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에 사는 직업군인 양모(29)씨는 지난 2006년 지역은행에서 신용대출로 1천만원을 10%대의 금리로, 지난해 초에는 시중은행에서 1천500만원을 9%대의 금리로 돈을 빌렸다.
최근 양씨는 기준금리가 크게 내려 대출금리가 얼마인지 알아보려고 두 은행에 문의를 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기준금리가 크게 내렸으나 대출금리에는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은행직원은 기본금리와 개인의 신용평가를 포함한 가산금리를 적용해 대출금리를 내릴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양씨는 지난해 이후 더 이상 대출이 늘지 않았고 직업군인으로 직장에 변화가 없고 월급여는 대위로 진급해 오히려 많아졌다고 항의하자 부산지역의 은행은 2.1%, 시중은행은 2.3% 가량 깎아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준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도 내려가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출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급여나 직장 등 개인신용도에 변화가 없는 대출자은 묻고 따지지 않으면 금리인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 내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6일 현재 연 2.49%다.
기준금리가 크게 내렸지만 대출자들의 금리가 예전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은행들이 각종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고정은 1년 단위, 변동은 3개월에 한 번씩 신용평가를 거쳐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적용한 최종금리를 정한다.
따라서 신용에 변화가 없다는데 대출금리가 떨어지 않는 것은 은행들이 내려야 할 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려 예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려는 것은 지난해 고금리 후순위채권과 연 7%대의 특판예금을 많이 팔아 자금을 조달해 역마진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휴대폰이나 카드결제 연체, 직장평가, 급여수준 등 세세한 것까지 평가해 금리차가 크다”며 “단순히 기준금리 인하를 보고 가산금리를 높게 적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들은 금리가 높았을 때에는 가산금리를 내리지 않으면서 저금리라고 해서 가산금리를 높이는 은행들의 영업행태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승재기자/ys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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