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재테크 실전으로 얻은 것
김희정 기자 | 08/11 11:16
[財테크, 희정이도 한다] 연재를 마치며
'財테크, 희정이도 한다'를 1년여동안 쓰면서
얻은 소득은 구체적인 재테크 노하우보다 돈을 바라보는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세운 것이다. 처음에는 CMA 통장 하나 만들어 놓고 대단한 투자를 한
것 처럼 뿌듯했고 상품을 섭렵하는 것에 주안을 두기도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자산관리에 쏟는 '땀'의 가치에 주목하게 됐다.
연재
기사를 시작하면서 뚱뚱한 지갑과의 이별을 고하고 신용카드를 하나로 줄였다. 무절제한 소비의 주범이었던 술과 택시를 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이
흐른 지금, 생활패턴은 분명 달라졌다.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로 귀가는 날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분기별 행사가 됐다.
◆나의 투자성적은?
기사를 쓰면서 일부는 소액이나마 실제 투자를 병행했다. 신문에서 행간을 통해 읽는 것과 직접
현장을 찾고 투자를 하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나 간극이 컸다.
주택청약에 필요한 통장을 만들고 난생 처음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적금이 전부인 줄 알았던 기자가 적립식 펀드로 이른바 투자를 시작했고 종국에는 직접 주식을 사기도
했다. 전환사채, 리츠, 부동산펀드, ELS, 해외펀드, 상품펀드부터 중국주식까지 다양한 투자 대상을 접하면서 '이 많은 걸 다 투자하고 알아야
하나' 한 숨 쉬기도 했다.
철거가옥 특별 분양이나 오피스텔 경매 현장, 송도 신도시, 판교 분양관을 찾으면서 난생 처음 가보는
현장에 마음이 설레였다. 기사를 쓰면서 접한 하나 하나가 모두 새로운 경험이었으니 말이다. FX마진거래를 통한 환투자나 ELW는 초보자들에게
생소하고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에 부적절한 면도 있지만 이런 상품도 있다는 취지로 소개를 했다.
아는 사람들은 '그 많은 상품에
다 투자한 것이냐, 부자 되겠다'며 농을 하기도 한다. 명색이 재테크 기자가 부자가 못 되면 누가 부자되겠느냐 반문할 수도 있다. 변명 같지만
수학의 정석을 달달 외운다고 모두 아인슈타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냉정히 평가해서 기자의 투자 성적은 시장 평균치다.
주택청약부금은 가입한 지 2년이 지나 1순위가 됐지만 아직 청약해 본 적이 없고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소득공제를 위해 분기말에만 공제 한도 내에서 여윳돈을 넣고 있다. 7년 동안 자금이 묶이는 게 불편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 은행 예금이나 적금보다는 적립식 펀드로 저축을 대신하고 있는데 가입한 4개 펀드(배당형, 성장형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중 일부는 수익을 냈고 일부는 소폭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11개월된 배당형 펀드의 수익률은 원금 대비 -2.3%. 5개월된 성장형 주식펀드도 원금에서 5.7% 손실을 봤다. 아시아 지역에 주로 투자하는 해외펀드는 가입한지 5개월된 현재 2.8%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거치식으로 들어가 10개월째인 인도펀드는 14.7%의 수익을 얻었다. 국내 펀드에서 본 손실폭을 인도펀드로 만회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인도펀드도 중간에 인도 증시의 급격한 조정으로 마이너스를 보이기도 했다.
가장 큰 수익을 준 상품은 정작 펀드가 무엇인지도 모를 때 얼떨결에 가입해 17개월간 꾸준히 적립한 펀드였다. 이 펀드는 지난 하반기 환매해 오피스텔 전세금을 충당할 수 있었는데 시황도 좋고 환매 시기도 나쁘지 않아 원금 대비 22.3%의 수익을 올렸다.
시황에 맞게 그 때 그 때 적합한 투자 대상을 택하기 보다는 기사를 쓰면서 새로 접하는 상품을 시험해 보는 차원에서 가입한 상품이 많아 기대만큼 수익률이 따라주지 않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배당형 펀드는 꾸준히 수익을 기록하다 4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성장형 펀드는 들어가면서 바로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적립식 펀드는 묵혀두면 매입단가가 낮아지고 시황이 좋을 때 환매하면 된다는 생각에 적금 붓듯 넣고 있다.
가치주라는 판단으로 직접 투자한 주식 A주는 매도 타이밍을 놓쳐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주당 5만2000원에 샀던 주가가 400원 떨어져 수수료를 제외하고 0.76% 손실을 봤다. 매수 전 신고를 하고 장기 투자해야하는 회사 규정상 길게 보고 가져가자는 입장이다. 손절매나 수익률 관리에 쏟아부을 시간적 여력이 넉넉치 않아 이후 직접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경매 입찰에 나섰던 오피스텔은 낙찰에 실패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낙찰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투자보다 경매 참가 자체에 의의를 뒀기 때문이다. 혼자 기거하는 독립 세대주일지라도 내집마련은 언젠가 이루고픈 경제적 목표다. 임대 목적이 아닌 이상 매매가 잘 되지 않는 오피스텔을 싸게 사기보다는 늦더라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청약통장을 이용하는 게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모주 청약도 응해 봤지만 경쟁률이 워낙 높아 부족한 투자금으로는 주식을 배정받기 어려웠다. 공모주 청약으로 소액 투자한다는 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리츠와 ETF는 시험 차원에서 직접 체험해 봤지만 거래 최소 단위로 매수하고 곧바로 매도했기 때문에 투자라고 하기는 부적합하다. FX마진거래를 통한 환투자는 모의 투자로 소폭 수익을 얻었지만 바로 접었다. 주식보다 변동성이 큰 데다 단타 위주의 시장이라 직장이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부적합했다. ELW 역시 거래 최소 단위로 시험 차원에서 매수하려다 레버리지가 큰 만큼 그에 시간과 신경도 배로 쏟아야 한다는 생각에(사실 이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매수하지 않았다.
가장 확실한 소득은 빚을 없앴다는 것. 오피스텔 전세금 일부를 모친에게 빌려서 계약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빚 상환이 당면 과제였는데, 일단 빚은 청산에 성공했다. 결국 투자로 인한 자본 소득 보다는 소비를 아껴서 늘린 자산 총액이 컸다. 재테크 초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는 빚을 없애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라는 평범한 명제를 실감했다.
◆돈이 가르쳐 준 것
이것저것 기웃 거리며 느낀 것은 재테크를 행복을 증진시키는 도구로 활용해야지 또 다른 스트레스의 주범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내에서 내게 맞는 투자 대상을 찾아 자산을 관리하는 기쁨을 찾아야지 남들과 비교하면서 의기소침해 하고 내 페이스를 잃을 필요가 없다. 주가가 오른다 해도 직접 투자할 시간적 여력이 없는 직장인이 무리해서 주식을 사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
돈을 좇아 재테크에만 연연한다고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재테크에 매진하다 보면 주객이 전도돼 돈 그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는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이성을 잃고 투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산을 늘리려는 유혹에 들기도 한다.
결국 재테크란 나와 궁합이 맞는 투자 대상을 선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테오도르 헤르츨의 말처럼 여러분이 원하면 그것은 이미 동화가 아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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