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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 괜히 신경 쓰이는 '손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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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 괜히 신경 쓰이는 '손 없는 날'

경기도시공사 2013-10-01 14:39:17

 

 

해마다 봄가을이 되면 이사 준비하시는 분들 많지요?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봄가을은 무거운 이삿짐을 나르기에 최적의 계절입니다. 그런데 이사 앞둔 분들을 보면, 계절보다는 ‘다른 어떤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더군요. 일명 ‘손 없는 날’입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관혼상례를 정할 때 길일과 흉일을 따져 날을 잡았다고 하잖아요. 그런 관습의 영향인지, 이사 날짜 고르는 일도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이삿짐센터들도 저마다 ‘손 없는 날 특수’라 하여 으레 웃돈을 요구하고요. 대관절 ‘손 없는 날’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꼭 지켜야 하는 걸까요?


 

[이미지=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포스터 ]

 

 

손 없는 날의 ‘손’이란 손님의 줄임말입니다. 그렇다고 반가운 손님은 아니고요. 여기서의 손님은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악귀’를 뜻합니다. 손 없는 날은 우리나라 전통 민속신앙의 하나로, 이사·개업·결혼 날짜 등을 잡을 때 적용되었던 옛 바로미터입니다. 


옛사람들은 ‘악귀’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인간 세계의 일들을 방해한다고 믿었지요. 악귀들의 이동 경로는 음력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보이는데요.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위 표의 날짜들이 이른바 ‘손 있는 날’입니다. 옛사람들은 이 날들을 피해 길일을 정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이사 가려는 방향이 동쪽이라면, 음력 1·2·11·12·21·22·31일은 무조건 피해야 했던 것입니다. 손 있는 날들을 음력 날짜의 흐름대로 배열해보면, 악귀들의 이동 경로에 어떤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요. 




끝자리 1·2일 때는 동쪽, 3·4일 때는 남쪽, 5·6일 때는 서쪽, 7·8일 때는 북쪽입니다. 즉, 악귀들의 인간 세계를 어지럽히고자 움직이는 경로는 음력의 흐름에 따라 시계 방향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렇다면 ‘손 없는 날’, 즉 ‘악귀 없는 날’은 대체 언제일까요?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알아채셨겠네요. 위 표에 나온 날짜는 모두 1부터 8까지입니다. 9와 0이 빠져 있지요. 그렇습니다. 손 없는 날이란, 바로 끝자리가 9와 0인 음력 을 가리킵니다.

 


 

사람에게도 휴일이 있듯이, 우리나라 전통 민속신앙의 ‘악귀’들도 1년 365일간 활동했던 것은 아니었네요. 옛 선조들이 이런 믿음을 가졌던 까닭은, 그리고 아직도 그 믿음이 전승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일상의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신중하려 하고, 무엇보다도 현 세대와 후손들이 복을 받고 잘 살기를 염원하는 소박하고도 넉넉한 인심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요.

 

올 2월은 그야말로 이사 대란이었습니다. 손 없는 날이 나흘이나 있었기 때문이죠(양력 2월 9일, 18일, 19일, 28일). 특히 9일은 설 연휴 시작이었고, 18일과 19일은 연일 손 없는 날이었으며, 28일은 이튿날 삼일절 휴일과 겹쳐 있었습니다. 이번 2월 같은 달에는 이사 업체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일 텐데요. 원했던 날에 이사를 못하고 연기해야 했던 분들도 많으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이런저런 뉴스를 통해 접하셨겠지만, 이삿짐센터의 ‘손 없는 날 특수’는 가히 대단합니다. 평상시(손 있는 날) 비용보다 최대 두 배까지 올려 부르는 사례가 허다하죠. 50만 원이던 것이 100만 원이 되고, 100만 원 하던 것이 200만 원 합니다. 손 없는 날에 맞춰 입주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공인중개사무소도 바빠지고, 신규 아파트들 역시 손 없는 날을 입주 개시일로 정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특정 날짜에 수요가 집중되면 ‘줄’이 길어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웃는 자와 우는 자가 나뉘게 마련입니다.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 군사 행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민간인의 피해)라는 용어가 있는데, 왠지 손 없는 날의 이사 대란은 이 말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악귀에게 해코지 안 당하려다가, 정작 소비자만 손해 보는 형국입니다.(손 없는 날에도 ‘손’은 활동하는 걸까요..?)

 




 

[이사 대란 관련 뉴스들 / 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해당 뉴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 보니, 역으로 ‘손 없는 날을 피하는’ 알뜰 이사족들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SBS CNBC의 올 1월 15일자 경제 뉴스에는 이사 비용 아끼는 노하우가 잘 정리되어 있는데요. 이 뉴스에 따르면, “평일 이사비용이 60만 원”일 경우, “주말 이용 시 30% 뛰어 78만 원, 손 없는 날과 금요일이 겹치면 2배 뛰어 120만 원, 주말과 겹치면 무려 3배, 180만 원의 이사비용이 든다”고 하네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SBS CNBC 뉴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우스갯소리 하나 알려드릴게요. 한 해의 마지막 밤. 송구영신을 위해 많은 인파가 광장에 모였더랍니다. 이윽고 11시 59분이 지나고, 마침내 새해 0시가 되자 사람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질렀지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현자가 나지막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저 어제가 가고, 오늘이 온 것인데..”

 

물론 이 현자의 다소 현학적인 태도에 동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송구영신’이라는 것을 ‘어제가 가고 오늘이 오는 일’ 정도로 간단히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손 없는 날’이라는 일종의 불문율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가 피해야 할 진짜 ‘손’은, 일상에서의 ‘초과 지출(excessive expenditure)’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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