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을 배우기 위해 일정기간 공무원이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민간휴직제’가 애초 취지와 달리 해당기업의 로비 창구로
활용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서울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민관교류 협력프로그램으로 실시된 민간근무 휴직제도에 따라 서울시에서 2003년 7월부터 민간기업에
파견돼 있는 공무원은 4~5급 간부들을 중심으로 1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서울시는 주택·건설부문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데도 전체
12명의 파견 공무원 가운데 건설업체에 파견된 공무원이 10명에 이른다.
현재 서울시 공무원이 파견된 민간기업에는 에스케이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지에스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이들 공무원의 담당업무도 뉴타운사업본부, 주택국, 도시계획국, 건설기획국 등 건설부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민간휴직 공무원들은 인허가 등과 관련해 서울시를 상대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9명의
사망 사건이 일어난 경기도 이천의 대형 물류센터 붕괴사고와 관련된 삼성물산과 지에스건설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최근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비롯해
해당 실무부서까지 방문해 선처를 호소했다고 <경향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두 회사는 현재 이 사고와 관련해 과실 책임을 놓고
청문절차를 받고 있으며, 과실이 큰 회사는 3개월 영업정지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의 앞선 경영기법을 배운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파견 공무원과 해당기업의 업무 연관성 등을 철저히 검토해 로비에
연루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행정직이든 기술직이든 관련 업무분야가 건설과 관련이 많다”며 “민간휴직제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정착될
수 있도록 관계 공무원 및 대상 기업에 대한 교육과 지도점검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정부 부처 공무원은 지난해 하반기 공정거래위원회 5명, 정보통신부 4명 등 모두 19명이 추가로 민간근무휴직자로 파견돼 현재
41명이 민간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민간근무 휴직공무원이 아직 없다. 이 제도는 공무원에게 민간의 경영기업을 습득할 기회를
주고 민간기업은 공무원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2002년 도입됐다.
이찬영 이호을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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