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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연동예금' 황금알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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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연동예금' 황금알 낳을까
글쓴이 :  이건희 등록일 :  2004-11-16 조회수 : 12393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기존의 단순한 형태의 일반 예금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예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환율에 연동하는 예금, 금시세에 연동하는 예금, 해외 주가지수에 연동하는 예금, 유가에 연동하는 예금 등이 이미 여러 금융기관들을 통하여 출시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금 시세에 연동하는 예금의 수익률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하여 현재 판매되는 상품의 수익구조가 지난 수년 동안 적용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를 살펴보겠습니다.

◆ 본 글에서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에서 11월9일부터 11월17일까지 모집하는 제2차 골드지수연동 정기예금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본 정기예금의 원금은 은행의 자산운용방식에 의해서 운용됨에 따라 원금은 보장되는 반면, 미래에 지급될 이자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제금시세에 연동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기대하는 상품입니다. 런던금시장협회(LDMA)가 런던시간 오후3시에 고시하는 금시세를 기준으로 수익률이 결정되며, 은행권 최초의 금 연동상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상승형2호, 안정형2호, 안정형3호가 각각 500억원 규모로 판매되고 있는데 본 글에서는 상승형2호에 대해서만 살펴보겠습니다. 골드지수 상승형2호는 6개월 만기로서 수익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익률이 골드지수에 비례하는 경우:

- 만기일까지 상한지수인 기준골드지수 대비 20% 상승한 가격에 단한번도 도달 또는 돌파하지 않음.

- 만기일의 골드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1% 이상~20% 이내 상승함.

- 이때 수익률은 만기지수 상승률에 0.6860을 곱하여 결정됨.

- 따라서 가능한 최대수익률은 19.99% x 0.6860 = 13.71%임.

(2) 수익률이 제로인 경우:

- 만기일까지 상한지수인 기준골드지수 대비 20% 상승한 가격에 단한번도 도달 또는 돌파하지 않음.

- 만기일의 골드지수가 기준지수대비 1% 미만 상승하거나 하락함.

- 이때 수익률은 0% 임. 즉 원금만 보존됨.

(3) 수익률이 고정되는 경우:

- 만기일까지 상한지수인 기준골드지수 대비 20% 이상 상승한 날이 단 한번이라도 나타남.

- 이때 수익률은 만기일까지의 잔여기간에 관계없이 연 3.43%로 확정됨.


◆ 우선 지난 수년 동안의 국제금시세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996년~1997년에는 하락하였으며, 1998년에는 횡보하였고, 1999년 이후 지금까지의 금시세 변동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 골드지수상승형2호는 금시세가 하락하는 추세에서는 수익률이 0%가 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금시세가 안정되게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지는 상품입니다. 따라서 과거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하는 기간을 금시세가 하락하는 기간은 배제하면서, 상품의 가입기간을 1999년 1월4일부터 2004년5월10일까지로 정하였습니다. 그림에서 보이듯이 1999년도에는 금시세가 횡보하면서 다소 불안한 단계로 접어들었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본격적인 장기 상승추세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골드지수상승형2호의 예금기간이 6개월인데, 2001년 이후에는 금시세의 6개월 이동평균선이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시세가 고시되는 날 매일매일을 가입날짜로 간주하였는데, 매달 공휴일의 날짜와 시장이 쉬는 날의 날짜가 달라지고 시뮬레이션에서 편의상 항상 정확하게 6개월 뒤의 날짜를 맞추지는 않아서 만기일 결정에서 약간의 오차는 가끔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6개월이라는 기간에 비해서는 충분히 작기 때문에 전체적인 결과해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나타낸 아래 그림에서 가로축은 가입시점이며 세로축은 만기일의 수익률입니다.



◆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대상기간: 1999년1월4일 ~ 2004년5월10일


- 수익률이 0%일 확률, 즉 원금만 보존될 확률: 39%

- 수익률이 3.43%일 확률: 15%

- 기간 동안에 나타났던 최대수익률: 13.2%

- 기간 동안의 평균수익률: 2.9%


(2) 대상기간: 2001년1월2일 ~ 2004년5월10일


- 수익률이 0%일 확률, 즉 원금만 보존될 확률: 21%

- 수익률이 3.43%일 확률: 13%

- 기간 동안에 나타났던 최대수익률: 13.2%

- 기간 동안의 평균수익률: 3.9%


◆ 두 번째로 설정한 분석 대상기간은 금시세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01년부터 지금까지인데 첫 번째로 설정한 분석 대상기간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수익낼 확률이 확실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금시세가 장기적인 상승추세를 이어가면서 도중에 등락은 항상 있어왔기 때문에 기준골드지수에 비해서 만기일의 골지수가 1%미만의 상승이나 하락함에 따라 원금만 보존된 경우가 약 20% 확률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999년부터를 분석 대상기간으로 잡았을 때 원금만 보존될 확률이 30%대를 크게 웃도는 것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된 수치입니다.

가입날짜가 달라짐에 따라서 달라졌던 수익률을 전부다 평균내면 두 분석 대상기간 동안에 각각 약 3%와 4% 정도의 평균수익률로 계산됩니다. 또한 가입기간 동안에 금시세가 20% 이상 상승하는 날이 단 한번이라도 나타나서 3.43%의 수익률로 고정된 경우는 13%~15% 확률로 나타났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면, 상한지수 돌파없이 20% 미만의 상승을 함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자주 나타낸 구간들도 존재하는데, 이를 금시세 그림과 비교해본다면 가입시점 이후 6개월 정도는 금시세가 상승하면서도 급격한 폭등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던 구간입니다. 즉 미래에 금시세가 상승하더라도 어떤 형태로 상승할지를 예상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 한편, 2003년도의 수익률 그림을 보면 어떤 날 가입하면 만기시에 10% 근처의 수익률이 얻어지지만 바로 다음날 가입하면 3.43% 수익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이는 6개월 뒤 만기일 근처의 시점에서 상한지수 근처에서 금시세가 머물고 있을 때에는 가입한 날이 하루 이틀 차이남에 따라 만기일에 상한지수를 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주가지수를 대상으로 하는 ELS상품에서도 특정 가격을 넘느냐 안 넘느냐에 따라서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는 수익구조가 흔히 존재하는데, 이런 식의 수익구조에서는 특정 가격 근처에서 도박성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수익구조 상품에 가입할 때에는 이러한 특성을 미리 인식하고 있어야합니다.


◆ 본 글은 과거 수년 동안 지금까지의 금시세 변동추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금시세가 어떻게 움직여갈 때 실제로 어떤 수익률의 결과가 얻어졌는지를 두개의 그림을 비교하면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실제로 미래에 금시세가 어떻게 변해가느냐에 따라서 여기에서 보여준 과거를 대상으로 한 통계적인 분석내용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격의 변동이 나타나는 것들은 그 어떤 것이라도 예금에 연계되는 대상이 될 수 있게끔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 예측됩니다.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소득수준과 더불어 경제의 발전과 기술의 발전은 기업에서나 개인에게 잉여자금의 축적을 야기하고, 이는 돈이나 가격 자체가 거래의 대상이 되는 것을 확대시켜나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생활수준은 향상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짐에 따라 잉여자금을 생산활동이나 소비활동에 사용하는 것보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산을 잘 지키거나 금융 투자를 통하여 효율적으로 돈을 늘려나가려는 욕구가 기업들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에 연관되는 것들의 본질적인 내용과 가격변화 등에 대해서 정량적으로 분석하거나 판단하는 작업이 수반되지 않은 채 감각에만 의존하여 투자를 한다면 오히려 자산관리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래 가격의 변동을 어떻게 예상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의 출현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에게 초과 이득이 얻어지게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 11월9일자 머니투데이에 “환율쇼크..환율연동예금 수익률 0% 충격” 제목으로 실린 기사내용을 보더라도 이러한 유의사항을 미리 주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기사의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달러환율이 9일 외환위기후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환율이 연일 급락하면서 환율정기예금의 수익률이 잇따라 0%로 확정되고 있다. 환율 급락으로 환율이 은행에서 정한 일정 수익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환율연동정기예금은 환율이 일정 범위에 있으면 최고 연 7.5%의 수익을 보장해주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만기에 관계없이 수익률이 0~1%로 확정된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환율이 연일 급락하면서 은행들이 틈새상품으로 판매했던 환율연동예금중 상당수의 수익률이 0~1%로 확정됐다. <중략>


반대로 환율 급락으로 수익률이 오른 경우도 있다. 신한은행의 '환율연동정기예금 3차 하락형'의 경우 연 7%의 수익률이 확정됐다. 환율이 이 상품의 수익률 7% 지급 기준인 1165.9원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상당수의 환율연동예금 수익률이 0~1%로 확정됨에 따라 일부 고객들의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은행들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고수익만 내세워 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 예금에 가입한 이 모씨는 "은행에서 고수익상품이라고 추천해 이 상품에 가입하게 됐다"며 "가입 당시 은행측으로부터 환율 급락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 주식투자를 직접할 때에는 이익이 나건 손실이 나건 자신의 책임하에 하여야한다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요즘 나오고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그러한 말이 적용된다는 것은 의외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정된 수익률이 아닌 금융상품이라면 다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어떠한 위험부담을 가질 수 있고 어떤 정도의 초과수익이 얻어질 수 있는지를 잘 파악하여서 미래의 가격변동을 자기 스스로 예측하면서 가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지닐 수 있는 위험부담을 판단하고 해석해주기를 판매하는 측에 전적으로 기대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햄버거를 사먹을 때 햄버거를 어떤 정도로 먹으면 건강에 위험해질 수 있을지를 햄버거 가게측에서 친절하게 미리부터 얘기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어떤 사람이 어떤 식으로 온라인게임을 하게 되면 중독되어서 학업생활이나 인생을 망치게 되는지를 온라인게임을 제공해주는 회사에서 미리부터 친절하게 경고해주어서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게 막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 측에서는 고객이 이로운 결과를 얻게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 아니고 판매를 많이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입니다. 따라서 판매증진에 도움이 안되는 것이라면 고객입장에서 이로운 부분을 신경쓴다하더라도 부수적일 뿐입니다. 더욱이 고객입장에서는 이로우면서 제품판매에는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고객에게 그러한 방향으로 조언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편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자신의 가게에서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에게 그 물건을 사면 당신에게 오히려 좋지 않으니 사지 말라고 말리는 주인은 흔하지 않습니다. 또는 우리가게 물건보다는 옆 가게 물건이 당신에게 더 잘 맞으니 옆가게에서 사라고 권하기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미국에서 소비자의 구매행위에 도움을 주는 목적으로 발간되는 “Consumer Report"가 있습니다. 여러 제품을 비교하고 장단점과 특성을 밝혀놓는 잡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발간하는 ”소비자시대“라는 잡지가 있습니다만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자신에게 이로운 결과를 얻기 위한 판단을 잘 내리기 위해서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회사에 기대하기보다는 그러한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나 컨설턴트를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각종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복잡한 사회구조로 되어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활동 각 주체자들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므로 그러한 점을 잘 구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위에 인용하였던 기사내용 중에서 “가입 당시 은행측으로부터 환율 급락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부분에서도 은행은 환율연동예금을 판매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고 예금의 수익구조까지는 확실히 알려주어야 하지만 미래의 환율가격에 대한 예측이나 환율변동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통계적으로 분석해주는 것이 주된 역할은 아닌 것입니다. 위험을 줄이면서 기대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노력은 다른 데에서 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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