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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덕유산' 종주 나홀로 산행 >上< | ||||
외로워서 풍요로운 내 마음속 '자유찾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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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랄 것도 없는, 엉망인 글씨체로 여러 해 전에 기록해 둔 수첩을 뒤적여 함양으로 가는 교통편과 영각사로 가는 길도 알아보곤 아예 다시 정리할 요량으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한다. 넘쳐나는 자료들 중 필요한 것만 발췌하고 터미널에 확인 전화까지 해놓고나니 이미 절반은 끝난 셈이다. 혼자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몇몇의 동행 제의를 거절하곤 가게에 들러 간단한 식료품을 구입하고 동계 산행에서는 항상 무게와의 싸움과 습기와의 전쟁이므로 배낭에 장갑과 양말을 몇 켤레 더 챙겨넣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마친다. 일정표대로 움직인다면 당일 저녁은 덕유산 삿갓골재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이면 수원으로 돌아오는 계획이다. 왜 혼자가냐고 물어오는 이들에게 대답하기도 번거로워 다녀와서 말해 준다하고 길을 나서며 "왜 혼자가는거지?" 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혼자가는 길은 외롭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외로워서 풍요로울 수 있다. 생각을 공유하려 노력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그저 좋을 따름이다.
■ 함양을 거쳐 영각사에서 시작한 산행
오전 9시10분 수원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한 시간여만에 옥산휴게소에서 잠시 정차를 한후 다시 출발, 12시를 갓 넘겨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가는 날이 장날, 사람들로 북적이는 읍내 식당에서 점심을 때우고 시외버스터미널과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함양지리산고속'이란 버스터미널로 발길을 옮겨 오후 1시에 영각사로 출발하는 버스표를 구입하니 50여분을 기다려야해 터미널 근처를 배회하기로 했다. 함양은 지리산과 통하는 곳이다. 백무동·뱀사골·성삼재…. 그래서 그런가 덕유산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낯설기만 하다. 함양의 속살까지 들여다 볼 기회없이 지나쳐 갔기에 50여분의 여유에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함양에도 8경이 있고 아름다운 유산으로 보존중이란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인구 4만의 함양군에는 상림사계·금대지리·용추비경·화림풍류·칠선시류·서암석불·덕유운해·괘관철쭉이 자랑거리로 곶감을 특산품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정도의 메모를 하곤 시간에 쫓겨 버스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긴다. 읍내를 떠나는 버스가 시골마을 이곳저곳을 돌며 승객들을 내려주고 태우는 가운데 동남아인 아주머니 한 분이 할머니에게 자릴 양보하고 짐까지 정리해 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치밀어 오르면서 버스 뒷자리에 앉아 배낭을 끌어안고 있던 필자를 안절부절못하게 한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얼굴이 뜨거워진다. 우리의 예절문화 탓일까 아니면 원래 몸에 배어있던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이었을 뿐인데 확대해석하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져 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화림풍류라 일컬어지는 농월정을 지나면서 시선을 고정시켰다. 암반 위를 흐르던 계곡물은 얼어붙어 있지만 그 자태와 아름다운 주변 경관 때문이었다. 한여름 시원한 물줄기를 상상해보니 가슴 벅차오르는 풍광임에 틀림이 없다. 계속해서 버스가 지나는 길에 황암사·경모정·동호정·군자정·거연정이 고풍스럽고 단아한 자태로 서있다. 놓치고 싶지않은 풍경이 연이어 나타나면서 자리를 창밖 가까운 곳으로 다가가 앉게 한다. 그렇게 1시간여의 시간을 달려 영각사에 당도하게 된 시각은 오후 2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영각사 입구를 앞에 두고 왼편 계곡으로 들어서는 등산로를 따라 5분여 오르자 영각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 구름속의 남덕유산을 넘어 밤 깊어가는 삿갓골재로….
남덕유산 정상에서 일몰 사진을 찍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러 보지만 이내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기에 빨리 오르려 힘쓰지 않고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혼자 오르는 길이라 부담도 없고 누가 뭐라할 이도 없다. 하산하는 사람들마다 어디까지 가느냐며 질문세례다. 혼자 왔다는 말에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부담스러워 입을 꾹 다문채 땅만 바라보며 걷는다. 1시간 20분만에 올라선 영각재. 아직은 날씨가 좋다. 다만, 육십령 방향에 놓인 구름이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머릿속에 일몰사진 정경을 그리면서 다가가는 남덕유산 방향으로 등산객들이 계단마다 줄지어 내려서며 가는 길을 더욱 지체시킨다. 좁은 계단이라 빗겨 갈 수도 없어 마냥 기다리는 도중 안개가 자욱하게 올라오며 주변을 가려버린다. 바람마저 거세지면서 금방이라도 눈세례를 퍼부을 태세다. 남덕유산 전위봉을 올라 함양 방면을 바라보니 월봉산과 금원산이 안개속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일몰사진에 대한 집착으로 부지런을 떨며 올라선 남덕유산 정상.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세찬 바람과 자욱한 안개뿐 이었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조바심속에 옷 하나를 더 껴입고 버텨보기로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산하는 중이라 홀로 정상석 옆으로 쭈그리고 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걷힐 듯 하며 밝은 하늘을 보여주다 말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이내 날이 어두워진다. 땀으로 젖은 몸에 한기가 스며들어 추위가 엄습한다. 심호흡 몇 번으로 진정을 시키고 삿갓골재 방향으로 내려서다보니 안내산악회가 바닥에 뿌리고 달아난 흔적들이 남았다. 화살표 방향으로 당일 산행 코스를 인도하는 인쇄물을 돌로 눌러 놓고 거둬가지 않은 것이다. 한 두개도 아니고…. 30여분만에 내려선 월성재는 더욱 가관이었다. 수십여장의 화살표 인쇄물이 바닥에 너저분하다. 기분이 상했다. 도대체가 어떤 생각들을 갖고 산행을 하는지 그 사람들의 뇌구조까지 궁금해진다. "제발 좀 자신들이 갖고 온 것 만이라도 가져가란 말야. 다른 사람들 것까지 주워가라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처음으로 입을 열고 황점 방향에 대고 구시렁거려 본다.
■ 악몽과도 같은 대피소에서의 밤
월성재를 지나자 뭔가가 흩날리면서 시야를 가린다. 반짝이는 눈가루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랜턴 불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황점마을 불빛도 자꾸만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오른 편의 황점마을 방향 월성계곡의 깊은 품과 왼편의 토옥동 계곡의 멋스러움으로 기억되는 삿갓봉에 다가설 즈음 갑자기 발걸음이 둔해진다. 하늘이 맑았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별빛들을 감당하기가 벅차서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삿갓봉을 지나자 대피소의 불빛도 함께 눈에 들어온다. 덕유산 너머 리조트를 밝히는 불빛 또한 요란하기만 하다. "도대체 어두운 밤은 어디로 갔지?" 또다시 구시렁대는 사이 대피소에 도착해 그동안 메고있던 배낭을 비로소 풀어 놓는다. 가장 좋은 자리는 어느 산악회 사람들이 차지하고 앉아 질펀하게 술자리를 이어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중이다. 10여분만에 끝낸 나만의 만찬 흔적을 치우고 오는 길 복도에서 덕유산 국립공원에서 12년째 근무중이라는 황인대(52) 대피소 소장을 만났다. 무주 사람 특유의 구수함과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황 소장의 입에서 참으로 개탄스런 경험담이 흘러 나온다. "아무데서나 야영하는 것도 그렇지만요, 산에 와서도 술 취해 행패부리는 등산객들로 골치가 아픕니다. 대피소 직원들이 말리면 욕설에 주먹다짐까지 생길 정도거든요." "등산객들의 음주는 정말 문제예요." 황 소장은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빗물을 받아 놓기도 하고 전국의 대피소에서 최초로 취사장에서 직접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황 소장이 힘들어할 지경이라니…. 대피소는 밤 9시의 소등시간을 준수하는 곳이다. 서둘러서 주변 정리를 끝내고 자리에 누웠는데 옆의 여러 자리가 비어있다.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애써 잠을 청하려 눈을 감는다. 얼마가 지났을까…. 어두운 대피소 안을 여러 개의 불빛이 어지럽히며 시끄럽다.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잠자리를 찾아 온 것이다. 안하무인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어 한마디 해대니 일행들 모두가 같은 편이다. 흥분을 가라앉히며 애써 잠을 청해보지만 연방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에 잠이 오질 않는다. 그나마 코고는 소리가 들어줄만한 소음이라니 잠자긴 글렀다.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고 대피소의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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