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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7억 들여 공사했는데 왜 우린 ‘캐슬’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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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7억 들여 공사했는데 왜 우린 ‘캐슬’이 안되나?’

 

 

[한겨레   2006-10-31 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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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집값을 올리기 위해 잠재적 소비자를 교란시키는 행동이다” vs “내집 옥호를 내 돈 들여 바꾸는 것은, 주택소유자의 당연한 권리다”

 

엇갈리는 두 주장은 법정에서 충돌할 전망이다.

 

이른바 ‘명품아파트’로의 변신을 위해 아파트의 명칭변경을 신청했으나 관할구청으로부터 거부당한 입주자들이 소송을 냈다.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롯데낙천대 주민 입주자대표회의는 10월30일 서울중앙지법에 ‘명칭변경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구청에 전화질의를 통해 명칭변경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입주자들이 갹출해 7억원을 들여 외부 공사를 하고 명칭변경을 신청했다”며 “다른 구청에서 이름을 바꿔준 사례가 있는데 동작구청만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주장대로 아파트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31일 사당동의 ‘롯데 낙천대아파트’를 찾았다.

 

외관은 ‘캐슬’이 분명한데…

 

2003년 9월 입주한 사당 낙천대는 분양가가 평당 1천만원이었고 현재 호가가 2천만원에 이르는 이 지역에선 상대적 고가에 속하는 아파트다.

 

1차의 경우 29평부터 59평까지의 다양한 평수에 444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괜찮은’ 아파트에서 왜 굳이 이름을 바꾸려고 할까? 직접 찾은 낙천대 아파트는 이미 외관상 ‘캐슬’이었다. 멀리서부터 아파트 외벽의 ‘롯데캐슬’ 이란 사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입구에도 캐슬의 상징물인 독수리 장식을 한 철제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인물만 바뀐 것이 아니다. 아파트 동 출입구 부분과 조경시설도 새로 했다. 그렇지만 이 부분외에 아파트 구조나 편의시설이 달라진 것은 없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7억여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비용은 가구당 평을 기준으로 100만원에서 400만원을 갹출해 충당했다. 이 아파트 건너편에는 아직 외관 변경을 하지 않은 낙천대 2차가 있어 두 아파트의 차이가 쉽게 비교됐다.

 

낙천대2차도 곧 외장공사를 하고 ‘캐슬’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정희주 낙천대아파트관리사무소장은 “낙천대라는 브랜드가 단종됨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졌다”며 명칭변경 신청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 소장은 “롯데건설쪽에서 제시한 충족 여건을 다 갖추어서 회사로부터 캐슬을 사용하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는데 구청에서 사실상 명칭변경을 거부했다”며 “다른 구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소장과 돌아본 아파트는 겉보기와 달리 바로 옆 낙천대 2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낙천대라는 글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낙천대의 상징인 정자가 예전에 이곳이 ‘낙천대’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롯데건설 “‘낙천대’ 더이상 공급안해…조건만 맞다면 캐슬로 변경해주겠다”

 

롯데가 지은 아파트, 낙천대와 캐슬은 어떻게 다른가? 롯데건설은 낙천대와 캐슬이라는 상품을 동시에 분양해왔다. 단지 근처에 숲이나 호수같은 자연지형물이 있는 경우에는 자연친화적 느낌의 낙천대로, 도심에 있는 경우에는 성의 느낌이 나도록 캐슬로 지었다.

 

롯데건설의 관계자는 “처음 분양했을 때는 낙천대와 캐슬의 차이는 없었다”며 “외장 건축의 컨셉트만 달랐지 쓰인 내·외장재도 같고, 분양가도 비슷했다. 오히려 당시엔 낙천대가 더 주력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롯데건설은 낙천대의 공급을 중지한 상태다. 브랜드와 회사역량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캐슬이라는 브랜드로 통합했기 때문이다.

 

낙천대에 거주하던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롯데쪽에서 캐슬만 홍보했지 낙천대는 ‘찬밥’ 취급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서울 양천구에 있는 낙천대아파트도 슬그머니 캐슬로 바뀌었다. 사당 낙천대의 경우도 이런 논리로 명칭 변경을 준비한 것이다.

 

동일한 조건으로 입주했는데 회사의 정책이 바뀜에 따라서 재산상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명칭이 바뀐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주민들은 가구당 몇 백만원의 돈을 지불했지만 구청에서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소송까지 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소송까지 가게 된 데에는 회사의 오락가락한 정책 변경도 한몫했다. 롯데건설쪽은 “낙천대와 캐슬의 내부 구조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외부적 조건만 충족된다면 캐슬 브랜드의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지자체에서 무분별하게 아파트 명칭 변경을 허가하면서 입주자들의 ‘기대치’는 높아졌다. 주민대표들, “구청 입장 듣고 3월부터 준비해 7월에 공사 끝냈는데… ”

 

입주민 대표자회의에서는 이에 따라 올 3월부터 명칭변경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롯데건설은 공사 진척과 계획서를 살펴보고 6월께 ‘캐슬’ 명칭의 사용허가를 내주었고, 7월말께 공사가 마무리됐다. 공사가 마무리되자 주민들은 구청에 명칭변경을 해달라는 공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구청은 ”관계법령이 개정작업 중에 있어 기다려 달라”는 답변을 해왔다. 몇 차례의 공문이 더 오갔고, 9월 정부가 과태료 방침을 발표하자 구청은 허가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구청에서 “시간 끌기를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용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애초 관할 지차체에서 엄격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이런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파트 값을 올리려는 이기적 생각이라는 지적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사당 낙천대의 경우 페인트 칠만 다시해서 변경신청을 하는 파렴치한 행동은 하지 않았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자신이 사는 건물의 명칭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소유자의 엄연한 권리이다”고 덧붙였다.

 

동작구청 “아파트 이름 바꾸면 관련문서 수백개 바꿔야…세금과 행정력 낭비다”

 

관할 지자체인 동작구청은 명칭 변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영원 주택과 과장은 “아파트의 명칭을 바꾸는 것이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것이 아니라 관련 공부를 수백개 변경해야 하는 행정력이 소요된다”며 “몇 백 세대의 아파트 값을 위해서 국민이 낸 세금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강 과장은 “솔직히 명칭이 바뀌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관련 지자체 세수도 증가하는데 왜 이유없이 반대를 하겠느냐”며 “건교부와 서울시의 지침도 있었고 이번 낙천대의 공사가 아파트 명칭 변경을 허가 할 만큼의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진수 주거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아파트 외장 공사를 통해 브랜드를 바꾸는 것은 상품의 겉포장지를 바꾸어 소비자를 교란시키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아파트 가격을 올리려는 입주자, 브랜드를 홍보하려는 회사, 여기에 무분별하게 명칭 변경 허가를 해준 관할 지자체가 서로 짬짜미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 말했다. 건교부, 지난달 “증·개축없이 아파트 명의변경 불가…위반땐 과태료”

 

건설교통부는 지난 9월10일 “최근 일부 단지에서 집값을 올리기 위해 페인트 칠만 바꿔 새 아파트의 브랜드를 내거는 일이 늘고 있다”며 “이는 주택법상 ‘공동주택의 효율적 관리를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위반시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민들이 건설사의 동의를 받더라도 이름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고, 증축이나 개축,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바꾸는 등 건축물의 내용 변경이 있을 때에만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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