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日도 몰랐던 '한국야구의 힘' 김인식
2009년 03월 19일 (목) 01시 44분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미국 샌디에이고 이석무 기자] 한국 야구가 다시 한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다시한번 제압하면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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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WBC 4강 진출은 외부에서 볼 때 거의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이번 대회에 나선 한국은 결코 상위권에 도전할 전력의 팀이 아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총집합했다고 자부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추신수, 단 1명 뿐이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합니다. WBC 웹사이트는 2라운드에서 일본, 쿠바, 멕시코에 밀려 최하위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국은 1회 대회 때 4강에 오른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맏형 박찬호는 전천후로 활약하며 마운드 기둥 역할을 톡톡히 했고 서재응은 든든한 선발투수로서 자기 몫을 해냈습니다. 김병현과 최희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기에 이미 그 당시에 메이저리거급 선수로 인정받았던 이승엽의 불방망이까지 폭발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지금까지 언급한 선수들이 모두 빠졌습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서 재기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서재응과 최희섭은 그 사이 국내 무대로 복귀했지만 아직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속 없이 무적선수 신세가 된 김병현은 대표팀 합류가 기대됐지만 잇따른 우여곡절로 인해 끝내 대표팀 복귀가 좌절됐습니다. 여기에 이승엽 마저 소속팀에서의 부활을 위해 빠졌으니 밖에서 보기에 그야말로 차포를 뗀 반쪽 팀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일본언론들은 1회 WBC 4강,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 최근 일련의 한국야구 성과가 '병역특례'라는 당근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군대에 가기 싫어 야구에 목숨을 건다'는 식으로 노골적인 비아냥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본 언론들에게 이번 한국 대표팀이 보기좋게 한 방 먹인 셈이 됐습니다.
사실 그들은 관과한 게 있습니다. 바로 '믿음의 야구, 뚝심의 야구'를 펼치는 김인식 감독의 존재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김인식 감독은 그야말로 귀신 같은 용병술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한국 야구대표팀의 전력을 200% 이상 극대화시켰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마치 상대의 전략을 속속들이 꿰뚫어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매 경기 김인식 감독의 결정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습니다.
WBC 2차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김인식 감독은 상대 투수 다르빗슈 유를 공략하기 위해 붙박이 1번타자였던 이종욱을 빼고 대신 이용규를 1번에 기용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 지난 해부터 대표팀 붙박이 1번타자로 자리매김한 이종욱을 빼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리드오프 특명을 받고 나선 이용규는 안타와 도루를 성공시킨 뒤 선취점까지 이끌어내 승리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틀 전 멕시코전 스타팅에서 제외됐던 이진영을 선발 기용한 것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스타팅으로 복귀한 이진영은 1회말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이날 경기의 주역이 됐습니다.일본전에 강하다는 평가를 입증이라도 하듯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제대로 작렬시켰습니다.
어떤 때는 마치 쪽집게도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9회초에는 무사 1루 상황에서 김인식 감독은 1루수 김태균에게 주자를 견제하지 말고 1루 라인에 붙어 수비를 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다음타자 후쿠도메 고스케의 타구는 1루쪽 라인을 타고 흐르는 강습 땅볼. 정상적인 수비였다면 공이 뒤로 빠져 최소한 2루타 이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타구였습니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던 김태균은 공을 쉽게 잡아 타자를 1루에서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장면들을 지켜본 미국 현지 중계진 조차 " 김인식 감독의 작전은 백발백중이다. 김 감독은 모든 수비를 관리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은 낭비가 없다 " 라고 말했을 정도로 김인식 감독의 혜안은 놀랄만한 것이었습니다. 김인식 감독 본인도 " 그 상황에서 김태균이 수비위치를 옮겨 타구를 아웃시켰을 때 승리를 예감했다 " 고 털어놓았습니다.
투수운용에서도 김인식 감독은 완벽의 극치를 달렸습니다. 일본 언론들 조차 " 김인식 감독의 투수운용에 졌다 " 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미 일본전에 한차례 나섰던 봉중근의 재출격은 우려스런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김인식 감독은 믿음으로 봉중근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또 경기 후반에는 완벽한 계투작전으로 일본 타선을 잠재우는 투수 용병술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한국과의 경기에 앞서 " 김인식 감독은 야구는 물론 모든 면에서 위대한 감독이다 " 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립서비스인지 진심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김인식 감독은 경기를 통해 그 말을 스스로 입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인식 감독은 끝까지 겸손을 잃지 않습니다. 항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경기는 우리가 이겼지만 실력은 일본이 세계 최강이다 " 라고 말합니다. 일본 입장에선 그런 말이 오히려 속이 터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김인식 감독의 진심이 담겨있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늘 " 경기는 약팀이 이길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야구 전체의 실력이다 " 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김인식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애초에 원치 않았던 대표팀 감독직을 거의 억지로 떠안다시피 맡은 상황에서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계속 치러야 하는 것은 결코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더구나 세번이나 치른 일본전의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와이, 일본, 미국을 오가는 엄청난 강행군을 겪으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김성한 타격코치를 가리키며 " 나 같은 사람은 대표팀을 맡으면 안된다. 이제 대표팀 감독은 무조건 젊은 사람이 해야 한다. 젊은 코치들은 쌩쌩하지 않느냐. 김성한 코치가 감독을 맡아오 된다 " 라고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일정상의 강행군과 정신적인 부담도 김인식 감독의 탁월한 야구감각과 지도력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명실상부 '국민감독'을 넘어서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하게 된 김인식 감독의 신화는 어디까지 계속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한국 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마이데일리 DB]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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