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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알면 국어 능력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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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알면 국어 능력이 높아진다?
2008년 10월 11일 (토) 이건범webmaster@kyeongin.com
   
우리나라 교육 일번지이자 '사교육 특별 번지'인 강남교육청이 이달부터 관내 초중등학교에 한자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자어로 이루어진 어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자를 가르침으로써 국어 능력을 키우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얼핏 듣고 수긍하는 사람도 제법 있는 것 같다. 누가 주변에서 매우 어려운 한자어로 식견을 뽐냈는데 어쩔 수 없이 고개만 끄덕였거나 추측이 불가능한 일본식 한자어 앞에서 당황해 본 사람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자 조합어들 중에 문장 속에서 그 뜻을 알 수 없는 말이 정말 있을까? 어떤 전문 용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전문 용어들은 전문 분야의 지식이 있어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지 한자를 안다고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거꾸로 우리 고유어의 어원을 몰라도 그 뜻을 배우거나 익히면 그렇게 알고 쓴다. '아름답다'나 '곱다'라는 말의 어원이 뭐냐고, 왜 그런 뜻이냐고 묻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 이건범(주)위즈덤하우스 기획위원
게다가 초중등교육과정에 나오는 일본식 한자 조합 전문용어들은 한자 그 자체의 노출 빈도가 매우 낮은 어려운 한자인지라, 중등 1천800자 권장 한자 범위에서 소화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강남교육청에서 목표로 잡고 있는 기초 한자 300자 범위에서는 초등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한자 용어(이암, 사암 등의 광물 이름 같은)를 이해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 그러면 좀 더 양보해서 어려운 한자 조합어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한자 공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살펴 보자. 그 유명한 삼국지에 나오는 말 중에 조조가 한 말이 있다. '계륵'. 먹자니 시원찮고 뱉자니 아까운 닭의 갈비를 가리킨다. 아마도 '계'가 닭의 한자어 발음이라는 건 웬만하면 다 안다. 삼계탕을 먹어 봤다면. '륵'은? '갈빗대 륵'이라는 글자다. 여기까지 쓴 글을 읽은 사람은 당연히 계륵이 닭의 갈빗대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걸 한자로 어떻게 쓰는가는 몰라도. 그러면 그 다음에는 '륵'이 앞으로 왔을 때 '늑골'이 된다는 것도 누가 조금만 설명해 주면 알 수 있다. 여전히 그 글자를 한자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건 '계륵'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가가 아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가를 정확하게 알려면 삼국지를 읽어야 한다. 한자를 외우게 할 시간에 나는 삼국지를 읽히길 권한다. 그게 진정 국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남구의 교육 공무원들은 그리도 이해하기 힘들까? 정말로 학생들의 국어 능력을 걱정하고, 어려운 한자 조합어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고 걱정하고 있다면, 그런 용어를 바꾸기 위해 발벗고 나서길 촉구한다. 예전에는 구석기 시대의 '타제 석기', 신석기 시대의 '마제 석기'라고 우리는 배웠다. 당연히 일본식 학술 용어였을 이 말들은 이제 '뗀 석기'와 '간 석기'로 바뀌어 있다. 이런 노력을 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학생들의 국어 능력, 학습 환경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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