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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값경고' 불구 "막차라도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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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값경고' 불구 "막차라도 타자"
[머니투데이   2006-11-27 09:38:21] 

[머니투데이 박재범기자][11·15대책 후 시민들 목소리 들어보니…]

 

"11·15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좀 안정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글쎄요"라고 즉답을 피한 기자의 머리 속에 여러 친구들이 떠오른다. 마치 정부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친구들.

 

 "지금 집을 사면 막차"라고 외치는 정부를 향해 "막차는 없다"고 맞서는 '선수들'이다. "타지 말라고 해서 놓친 차가 너무 많다" "막차여도 차는 타야지 않겠나" 등 이제야 승차를 결심한 '고민파'도 있다.

 어느새 '자포자기파'도 생겼다. "차 탈 염두가 안 난다"는 이들에게서는 허탈감과 공허함이 묻어난다. '선수'건 '자포자기파'건, 공교롭게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밑거름이다.

 

 직장인 C모씨(39)는 "좋은 곳에 자기 집 가진 관료나 고위층들이 과연 집에 대한 고민을 이해할 수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정부'가 친구, 국민들과 다른 세상에 있다는 얘기다. 집의 유무가 삶의 질 등 생활 전반을 규정하고 있는 2006년, 이들의 입을 통해 '우리'의 얘기를 들어봤다.

 

 ◇막차는 없다. 투자는 계속된다 = 정부 투자기관에서 근무하는 이찬경씨(가명·36)는 결혼 이듬해인 2000년 4월 강동구 길동의 25평 아파트를 1억2000만원에 구입했다.

 

 결혼 전 모아뒀던 예금과 결혼 후 맞벌이를 통해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이른 나이에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그가 현재 사는 곳은 길동 근처 한 빌라. 길동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이주비 1억3000만원을 받고 빌라로 옮겨간 것이다.

 

 길동 아파트의 현 시세는 7억원 남짓. 6년 만에 6억원 가량 뛰었다. 집값 뛰는 재미를 본 이씨는 지난 17일 경기 평촌 재개발단지의 12평 빌라를 2억4000만원에 구입했다.

 

 11·15 대책 발표를 지켜봤지만 집값이 향후 몇년간은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중견 의류업체에 근무하는 최용일씨(가명·37)도 유사한 사례. 청약처축에 당첨, 2002년 경기도 의왕시의 20평형 아파트를 1억9000여만원에 구입한 최씨는 이 아파트를 담보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인근의 30평형 아파트를 하나 더 샀다. 정부 대책이 쏟아졌지만 집을 팔 생각은 없다. "막차는 없다"는 믿음이 강한 탓이다.

 

 ◇늦었더라도 차는 타야지 = 경기 부천시에 사는 이민우씨(가명·37)는 최근 은행에서 약 2억원을 대출받아 현재 거주하고 있는 33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전세금 1억3000만원과 그 동안 모아뒀던 돈을 모두 쏟아 부었다. '막차'를 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과감히 선택했다. 속된 말로 "질러 버린 셈"이다.

 

그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이씨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5000만원 올려달라고 해서 일주일내내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리고 집을 살까 고민하는 일주일 만에 집값이 1억원이 뛰는 걸 보고 또 며칠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과거 두 차례의 실패(?)도 떠올렸다. 마지막 전세도 "부동산 값만은 기필코 잡겠다"던 참여정부의 약속만 믿고 했다. 남은 것은 배신감뿐. 이씨는 "막차 탈 가능성이 높다는 주위의 만류도 많았지만 인내심이 바닥났다"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미친 세상, 엄두가 안 난다 =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정하진씨(가명·44). 지난해 가을 경기 과천시 27평 아파트가 좁게 느껴져 집을 팔고 평수를 넓혀 평촌에 40평형대 전세를 들어갔다.

 

 '무주택자'가 된다는 데 약간의 걱정도 있었지만 때가 되면 다시 살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더 컸다. 8·31 대책 등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나온 후여서 든든한 힘도 느껴졌다.

 

 그러나 정씨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옛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며 후회했다. "전셋값은 1000만원 단위로 오르고 매매값은 억 단위로 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자포자기'다.

 

 지난해 가을 결혼한 윤여준씨(가명·32)도 일찌감치 '포기' 대열에 섰다. 결혼 전 모아둔 목돈이 많지 않아 전세자금 대출로 간신히 700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윤씨.

 

 대기업 계열사에서 월급 300만원을 받으며 저축, 펀드 등을 통해 내집 마련 계획을 잠시 세웠봤지만 집값을 보며 이내 '뜻'을 접었다. 그는 "내년에 태어날 아기를 위해 돈을 모을 뿐 집 사는 것은 포기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애도 못 낳는다" = 집을 통한 '돈벌이'에 나서건, 집 사는 것을 포기하건 '자유'다. 그런데 남 얘기일 때로 국한된다. '우리' 얘기면 달라진다. 정부는 '남 얘기'하듯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삶'이다.

 

 정부가 미운 이유는 '남의 정부' 같다는 데 있다. 윤여준씨는 "정부는 정말 모른다"고 했다. '불신'보다 '무지'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과연 집값이 양극화,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과연 알기나 알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의아스러운 질문이지만 집을 가졌으면서도 폭등에도 마음이 불편한 정훈씨(33)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기 일산에 사는 그는 지난해 3월 모기지론을 이용, 26평 아파트를 장만했다.

 

 최근 부동산 광풍 속 정씨 집도 4000만원이상 올랐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 않다. 내년에 둘째를 갖기로 하고 3~4년 후에는 30평대 아파트로 이사갈 계획을 세웠던 정씨.

 

 그런데 30평형대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아내의 마음이 돌변했다고 한다. 정씨는 "현재 수준이라면 내 월급으로는 30평대 아파트는 꿈도 못 꾼다"며 "아내가 집을 넓힐 수도 없는데 애를 어떻게 낳겠느냐고 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부인과 맞벌이하는 오영준씨(33)도 마찬가지. 오씨가 부인과 함께 보는 소득은 연봉 8000만원 수준. 아들 하나를 뒀지만 둘째는 생각지도 않는다. 집 스트레스가 큰 탓이다.

 

 게다가 요즘 들어선 세상사는 재미도 떨어진다. "결혼때 부모한테서 집을 받은 친구는 연봉 3000만원이어도 풍족한 삶을 즐기는 데 우리는 맞벌이를 해도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고 푸념했다.

박재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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