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사는 별? 0 ~ 40℃ 기후 온화, 물 있을 가능성
[중앙일보 2007-04-26 06: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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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남정호]
지구와 환경이 비슷해 그간 알려진 어떤 별보다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큰 행성이 발견됐다. 11명으로 이뤄진 유럽천문학자팀은 "지구와 유사한 크기인 데다 온화한 기후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확률이 큰 행성을 발견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새로 찾아낸 행성은 20.5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적색 왜성 '글리제(Gliese)581'의 주위를 도는 '581c'. 이 행성과 글리제581의 거리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1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구의 5배 크기인 글리제581의 온도가 태양보다 훨씬 낮아 581c의 표면온도는 섭씨 0~40도 사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명체 탄생에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에 개가를 올린 연구팀은 칠레 라실라에 있는 유럽남부천문대에서 이 행성을 발견했다. 이들은 곧 전문 학술지인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천문학계는 이번 발견을 "외계 생명체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대사건"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간 유럽과 미국 천문학자들은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을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연구팀은 581c가 여러모로 지구와 비슷한 여건을 갖추고 있어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생명체가 자라기에 가장 적당한 환경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581c에도 지구처럼 대기권이 형성돼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만약 이 대기권 내 구름층이 너무 두터울 경우 글리제581로부터 받은 열이 빠져나오지 못해 표면온도가 섭씨 수백 도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이 행성의 구름층은 적당한 수준이어서 온화한 기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컴퓨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행성의 공전주기는 13일이며, 표면은 바위 또는 물로 덮여 있고 중력은 지구의 1.6배가량인 것으로 관측됐다.
그간의 연구 결과,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항성들 중 80%는 적색 왜성이며 이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들도 무수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론적으로는 태양계 밖에 외계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그간 발견된 220개의 행성은 너무 덥거나 춥든지, 아니면 너무 크거나 가스가 많아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문제는 581c가 지구에서 200조km 이상 떨어져 있어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도저히 직접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최종 확인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namjh@0joongang.co.kr
◆ 행성(行星.planet)=지구처럼 항성(붙박이별) 주위를 타원 궤도로 공전하는 별. 핵융합반응에 의한 에너지 생성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항성 빛을 반사해서 빛난다.
◆ 항성(恒星.fixed star)=태양처럼 핵융합반응으로 스스로 빛을 내는 고온의 별.
◆ 적색 왜성(赤色矮星.red dwarf star)=중심부에서 핵융합반응을 하는 별로 크기가 태양 이하의 작은 별을 왜성이라고 한다. 적색 왜성은 그 가운데 가장 온도가 낮아 에너지 방출량이 적다. 이에 따라 그 주변의 행성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최근 적색 왜성에 아주 가까운 경우에는 충분한 열 에너지를 공급받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늘고 있다. ▶남정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namj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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