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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도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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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도 설악산
하늘과 맞닿은 푸르름에 호연지기 절로…
2009년 07월 03일 (금) 송수복gosu8848@hanmail.net

 

 
 
■부자연스러운 인공 구조물로 가득찬 설악산

   
6·25 전쟁의 상흔이 남은 장수대. 이 부근에서 전몰한 장병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지어진 정자가 있는 곳이다. 가리산(1천519m)의 위용을 올려다 볼 수 있는 그 앞 산장휴게소는 지난 2006년 물난리 피해로 인해 폐허가 되었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 산장 뒤편 야영장에는 400여동의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등산을 하기 위해 산속으로 걸어가면서 보이는 인공구조물들로 인해 흙을 갈구하는 발걸음은 철저히 외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추가 설치하겠다는 양양군의 발표에 그만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이를 핑계삼아 당분간 한계령을 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려는 듯 인제군에 속한 장수대 ~대승령~12선녀탕 코스로 산행하기 위해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분소 앞 너른 터에 버스를 정차시키자 이미 산행을 준비중인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있다.

■한계천 계곡을 울리는 대승폭포

이인배(51) 산악대장의 구호에 맞춰 체조를 마친 산악회원들이 출발선상에 선 선수들처럼 비장한 얼굴로 하나둘 모여들더니 단체사진을 찍고는 곧이어 출발이다. 아직은 아침볕이라 그늘 아래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장수대분소를 지나 계곡을 가로지르는 몇 개의 작은 다리를 건너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촘촘하게 박아 놓은 돌길이 지겨워질 무렵 계단이 위용을 자랑한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숨을 고르며 1㎞정도 오르자 대승폭포의 멋진 모습이 위안이 된다. 한겨울이면 빙벽등반을 하기 위해 찾던 곳이었는데 우리나라 폭포중에 가장 등반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상단 부위가 햇빛에 노출이 되면 균열이 생기면서 폭포가 주저앉기도 하므로 무척이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곳이지만 요즘은 많이 가물어서 예전만큼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물도 많았는데 갈수록 볼품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김희경(36·여)씨가 발그스레한 얼굴로 다가선다. 공간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적인 안타까움일게다. 대승폭포는 88m의 높이로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국내 3대 폭포라 불리기도 한다.

   

■그늘의 긴터널 끝에서 하늘과 닿은 대승령과의 조우

대승폭포를 지나 20여분을 더 오르면 물을 담아갈 수 있는 마지막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그 뒤는 나무그늘 아래로 끝없는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40분 정도를 더 올라야 대승령에 닿는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을 박병상(54)씨가 그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고 있던 중 "대승령에선 볼거라곤 하늘밖에 없네요. 외설악쪽이 보이면 좋을텐데 말이죠"라며 대승령의 조망이 별로인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선·후미간 격차를 줄이려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20분 정도 거리인 안산삼거리 방향으로 옮겨가는데 후텁지근한 날씨에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길옆으로 수줍은듯 고개를 떨구고 피어있는 하얀 순백의 꽃인 함박꽃(산목련)이 청초한 꽃잎과 향기를 지닌채 산객들을 맞아 주고 있어 모두들 더운 날씨에도 씩씩한 표정들이다. 안산과 12선녀탕이 있는 남교리 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자 박윤재(63) 고문이 물을 건네며 "조망이 좋기는 안산이 좋은데 입산이 통제된 곳이라 아쉽다"고 말한 뒤 "한국의 마터호른으로 불리는 가리봉 능선도 입산통제라 언제 가볼지 모르겠다"며 서북주릉과 마주한 가리봉~주걱봉~삼형제봉의 능선을 바라보고 앉았다.

   

■'지리곡 (支離谷)', '탕수골' 또는 '탕수동계곡(湯水洞溪谷)'으로 불리던 12선녀탕

설악산 국립공원내에 속한 안산은 길마산으로 불리던 곳이다. 마치 지리산 반야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듯 서북주릉의 장쾌한 능선과 대청봉을 바라다 볼 수 있는 곳으로 옥녀탕과 12선녀탕을 보듬은 산이 안산이다. "수없는 폭포와 깎아지른 협곡위로 솟은 암봉이 절경인데 갈 수 없으니…"라며 말끝을 흐리는 황재욱(54) 회장의 발꿈치를 따라 12선녀탕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8㎞의 장쾌한 계곡산행의 시작인 곳으로 첫 탕인 독탕(甕湯·옹탕)을 시작으로 북탕·무지개탕(虹湯·홍탕)·복숭아탕을 지나 맨 끝에 용탕(龍湯)이 나오는데, 그중 폭포아래 복숭아 형태의 깊은 구멍을 형성하고 있는 7번째 탕(복숭아탕)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조선후기 정조 12년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성해응(成海應·1760~1839)이 '동국명산기'에서 설악산의 여러 명소중 십이선녀탕을 첫손으로 꼽았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협곡으로 이루어져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삽시간에 계곡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가을에는 유난히도 아름다운 단풍과 폭포의 절묘한 조화로 더욱 많은 유산객들이 찾지만 1968년 10월 26일을 기억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가톨릭의대 산악부원 9명중 8명이 동사한 이 계곡에 등산로를 빗겨간 자리에 위치한 추모비만이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듯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산을 마칠즈음 앞서 내려간 유명자(68·여)씨가 남편인 정송표 고문(74)을 마중나와 내외가 손을 맞잡는다. "70년을 넘게 살면서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아내뿐"이라는 정송표 고문의 말에 일행들 모두가 갈채를 보내며 부러운 표정들이 역력하다. 길고 긴 계곡을 빠져나와 남은 기운을 쏟아내고 있는듯한 햇살을 맞으며 인생의 긴 계곡길이 끝날 즈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다.

※ 용인 죽전 한울산악회 "죽전·수지·분당지역 동호인 참여… 건전한 등산 문화 전도사 역할도"

   

28회 산행을 마친 새내기 산악회. 용인시 죽전동을 근거지로 활동하다 수지, 분당의 산악동호인들까지 참여를 하며 모범적인 산악회 운영 및 건전한 문화 보급에 선두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한다. 인품이 느껴지는 고문들과 황재욱 회장의 너른 성품이 봉사하는 임원들의 모습과 조화롭게 융화되는 산악회로 금번 산행에 출가한 딸과 친척 내외까지 동반한 성미애(53)씨의 말에 의하면 "번잡하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로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산악회"라 하니 참여해볼 만한 산악회라 할 수 있겠다.

※ 산행 안내

■ 교통

인제 ~ 한계삼거리 ~ 장수대 (남교리 12선녀탕 입구)

■ 등산로

장수대 ~ 대승폭포 ~ 대승령 ~ 안산삼거리 ~ 12선녀탕 ~ 남교리 (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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