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낙관론 힘받나..민간 회복이 관건>
연합뉴스 기사전송 2009-05-15 11:45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심재훈 기자 = 정부가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1분기에 그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경기 전망의 무게 중심이 낙관 쪽으로 이동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판단에는 지난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된 상황에서 일부 경제지표도 호전 조짐을 보이면서 다시 한 번 마이너스의 수렁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표 호전이 정부가 푼 뭉칫돈에 힘입은 것인 만큼 민간 스스로 체력을 되찾았다고 볼 수 없는데다 내수와 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국제금융시장의 위험요인도 잠복해 있어 낙관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더욱이 1분기 기업의 실적 호전에 보탬이 됐던 환율이 떨어지고 국제유가마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 "마이너스성장 종료"..낙관에 힘 실리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이번에는 비교적 단기(1분기)간에 마이너스 성장이 종료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전기 대비 성장률을 말하는 것으로 1979년 오일쇼크 때 3분기, 1997년 외환위기 때 2분기에 걸쳐 각각 마이너스가 이어진 전례와 비교하면서 나왔다.
이는 이미 정부가 2~4분기에 전기 대비 완만한 성장을 전망한 것과 같다.
다만 우리가 작년 4분기에 전기 대비 -5.1%였지만 바로 1분기에 0.1%로 플러스 전환된 상황에 비춰 보면 윤 장관의 전망은 앞으로는 전기 대비로 다시 마이너스로 가라앉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웬만한 2차 충격이 와도 버틸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너스는 작년 4분기 한 번으로 족했고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더블딥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1분기에 오히려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 일본, 유로 등 선진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신흥국에 비해 우리 경제가 호성적을 거두고 지표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 전기 대비 광공업 생산이 석 달째 플러스를 보였고 지난 13일 발표된 4월 고용동향은 예상과 달리 실업자 숫자와 취업자 감소폭이 모두 줄었다.
외부의 시각도 달라졌다. 재정부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7곳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월말에 평균 -4.3%였지만 4월말 -2.7%로 1.6%포인트 상향조정됐다. 3월을 바닥으로 전망치가 급격히 호전되는 흐름이다.
씨티은행은 3월말 -4.8%에서 4월말 -2.0%로 2.8%포인트 높여잡은 것을 비롯해 골드만삭스는 -4.5%에서 -3.0%로, JP모건은 -3.6%에서 -2.1%로, 도이치뱅크는 -5.0%에서 -2.9%로, 바클레이즈는 -3.3%에서 -2.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윤 장관은 이와 관련, "저는 요즘 cautiously optimistic(조심스런 낙관)이란 단어를 자주 쓴다"고 말했다. 낙관 쪽으로 한 클릭 이동했지만 여전히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신중론을 견지하겠다는 태도로 풀이된다.
◇ 민간 부문 위축..회복에 최대 걸림돌
일부 지표들의 호전 신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 회복을 막는 복병이 산재해 있다.
윤 장관도 대규모 재정 지출과 금리 인하 덕분에 고용 문제가 다소 완화되고 경기 급락세가 진정됐지만 민간 부문이 살아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불황 탈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의 자생적 회복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윤 장관은 "4월 고용지표를 나도 못 맞췄다"면서 "우리 국민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리는데 지금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므로 나중에 후회하기보다 신중하게 가자"고 강조했다. 4월 고용지표가 예상과 달리 호전됐지만 정부 대책의 영향이 컸던 만큼 향후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대내외적으로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작년 9월 리먼 사태 이후 한국은 교통이 항상 밀려 외국에선 한국이 정말 경제 위기를 겪느냐고 묻는다"면서 "하지만 이는 우리가 그동안 축적된 경제 체력으로 지난 6개월을 견딘 것이며 이제 부실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밖으로는 GM 등 거대 기업의 파산가능성, 동유럽의 금융불안 등 국제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지난해 말 14조3천억원 수준에서 지난 3월 말에는 19조3천억원까지 급증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은행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이 불안요인이다.
또 실업자 수가 3월 95만2천명에서 4월 93만3천명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 불안이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정부의 공공근로, 청년 인턴 등 일자리 대책으로 서비스업 취업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제조, 건설,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민간 부문은 내수 위축과 수출 감소로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결국 민간 부문이 힘을 되찾고 투자를 늘려 경제에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고용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환율 또한 우리 경제에 잠재적 위협 요소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환율 덕분에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기업들이 최근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출이 줄면 기업의 경영 상태가 나빠져 경기가 더욱 침체되고 경상수지 흑자폭도 줄면서 최근 잠잠해진 외화 유동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rince@yna.co.kr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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