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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고등어가 삐친 이유는? | |
[오마이뉴스] 2006-01-17 16:16 |
[오마이뉴스
김용철 기자]
내가 봐도 삐칠 만하다. 자기보다 등급이 한참 아래라고 생각하고 있던 꽁치란 놈에게 달콤한 인기를 뺏기고 말았으니 말이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서 빼앗아갔다면 억울하지나 않지. 대체 그 과메기 전법은 어디서 튀어 나온 거야? 뭐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겨울 해풍에 얼렸다 녹였다 하는 특훈을 받고나서 몰라보게 달라진 맛을 가졌다고는 하더만… 대체 그 녀석이 그렇게도 맛나?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나? 꽁치가 말린다고 나보다 맛나져? 겨울별미라고 여기서도 과메기, 저기서도 과메기 노래를 부르게? 흥! 건들지 마! 나 맘 상했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이쯤해서 고등어를 달래줘야지 가만뒀다간 지도 구룡포 어딘가 가서 얼렸다 녹였다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등어에겐 꽁치가 따라 올 수 없는 맛이 있다. 싱싱한 상태에서 먹는 고등어회!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맛을 지닌 고등어회! 그건 니가 더 낫다. 그 맛이 있는 한 고등어는 불쾌할 필요도 없다. 나처럼 너를 알아주는 사람도 있잖냐~. 내가 고등어회를 처음으로 알게 된 건 90년대 초반 무렵이다. 누나 따라 갔던 종로 낙원상가 근처에 있던 일식집. 당시 일반 회 맛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고등어회가 나오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골집에서 질리도록! 물리도록! 먹었던 생선이 고등어가 아녔던가? 아궁이에 구워낸 자반고등어는 밥상 위의 단골손님이었고 변화를 준다고 한 게 무가 들어간 고등어찌개였다. 덕분에 입에 비린내를 달고 살았다. 그런데, 고등어를 회로? 솔직히 '회'라는 느낌보다 날로 먹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날로 먹는 느낌이 들었다면 필시 "이걸 어떻게 먹어?'라고 생각도 했을 테다. 그 뒤로 한동안 고등어회는 접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고등어를 회로 내놓은 집들이 늘어났다. 그래도 고등어는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회 위에 다진 마늘과 파가 올려져 나오는 것만 봐도 우리가 먹기에 쉽지 않은 맛이다. 개인적으로 고등어회에 대한 인식도 안 좋다. 일반 회를 먹다가 고등어회 한점 먹고 나면 더 이상 회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정 가격에 마음대로 먹는 횟집에서, 고등어회가 나오면 이제 그만 먹으라는 신호쯤으로 여겼다. 그러니 고등어와 친해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고등어란 놈도 다 같은 고등어가 아니구나'란 생각 들게 하는 집을 만났다.
서울대 입구 전철역에서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있는 '제주어항'은 고등어회와 갈치회 전문점이다. 제주에서 직송해 오는 싱싱한 재료만 사용한다. 눈으로 봐도 벌써 신선도가 느껴지는 고등어회. 보드랍게 느껴지는 한 점을 시큼한 간장소스에 찍어 맛보면 '어? 이게 고등어회야?'란 생각 든다. '시상에~ 어쩜 광어회보담도 비린내가 없다니… 싱싱한 고등어회는 상식처럼 비린내 나는 생선이 아니구나.' 이 집에서 알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조금만 더 두껍게 칼질했으면 싶다. 부드러운 육질은 도톰해야 맛이 나니까. 요즘 제주도 음식 전문점들이 부쩍 늘어났다.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 쌓일수록 제주도산 재료를 사용하는 집들이 인기를 끌 거라고 짐작된다. 앞으로는 식당선택의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 메뉴나 음식의 맛보다 재료! 그것도 생산이력이 확실한 재료를 쓰는 집들이 선택될지 모른다. 어쩌다가 우리는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조차도 오염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더! 제주도 청정해역서 잡은 자연산 고등어회 한점 먹는 그 순간만이라도 모든 불신을 거두고 싶다. /김용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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