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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나라’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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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나라’ 무엇이 다를까
[동아일보   2006-12-16 03:00:00] 
[동아일보]

《2006년이 저물어 간다. 누구나 올 한 해 동안 이룬 것, 이루지 못한 것, 세상에서 나의 위치를 되새겨 보는 시점이다.

 

한국의 올해 성적은 어땠을까. 올 한 해 동안 발표된 각종 ‘성적표’에서 한국은 부패인식지수 세계 42위, 언론 자유지수 31위로 아직 사회가 썩 건강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의 경쟁력을 따지는 분야에서도 한국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선 23위,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국가경쟁력 순위는 24위였다.

 

이처럼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못한 탓일까. 삶의 만족도를 따지는 조사에서 한국은 특히 뒤졌다.

 

 ‘삶의 질’을 가리키는 인간개발지수(HDI)는 26위, 행복도를 따지는 행복지수(HPI)에선 102위에 머물렀다.

 

우리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이며 남들의 어떤 점에서 배울 수 있을까. 세계 주요 국제기구와 연구소가 2006년 발표한 각종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들의 남다른 비결을 살펴본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

 

▽조화롭게 사는 바누아투(한국 102위)=영국 신경제재단(NEF)이 7월 발표한 행복지수(HPl)에서 178개국 중 1위를 차지한 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2900달러에 불과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였다.

 

GDP로만 따지면 233개국에서 207위인 가난한 나라다.

 

윤치관(57·태권도 사범) 씨는 2001년부터 바로 이 ‘가장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 처음에 바누아투의 삶은 마치 정지돼 있는 듯했다고 윤 씨는 회상한다.

 

원주민 대다수는 뚜렷한 직업이 없었고,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평균 23도) 덕에 비를 피할 정도의 움막이면 만족했다. 윤 씨는 지금껏 “부자가 되겠다”거나 “남보다 잘살아야겠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먹을 것’이 천지에 널려 있었던 것도 이유였다. 심고 가꾸지 않아도 자연은 넉넉한 밥상을 베풀어줬다. 원주민들은 배가 고프면 나무열매를 따거나 고구마 같은 작물을 캐 먹었다. 물고기는 바다에 나가면 쉽게 잡았다.

 

전체 인구 20만8800명(올해 7월 기준) 중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7% 정도. ‘실업(失業)’이라는 개념도 없다. 모두가 이웃처럼 잘 아는 까닭에 범죄도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 이민자들은 적응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재미가 없다’는 고민에 빠진다는 것. 윤 씨는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워야 바누아투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30명가량의 한국 교민이 거주한다.

 

‘바누아투의 영국 친구들’ 단체의 회장인 노먼 샤클리 씨는 “바누아투에는 ‘반기는 척’ 하는 사람들이 없다. 어디를 가나 진심으로 반겨준다”고 전했다.

 

샤클리 씨와 10세 된 아들은 항공사 파업으로 바누아투에서 3주간 발이 묶인 적이 있다. 오갈 데 없는 부자를 머물게 해 준 사람은 생면부지의 원주민이었다.

 

“원주민 청년에게 ‘생계는 어떻게 꾸려 가나요’라고 물었더니 낚싯대를 가리키면서 ‘이거요’ 그러더군요. 알고 보니 그는 영국 유학 경험도 있었지만 소득보다 단순한 삶에 만족하고 다른 것은 바라지 않았어요.”

 

▽삶의 수준이 높은 노르웨이(한국 26위)=종합적인 삶의 질을 평가하는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에서 노르웨이는 올해까지 포함해 6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인간개발지수는 평균수명, 교육수준, 부(富), 남녀평등 등 인간적인 삶의 수준을 종합 평가한다. 노르웨이는 평균수명 79.6세, 초중등학교 등록률 100%, 장기실업률 0.4% 등을 기록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페어플레이의 나라

 

▽부패 없는 핀란드(한국 42위)=2001년부터 2004년까지 1등. 2005년 2등으로 물러섰다가 올해 다시 1등에 복귀. 핀란드가 받아든 ‘청렴 성적표’다. 도대체 얼마나 깨끗하기에….

 

핀란드에는 ‘공무원에게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를 주는 건 괜찮다. 그 반대는 위험하다’는 격언이 있다. ‘따뜻한’ 맥주와 ‘차가운’ 샌드위치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아무것도 주지 말라는 얘기다. 핀란드에선 공직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것도 뇌물로 여긴다.

 

몇 년 전 국회의원의 뇌물수수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놓고 크게 논란이 일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굳이 법을 만드느냐는 반발이 일었던 것. 법안은 통과했지만 저촉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알려진 것만큼 실생활이 깨끗할까. 27년째 헬싱키에 살고 있는 교민 황대진(64) 씨는 “100%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황 씨는 그 비결로 현금 거래가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핀란드 사람들은 대부분의 거래를 신용카드로 한다. 노천 시장의 상인들도 신용카드를 받는다. 황 씨는 “현금을 내밀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무당국은 전 국민의 소득과 재산을 샅샅이 파악할 수 있다.

 

계급 차별이 없고, 모든 일이 담당 직원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도 핵심 요인이다. 윗사람이라고 해서 아랫사람의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 없다는 것. ‘민원’이나 ‘압력’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역사적으로 핀란드가 오늘처럼 청렴한 국가는 아니었다. 외교부는 “현재 수준이 될 때까지 200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1809년에 설립된 감사원, 1920년에 설치된 의회 옴부즈맨 등 독립 기구들이 부패 척결에 앞장서 왔다.

 

▽언론이 자유로운 핀란드(한국 31위)=핀란드는 언론 자유 역시 세계에서 으뜸인 나라로 꼽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9월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대통령의 상반된 언론관은 화제가 됐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설명하며 “언론이 국가의 많은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할로넨 대통령은 “핀란드에 부패가 없는 이유는 언론의 활발한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할로넨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가 늘 편안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것으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핀란드를 올해 언론 자유도 1위에 올린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언론에 대한 검열이나 위협, 물리적 보복이 이 나라에선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핀란드 외교부는 “공공기관의 사소한 권력 남용도 핀란드에선 보도가 되며, 보도가 되고 나면 즉시 대중의 불신임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공권력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은 언론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인구 520만 명인 핀란드에서 발행되는 신문 부수는 320만 부에 이른다. 국민의 80%가 신문을 본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경쟁력 있는 나라

 

▽기업하기 좋은 싱가포르(한국 23위)=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필요한 단계를 거치는 시간이 6일인 나라가 있는 반면 22일 걸리는 나라도 있다. 기업가라면 어디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 할까.

 

전자는 싱가포르, 후자는 한국이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가 조사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평가의 결과다.

 

한국은 올해 싱가포르의 저력에 밀려 눈물을 삼킨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가 독일 회사와의 합작 공장을 싱가포르에 짓기로 결정한 것. 삼성전자는 애초에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 했으나 싱가포르의 유리한 투자 환경에 이끌려 방향을 틀었다.

IFC는 “싱가포르는 철저히 비즈니스 친화적인 경제”라고 평가했다. 우선 일처리 속도가 신속하고 간결하다. 필요한 물품의 수입 통관에 3일이면 충분하다. 아시아 지역 평균은 3주다. 싱가포르에선 면허 취득에서부터 세금을 내는 것까지 많은 일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정치, 사회적 안정도 비결로 꼽힌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싱가포르에서 기업을 하기 좋은 이유로 “정책이 바뀌지 않고 연속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총리 이하 전 공무원이 ‘국가 세일즈맨’으로 나선 것이 싱가포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됐다. 전 총리인 리콴유(李光耀) 고문장관이 ‘싱가포르의 브랜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답한 말에는 싱가포르 공무원들의 생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싱가포르의 브랜드는 편안한 생활과 행복한 가정, 일하고 투자하기 좋은 국가입니다.”

 

▽국가 경쟁력 1위 스위스(한국 24위)=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스위스는 올해 처음 1위에 올랐다. WEF는 “스위스는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좋은 연구기관이 많으며 기술 혁신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스위스가 강대국이 된 이유는 한두 가지로 꼽기 힘들다. 개인과 기업의 준법정신이 남다르고,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갖추고 있으며, 정교한 기업문화와 유연한 노동시장도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술 혁신’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연구기관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기술은 곧바로 기업 현장에 접목된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은 경작 가능한 땅이 국토의 25%에 불과한 스위스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다.

 

스위스는 노벨 물리학상 9명, 노벨 화학상 6명, 노벨 의학상 8명을 배출했다. 인구 수 비율로 볼 때 노벨상 수상자 수에서 세계 1위라는 사실은 스위스가 얼마나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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