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학교가기 싫어하면 ‘애착장애’ 의심해보세요
《“우리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유치원에 보내는 일이 전쟁이에요.”
“우리 아이는 저에 대한 애정이 적은가 봐요. 제가 출근할 때도 손 흔들며 인사해도 별로 서운해하지 않아요.”
주부 김모(33·경기 고양시) 씨는 여섯 살짜리 아들 재민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전쟁 중이다. 엄마와 함께 있겠다며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던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도살장 끌려가듯 교실로 향한다. 유치원에서도 또래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노는 편이다. 집에 있을 때도 상황은 비슷하다. 재민이는 엄마가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가거나 베란다에 빨래를 널려 해도 졸졸 따라다니려 한다.》
○잘 떨어져도 걱정, 안 떨어져도 걱정
학교 교사인 양모(37·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세 살짜리 딸아이 미현이가 엄마와 너무 잘 떨어져서 오히려 섭섭하다. 미현이는 부모가 맞벌이여서 외할머니가 키워 주셨다. 외할머니는 잘 따르지만 엄마는 본체만체한다. 기특하기도 하지만 못내 섭섭하다.
엄마들은 아이가 잘 떨어져도, 잘 떨어지지 않으려 해도 고민이다.
애착이란 아기가 자신을 돌보아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인식하고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거나 두려움을 느낄 때 자신을 지지해 주는 안정 기반으로서 주된 양육자에게 매달리는 심리적 정서적 유대관계를 말한다.
아이들은 생후 5∼7개월에 형성되기 시작한 엄마와의 안정된 애착관계를 기반으로 집안의 물건, 장난감, 또래 친구, 선생님, 이성 친구 등으로 관계를 넓혀 간다. 생후 7∼9개월에는 애착의 대상인 엄마와 헤어지는 데 대한 두려움, 슬픔, 실망으로 뒤만 쫓아다니거나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분리불안’을 보이게 된다. 분리불안은 생후 12∼15개월에 가장 심하다가 3, 4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치원에 갈 나이에도 엄마와 못 떨어지고, 부모가 없으면 우울해하며 아무것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분리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정도가 심한 아이는 통증을 호소하면서 유치원이나 학교 가기를 기피하기도 한다. 재민이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인 7, 8세 어린이의 3.5∼5.4%에서 분리불안장애가 나타난다.
이에 반해 미현이는 엄마와 양육자인 할머니에게 둘 다 애착관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돼 독립심이 키워진 경우라기보다는 불안정 회피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닥터전 소아청소년클리닉의 전창무 박사에 따르면 “분리불안장애는 지나치게 과보호적 환경이나 엄마와 애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기도 전에 엄마와의 분리를 경험했을 경우 또는 의존적인 아이의 성격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어린이에게는 엄마나 아이의 질병으로 인한 입원, 엄마의 출근, 동생의 출생, 이사, 전학, 부부싸움, 주위 사람이나 애완동물의 죽음 등과 같은 환경의 변화나 심리적 스트레스가 클 때 그것이 계기가 되어 발병합니다.”
실제로 재민이를 낳을 무렵 남편의 외도로 인해 재민이의 엄마 김 씨는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김 씨는 집안에서만 지내면서 아이 앞에서도 늘 눈물바람이었다. 남편에 대한 미움이 아이에게 향하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은 많았어도 아이의 감정적 욕구에 즉각적 대처를 해 주지 못했던 것.
○겁먹게 하지 말고 신뢰 쌓아야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은 “아이가 애착장애를 보일 때는 억지로 떼어 놓으려 해선 안 되고, 엄마에 대해 신뢰감이 경험적으로 축적되도록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와 신나는 놀이를 즐겁게 함께 하면서 아이의 감정적 욕구에 잘 반응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부모가 부부싸움을 하거나 아이를 야단칠 때 ‘죽어 버리겠다’ ‘나가 버린다’ ‘너랑 안 살겠다’ 등의 말을 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유치원생인 경우 처음에는 엄마와 함께 수업을 하다가 며칠 뒤에는 엄마가 교실 밖이나 떨어진 공간에서 지켜보고 있고 그 이후에는 유치원 밖으로 나가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떨어지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 있는 태도를 보여 주어 아이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는 “직장인 부부의 경우 출근 시 정식으로 인사하고 헤어져야 한다”며 “아이가 운다고 몰래 가버리는 행동은 아이에게 치명적인 불신감을 키워 줄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이라고 말했다. 신뢰감이 있으면 아이의 독립심도 증가한다는 말이다.
[동아일보 2006-05-30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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