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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 大亂, 재개발사업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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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 大亂, 재개발사업 ‘사면초가’
법원 “동의서 비용부담 명시해야” … 조합은 해결책 없어 ‘속수무책’
2008년 12월 19일 (금) 13:49:16 이현수 기자 roughinseoul@hotmail.com
   

최근 재개발 동의서 관련 조합설립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연이어 터짐에 따라 업계에 지대한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법원은 ‘조합설립 동의서에 구체적인 비용부담 내역을 명시하라’며 조합을 압박하고 있지만 추진위 단계에서 관리처분단계의 비용부담 사항을 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항이다.

게다가 운영규정으로 정한 동의서 양식 자체가 여러 변수를 고려해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 아닌데다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현존하는 재개발조합에 대해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제기할 경우 백이면 백 조합이 패소하리라 보아도 무방하다.

 

비용분담, 두 번 다시 합의하지 않을 정도로 분담액과 산출기준 기재해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신축 건축물의 설계 개요,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의 개략적인 산출 금액, ▲그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 ▲신축건축물 구분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 등 네 가지 요소를 갖춘 동의서에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원래 위 규정은 종전 집합건물법상의 재건축사업에 있어 재건축 결의요건에 해당하는 사항을 재개발사업에 확대 적용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법원은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은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상당한 비용을 들여 재개발사업에 참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므로 재개발의 실행단계에서 다시 비용 분담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 분담액 또는 산출기준을 정하여야하고, 이를 정하지 않은 동의서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이를 기초로 한 조합의 설립은 무효”라고 밝히고 있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가 고시한 운영규정 별지3-2 ‘주택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설립동의서’에 따르면 비용분담 관련 “⑴조합정관에 따라 경비를 부과하고 징수하며, 관리처분시 가청산하고, 조합청산시 청산금을 최종 확정함, ⑵조합원이 소유한 자산의 가치를 조합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평가하여 형평의 원칙에 의거 조합정관에서 규정한 관리처분기준에 따라 비용 및 수익을 균등하게 부담·배분함, ⑶시공사에 지급할 공사금액 및 사업관련 제반비용은 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의 일반분양 수입금과 조합원총회에서 결의되거나 서면동의한 조합원분담금을 우선 충당하고, 부족금이 발생할 경우 조합정관 및 관리처분기준에 따라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와 같은 기준들은 조합정관의 규정을 보태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조합설립 동의 당시에는 토지등소유자들이 부담할 비용분담액을 예측하기가 어려우므로 위 내용만으로 동의서 작성 당시 토지등소유자들이 자신이 분담할 비용을 산정하고 재개발에 참가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한다.

즉 정리하면 국토부에서 정한 별지3-2와 같은 동의서로 조합설립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법원은 비용분담 사항이 추상적이라는 판단과 함께 무효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는 의미다. 문제는 국토부에서 정한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추진위가 여건에 맞게 변경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추진위 단계서 구체적 비용분담 사실상 불가능

그렇다면 추진위 단계에서 다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합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구체적인 분담금과 산출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업계 전문가들 의견에 따르면 불가능에 가깝다. 정비사업의 특성상 비용분담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은 보통 관리처분계획수립단계에서 이뤄진다. 사업시행계획이 결정되고, 시공사가 제시하는 공사비와 감정평가액 등 종전·종후 자산평가를 위한 항목들이 모두 갖춰지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론 시공사 선정 이전에 조합설립동의를 받는 것 자체가 대단히 큰 모험일 수밖에 없다.

추진위 단계에서는 이 같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모두 예측해야한다. 추진위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가 있어 이를 지원하지만 그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개략적인 사업성 분석을 통해 예상치를 가늠할 수 있지만 사업추진 과정에서 인·허가가 어떻게 결정될지, 주택정책 및 법령 등이 또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번 다시 합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교한 조합설립 동의서를 만들라는 요구는 어불성설이다.

 

재개발결의, 콩 심은 데 팥 난다?

조합설립 동의서 무효논란에 있어 또 한가지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재개발사업 동의시 네 가지 결의 요소를 재건축사업에서 차용한 부분이다. 재건축사업과 재개발사업이 유사하다 해도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현행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설립 동의서는 과거 집합건물법과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재건축사업이 진행되던 때의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시행으로 재건축사업과 재개발사업이 하나의 법제로 묶임에 따라 동일한 동의 양식을 사용하는 상태다.

재건축과 재개발이 유사하기에 무심코 넘어갈 수 있지만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다. 재건축사업에서 ▲신축 건축물의 설계 개요, ▲철거 및 신축비용의 개산액,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 ▲구분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 등 네 가지 요소가 발현된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초기 재건축사업은 대부분 지분제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평형대가 일정한, 즉 대지지분이 몇 가지 형태로 나뉘어져 있어 종전 자산과 종후 자산을 평가함에 있어 유리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범위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재개발사업은 어떠한가? 일단 사업방식 자체가 도급제로 이뤄지며, 조합원들이 소유한 지분의 형태가 모두 제각각이다. 게다가 그간 정비사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가 가해지고, 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향후 사업비 예측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재건축사업에서 사용되던 결의방식을 두루뭉실 재개발사업에 덮어씌우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는 것과 같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결자해지, 국토부 도시정비법 개정해야

동의서 양식을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법원이 요구하는 구체적 수준의 비용분담액을 내기도 어렵다. 동의서를 둘러싼 조합설립 무효 파동이 연일 거세짐에 따라 추진위가 기댈 언덕은 오로지 도시정비법 개정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지난 달 국토부가 입법예고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에는 동의서에 대한 사항은 포함돼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만일 이번 개정 절차에서 동의서 부분이 누락돼 동의서 무효 논란이 이어질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최근 조합설립 동의서 관련 무효소송에 대해 법원은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법무법인 을지 차흥권 변호사는 “현 동의서 양식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 줄줄이 무효소송이 예상돼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이번 개정안에서 기필코 다뤄져야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조합 및 추진위측 반응도 다르지 않다. 한 추진위원장은 “동의서로 인해 발생하는 무효소송 등 여러 가지 피해를 온전히 조합 및 추진위에서 감당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동의서 등 관련 사항들을 정한 것이 국토부이기에 이에 대한 책임 마저 국토부에서 져야될 것”이라며 도시정비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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