산고법 제3민사부(한범수 부장판사)는 ‘부산 감천2 주택재개발정비조합’에 대해 설립무효판결을 내리며 “조합원의 추가비용 등은 재개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므로 이를 무시한 동의서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조합 역시 무효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한 요구다=재개발조합과 건설사 등 사업주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건설사 수주영업팀 담당자는 “법원이 기존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도정법상 절차와 사업의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우선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각 사업장이 준수해야 할 도정법을 지킨다면 법원이 요구하고 있는 동의서 작성 시점에서 정확하고 구체적인 개인비용 산출은 무리”라는 점이다. 개인분담금 등 개인비용은 공사비와 사업비로 이뤄진 지출항목과 감정평가 산출을 기반으로 한 수익 부분과의 복잡한 계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도정법 상 조합설립 동의서 작성은 추진위 단계 시점이다. 시공사 선정은 구역지정 단계를 넘어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나 가능하다.


 

따라서 동의서 작성 시점에서는 전체적인 시공사가 제시하는 사업비도 불투명하고, 본격적인 감정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결국 도정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계략적인 예측비용만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토해양부조차도 동의서 작성시 정확한 비용산출이 어렵기 때문에 비용산출 계산법을 적시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사업장 중 90% 이상에서 분쟁 일듯=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을 때 비용분담을 명확하게 제시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이 같은 법원의 결정으로 파장을 겪고 있는 서울 시내 대형 뉴타운 사업장만 4~5곳. 앞으로 전체 사업장 중 90% 이상 향후에 분쟁이 일 것으로 예측된다.


 

마포구의 한 재개발조합장은 “법원의 판결은 일반적으로 판례로 인식되기 때문에 반대 측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 번 걸고 갈 수 있는 문제”라며 “벌써부터 이를 빌미로 반대 측에서는 소송을 하겠다고 얘기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A건설사의 한 수주영업 담당팀장은 “서울 시내에서만 이 문제를 걸고 넘어갈 경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이번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논리적인 법적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면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만약 소송이 걸리면 사업 자체가 연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효판결을 둘러싸고 현재 재개발 사업장에는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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