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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업체 아파트 이름 바꾸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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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업체 아파트 이름 바꾸기 힘드네
매일경제  기사전송 2008-08-16 04:16 

 

서울 지하철 5호선 양평역에 내리면 주택업체인 삼천리M&C가 청산 전 마지막으로 분양한 179가구 규모 삼천리아파트가 보인다. 2000년 6월 입주한 이 아파트 주민들은 2001년 삼천리M&C가 청산되면서 졸지에 '부도 난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됐다.

 

서울 녹번동에 위치한 JR아파트도 진로건설 부도로 같은 신세다. 브랜드가 '품격'이고 '부가가치'지만 생명을 잃은 브랜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파트 개명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기초단체마다 처방전이 달라 개명은 아파트가 어느 기초단체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위에서 언급된 두 아파트가 동작구에 있었다면 명칭 변경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영등포구와 은평구에 있는 한 개명은 불가능하다.

 

◆ 법원, 건교부 지침 뒤집어

 

= 2006년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에 달할 무렵 정부는 아파트 명칭 변경에 철퇴를 가했다. 부동산 활황세에 편승해 매매가를 높이려는 이익집단 견제용 조치였다.

 

당시 건설교통부(지금 국토해양부)는 건축법과 집합건물 소유ㆍ관리법에 따라 증ㆍ개축 등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아파트에 한해 아파트 개명을 허용했다. 이 같은 지침은 2006년 8월 각 자치단체에 통보됐고, 각 기초단체는 이를 근거로 아파트명 변경 신청을 엄격히 심사했다.

 

그러나 문제는 동작구에서 터졌다. 동작구는 건교부 측에서 지침을 통보받기 전인 2006년 7월 사당동 롯데낙천대 아파트 주민들이 롯데캐슬로 아파트 이름을 변경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7월 28일 승인을 불허했다. 당시 입주민 82%에게 동의를 얻은 주민들은 아파트가 실체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돈을 모아 아파트 측면에 야광투사기를 설치하고, 모든 출입구 출입문 신설, 각 동ㆍ주민광장 주변에 대대적인 석조공사를 했다.

 

주민들은 서울행정법원에 구청 측 판단은 위법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해 3월 주민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주민 승소 이유에 대해 △주민 입주자 중 4분의 3 이상에게 동의를 얻었고 △롯데 측에서 브랜드 사용 승낙을 받았으며 △외관상 변경할 브랜드명에 부합하는 실체적 유형이 변경됐고 △인근 아파트 명칭에 혼동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일 때만 개명을 허용한 건교부 지침을 뒤집는 첫 판결이었다.

 

이 같은 소송은 올해 초 수원에서도 제기돼 같은 이유로 주민이 승소했다.

 

 

◆ 개명 기준 지자체마다 천차만별

 

= 기초단체를 상대로 한 두 차례 소송에서 주민들이 모두 승리하면서 병목 상태에 빠진 아파트 개명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기초단체는 법원 판결을 중용하는 기초단체와 건교부 지침을 중용하는 기초단체로 나뉘어 단체장에 주어진 건축물 표시 변경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서울시 가운데 법원 판결을 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곳은 소송에서 패한 경험이 있는 동작구다. 동작구는 구청과 롯데 낙천대 주민 간 소송 결과를 충족하면 언제든지 아파트 명칭을 변경해주겠다는 방침이다. 강동구와 송파구도 동작구와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강남ㆍ은평ㆍ노원ㆍ영등포ㆍ종로구 등 다수 기초단체들은 건교부 지침을 중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등 확실히 외관이 바뀌었을 때만 아파트 개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일 사안에 대한 행정력 비대칭 문제와 지역적 차별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개명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주민들은 "아파트 소유자는 명칭 변경을 제한하는 법령 규정이 없는 한 아파트 명칭변경권은 인정돼야 한다"며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처럼 실체적 변화가 많지 않더라도 법원이 판단한 네 가지 요구가 충족된다면 아파트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파트 개명 효과

 

= 아파트 개명은 주택 가격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명칭 변경이 곧 바로 가격 상승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정부는 평면구조와 건축자재는 그대로 둔 채 도색만 하고 이름을 바꾸는 얌체족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와 원상복귀 명령을 처분하도록 해 아파트 가격 상승을 위해 아파트 개명을 이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시공사도 브랜드 관리 때문에 오래된 아파트에 새 브랜드 사용을 쉽게 승인하지 않는다.

 

다만 아파트 명으로 인해 사회적 편견이 발생할 염려가 클 때는 사정이 다르다. 여의도 소재 순복음아파트처럼 입주민은 모두 교인이란 오해가 발생하고 있거나, 성북구 길음 뉴타운 지역 안에 있는 정릉태영아파트처럼 지역 명칭에 혼돈이 발생할 때 아파트 개명을 추진해 볼 만하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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