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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살이 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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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살이 잘하는 법


 지난날 농촌에는 ‘머슴날’이라는 것이 있었다. 음력 2월 초하룻날이다. 이날 주인들은 술과 음식을 장만해 머슴들에게 한 턱을 냈고, 머슴들은 풍물놀이를 하며 노래와 춤으로 하루를 즐겼다. 농사와 가사 노동으로 허리 쉴 날이 없는 머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인들이 ‘베풀어 주는’ 날이었다. 조선 정조 20년(1796)에는 조정에서 농사철의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음력 2월 초하룻날을 ‘중화절(中和節)’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임금은 이날 궁내에서 잔치를 베풀고, 농업에 힘쓰라는 의미로 신하들에게 ‘중화척(中和尺)’이라는 자를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지난 8일이 과거의 머슴날이자 중화절에 해당되는 날이었다. 이날의 의미를 뒤돌아보게 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는 10일 오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직자들을 국민의 ‘머슴’이라고 했다. 그의 ‘머슴론’ 요지는 이렇다. “우리 공직자는 서번트(servant)다. 국민을 위한 머슴이다. 말로는 머슴이라고 하면서 국민에게 머슴과 같은 역할을 했는지, 공직자들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머슴은 주인인 국민보다 일찍 일어나 일해야 한다.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서는 그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머슴론’ 보도 이후, 로버트 K 그린리프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에는 기업과 시중 서점의 신규 주문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06년 3월 수정·증보판을 펴낸 이 출판사가 2001년 첫판을 출간했을 때의 책 제목은 ‘리더는 머슴이다’였다. 번역자인 강헌규 씨는 문맥을 보아 서번트 리더십을 ‘섬기는 리더십’으로 번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동방순례’를 읽으면서 ‘섬기는 리더십’이라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책을 썼다고 한다. 인덱스 펀드 뱅가드 설립자이자 전 회장인 존 보글은 기업경영에 관한 명저의 반열에 오른 이 책이 “이상론을 말하지만 경영을 개선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이상론”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저서에서 요약한 ‘동방순례’를 조금 더 줄여 보자. 주인공 레오는 한 여행단의 ‘잡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서번트로서 한 여행단의 일원이 되어 활기를 불어 넣는다. 그 덕분에 여행길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서번트였던 레오가 사라지면서 여행단은 혼란에 빠지고 결국 여행 자체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여행단의 일원이자 소설의 화자(話者)는 몇 년을 방랑한 끝에 마침내 레오를 만나 여행단을 후원했던 교단을 찾는다. 그는 그때야 비로소 여행단의 서번트로만 알고 있던 레오가 실제로는 그 교단의 실질적·정신적 지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린리프는 토로한다. “평론가들은 이 소설을 난해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위대한 지도자는 처음에 서번트처럼 보인다. 이 간단한 사실이 지도자를 진정으로 위대하게 만든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그럼 어떤 사람이 서번트 리더인가? “서번트 리더는 처음에는 서번트다. 진정으로 섬기고 싶어 하는 마음, 먼저 섬기고 싶어 한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런 마음을 가진 뒤에야 앞에서 끌어가고 싶은 뜨거운 열망을 갖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처음부터 지도자인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먼저 섬기다 지도자가 된 사람과 지도자가 된 다음 섬기는 사람은 구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도 부른다. 사전적으로는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공직자들이 국민의 머슴이라면 대통령은 상머슴이다. 각 부처의 장관 등 여러 상머슴들과 중머슴, 담사리들이 ‘창의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데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상머슴뿐 아니라 다른 머슴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창의성은 타고난 재능과는 그다지 깊은 관계가 없다. 훈련과 알맞은 휴식, 환경조성을 통해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조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창의적 성과에 대해 매력적이고 효용성 있는 보상이 필요하다. 보상이 매력적이지 않고 효용성이 없는 데다 보상에 대한 신뢰까지 없는 조직이 구성원의 창의성을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요즈음은 봉급수준, 복지, 물리적 업무 환경 등에서의 불평·불만 요인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개인적 성장, 능력인정, 책임의식, 성취감 등 동기부여의 요인이 더 중요하다. 적절한 행동에 부적절하게 벌을 주는 일은 없는지,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부당한 보상을 하는 일은 없는지도 뒤돌아봐야 한다.

이돈관

게재일 : 200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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