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드디어 움직인다… 예금·MMF 잔액 줄고 주식·채권 투자 증가
국민일보 | 입력 2009.04.02 18:57 | 수정 2009.04.02 21:31
'경기 바닥론' 탄력 속 외환시장 안정세 영향
돈의 대이동이 시작됐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에 몰려있던 단기 부동자금이 증권이나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자본시장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기저점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금흐름의 추세를 낙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머니 무브' 재현되나=블랙홀처럼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였던 은행과 MMF에서 한달새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7개 주요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3월 말 현재 838조1492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1조2611억원(1.3%) 줄었다. 지난달 16일 설정액 126조원을 돌파했던 MMF는 3월 말 118조4434억원을 기록하며 보름 사이 8조1808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개인자금의 MMF 유출이 주목된다. 코스피지수가 1200선을 재돌파한 지난달 24일 이후 연일 자금을 뺐고 그 규모는 약 53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주식·채권시장엔 투자가 몰리고 있다. 주식투자 증가세를 가늠할 수 있는 실질고객예탁금은 3월 말 현재 12조9076억원으로 2월 말보다 2조3560억원 늘었다. 신용융자액은 2조2327억원으로 2900억원 이상 증가했다. 3월 회사채 발행액은 10조5698억원으로 1월 7조5707억원, 2월 8조3657억원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61포인트(3.54%) 급등한 1276.97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 같은 머니 무브(Money Move) 양상은 최근 '경기바닥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데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외환시장도 안정세를 보이는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투자적격 하위등급인 BBB급들의 회사채 발행액이 지난해 10월 0원에서 3월 6700억원으로 증가한 게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연 3%대의 은행 예금이나 연초 이후 수익률이 0.8%에 불과한 MMF는 4% 수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수익률에 가깝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은 "위험자산으로의 자금이동은 세계적 추세이고 경기바닥론의 확인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펀더멘털 추이는 위로 방향을 잡았고 이젠 속도를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추세 논하기엔 이르다=현재 위험자산 투자는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데 따른 반사작용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자금시장의 큰 흐름이 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시 예탁금이 증가한 것도 최근 증시가 오르니 팔고 나온 게 많아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적격 최하위급등인 BBB-급 회사채 금리는 1일 연 12.06%로 전 고점 대비 0.49%포인트만 빠졌지만, AA-급은 2.89%포인트 급락한 데서 보듯 위험자산 회피심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안전과 위험의 경계가 분명해질 때에서야 진정한 머니 무브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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