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화국]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경기였다. 눈에 확 띄게 달라진 무엇이나 특별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쉽지 않았던 데뷔전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첼시 FC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데뷔전을 치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난 21일 밤(한국 시각) 펼쳐진 '08/0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경기에서,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는 강호 애스턴 빌라 FC를 1-0으로 힘겹게 격파하며 첫 승리를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의 승리로 히딩크 감독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고 한 경기를 치르고 리그 순위를 3위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자신을 지켜보던 많은 팬들에게는 희망을 선사했다.
한 경기로 여러 마리의 토기를 잡은 히딩크 감독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번 경기에서는 히딩크 감독의 새로운 무엇이나 폭발적인 혹은 대단한 변화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부임 후 처음으로 지휘하는 경기였고 상대가 어떤 실험을 하기엔 적당하지 않은 애스턴 빌라라는 강호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히딩크 감독이 얻은 것은 무척 많았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히딩크 감독은 너무나도 중요한 이번 경기를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운영하며 필요했던 여러 토끼를 모두 수확하는 노련함을 발휘했다.
가장 먼저 히딩크 감독이 얻은 노획물은 ‘첫 승리’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서 치른 첫 경기에서 얻은 승리는, 앞으로 히딩크의 첼시가 걸어가야 할 길에 많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승리로 선수들의 사기와 남은 경기들에 대한 집중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히딩크 감독이 얻은 첫 승은 1승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두 번째는 ‘3위 탈환’이다. 비록 이 3위 탈환이 히딩크가 만들어낸 마법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지만, 한 경기를 치르며 무너졌던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더군다나 상대는 자신들을 4위로 끌어내렸던 애스턴 빌라다. 그들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며 순위 바꿈에 성공했다는 점은 앞으로 팀 운영에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수확은 애스턴 빌라와의 악연을 끊었다는 점이다. 첼시는 지난 1999년 이후 10년 동안 애스턴 빌라의 홈구장인 빌라 파크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었다. 그 기록은 조제 무리뉴 감독도 깨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의 승리로 첼시는 빌라 파크와 10년 동안 이어진 악연을 끊게 됐다.
또, 자신들을 제치고 3위로 도약했던 애스턴 빌라가 이어온 기록들을 모두 깼다는 점도 이번 경기에서 첼시가 얻은 부분이다. 첼시는 애스턴 빌라의 13경기 무패 행진을 깨트렸고, 세 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도 종식케 했다.
단순한 1승이었지만 이번 경기에서 히딩크와 첼시가 얻어간 노획물은 많았다. 물론 여전히 리그 우승에 대한 꿈은 희미하지만 리그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과,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다른 대회에서 우승을 향한 자신감 넘치는 도전을 하는 것에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는 승리였다.
쉽지 않았던 데뷔전을 승리로 이끌며 달라짐을 선언한 히딩크 감독. 앞으로 히딩크의 첼시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주목된다.
[축구공화국ㅣ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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