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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꾼 '활개' 서민은 투기 '들러리' |
올해 초부터 강북에서 좀 낙후됐다 싶은 곳엔 어김없이 '빌라 삽니다'라는 전단지가 나돌았다. 빌라를 팔겠다는 것도 아니고, 빌라를 사겠다는 전단이 왜 그리 많이 돌아다닐까, 궁금했다. 도대체 누가, 왜, 얼마나 빌라를 사들이는 걸까. 재개발, 재건축 정책을 맡고 있는 서울시 주거정비과의 한 공무원은, 얼마 전부터 이른바 기획부동산 업체들 또는 재개발 전문 투기꾼들이 전단을 뿌리고 빌라를 매집한다고 귀뜸해 줬다. 보통 한 지역에서 20~30 채의 빌라를 사들이는데, 성북구나 은평구 등 강북 낙후지역의 경우 빌라 가격은 평당 5백만원~6백만원선이다. 12평에서 20평 이상까지 닥치는 대로 사들인다. 빌라 매집이 끝났다 싶으면, 이 재개발 '꾼'들의 작업이 본격 시작된다. 먼저 자기들이 빌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동네의 통장과 반장 등 주민 대표를 찾아간다. 옆 동네 00동도 재개발되고 윗동네 00동도 재건축한다는데 우리만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말로 꼬드긴다. 아무생각 없던 주민들은 '어? 재개발? 재건축?' 알쏭달쏭하지만 일단 재개발 '꾼'들이 사탕발림을 해가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순간 넘어가게 된다. 그 다음엔 통장, 반장님들을 앞세워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만든다. 회장도 뽑고 총무도 뽑고... 곧바로 '주민동의서'를 받기 시작한다. 현행 법규상 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위를 만들고 동의서를 받는 행위에 대한 제약은 없다. 즉, 자기들이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추진위를 만들고 동의서를 받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 동네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주민동의서를 받기 시작하면, 동네 사람들 사이에선 곧 우리 동네가 재건축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다는 것이다. 슬슬 집값이 뛰기 시작한다. 올해 4월 만해도 평당 5백만원에 불과했던 은평구의 한 빌라 밀집지역에선 재개발 '꾼'들이 작업을 한지 석 달 만에 평당 8백이 넘었고, 지금은 매물 없이 호가만 평당 1000만원을 넘는다. | ||
한꺼번에 내다 판다. 평당 5백만원에 사서 평당 8~900만원에 팔아 치우는 것이다. 이들이 정확히 얼마의 매매 차익을 거두고 나갔는지는 알 수 없다. 인근 부동산 업소의 말에 따르면 이들이 단 두어 달 만에 챙기는 매매 차익은 대략 10억에서 20억 정도. 재개발 '꾼'들은 처음 빌라를 대량으로 사들일 땐 일단 계약금만 걸어 놓는다. 그리고 잔금일자를 두 달이나 석 달 뒤로 잡아 놓는다. 그리고 그 사이, 잔금을 치러야 할 날짜가 돌아오기 전에 '작업'을 끝낸다. 재건축 추진위원회도 만들고, 동의서도 받고, 소문도 내고... 당연히 등기는 하지 않는다. 꼬리가 잡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등기 전매다. 세금도 안 내고 들킬 염려도 없고... 그럼 한참 '재건축 열기'에 가슴이 설레던 주민들은 어떻게 될까? 재건축 동의서를 받고 있는 한 은평구 00동의 경우 구청 공무원에게 넌지시 물어본 결과, 재건축 승인이 날 가능성은 20%도 안 된다고 한다. 이유는 노후, 불량 주택 비율이 3분의 2가 넘어야 하는데, 그 동네의 경우엔 신축 빌라가 많아서 그 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은평구가 올린 30여 곳의 재건축 후보지역중에서 서울시 승인이 날 만한 곳은 몇 군데 없다. 구청도 주민들이 신청을 하니까 서울시에 올리긴 하는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규정하고 있는 재건축 요건에 맞는 곳은 많지 않다. 취재를 위해 00동 주민들을 만나 이야길 들어봤는데...주민들 대부분 재건축과 재개발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싹 밀고 새로 짓는다기에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서 그 요건과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재개발이 되려면 일단 5년 단위로 서울시가 만드는 '도시기본계획'상에 재개발 지역으로 포함돼 있어야 한다. 그 밖의 지역에선 아무리 재개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러니 구청에 물어보면 자신이 사는 동네가 재개발 되는 곳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 재건축은 재개발과 달리 기본계획과는 상관없다. 대신 노후주택 비율이 전체 주택의 2/3가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실제 재개발이나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곳은 이미 빌라 가격에 그 가치가 반영돼 있다. 투기꾼들은 사실상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래서 빌라 가격이 낮은 동네를 찾아다니면서 이런 '작업'들을 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주민들은 결국 재개발 '꾼'들의 선동에 넘어가 '투기'의 들러리가 되고 만다. 취재를 끝내고 머리 속을 맴도는 건 "뛰는 '정책' 위에 나는 '투기'.."라는 생각이다. 서민들이 월급 모아 집 장만하는 일, 그 일이 수월한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현영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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