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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도 모르는 우리말 상식]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붙여 써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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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도 모르는 우리말 상식]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붙여 써야 한다고?
스포츠경향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입력: 2014년 10월 28일 16:52:09


원문보기:
http://sports.khan.co.kr/culture/sk_index.html?cat=view&art_id=201410281652093&sec_id=562901#csidxd5a380016cbbdf2a50bc3af4085c573


신해철이 27일 사망한 가운데 온라인에서 때아닌 언어 예절 논쟁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유명 연예인 등이 목숨을 잃은 뒤 그들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층이 써놓은 애도의 글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중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표현에는 마침표를 찍지 않고, 띄어쓰기도 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논란의 핵심이다. 28일에도 이런 내용의 글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후끈 달궈 놓았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침표는 마친다는 뜻, 즉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삼가’를 붙이려면 반드시 그 앞에 고인의 이름을 써야 한다”고 나름대로 그럴 듯한 이유도 달고 있다.


온라인 언어 예절 논쟁 트위터 캡처


그러나 이는 바른 주장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표준어규정이나 한글맞춤법, 표준 화법, 지난해 정해진 표준 언어 예절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최근의 국립국어원 답변도 “상례(喪禮)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드릴 수가 없다”고만 할 뿐, 바른 주장이라고 전하지는 않고 있다.


더욱이 ‘삼가’는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를 뜻하는 부사, “삼가 명복을 빕니다” “소인은 삼가 대인을 만나 뵈옵고 싸우지 않고 화친을 의논하려 하옵니다”라는 사용례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다.


결국 ‘삼가’를 반드시 고인 이름 뒤에 쓴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옳지 않은 주장이 그럴듯하게 ‘포장’된 것은 우리말법에 대한 오해 때문으로 보인다. 띄어쓰기만 하더라도 우리가 옛날부터 사용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띄어쓰기는 근대 들어 만들어진 것이다. 독립신문이 만들어질 무렵 생겼다. 옛 문헌들은 띄어쓰기 자체가 없다. 따라서 만약 옛 문헌에 한글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쓰였다면, 당연히 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침표도 마찬가지다.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등의 문장부호는 우리가 만들어 쓴 것이 아니라 로마자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부터 서양의 것이 차용·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옛 문헌에서는 마침표를 찾아볼 수 없다. 정조 임금이 남긴 한글 편지에도 띄어쓰기와 마침표는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근대 이전 문헌에는 당연히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로 쓰여 있겠지만, 현대문에서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로 쓰는 게 옳다. ‘마침표를 찍으면 이승을 떠돈다’는 표현이라는 주장은 개인이 퍼트린 낭설일 뿐이다.

한편 일반 글이 아니라 조위금 봉투의 겉면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로 문장을 쓰는 것은 결례다. 이는 1992년에 마련한 ‘표준화법’에도 나온다. 봉투에는 ‘부의(賻儀)’가 가장 일반적이며, ‘근조(謹弔)’라고도 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문장은 봉투 속에 전하는 물목 등을 적어 넣는 ‘단자’에나 쓰는 표현이다.

 

이와 함께 단자는 흰 종이에 쓰고, 단자를 접을 때는 조의 문구나 이름이 접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조하는 물목이 돈일 경우에는 ‘금 ○○○○원’이라 쓴다. 영수증 쓰듯이 ‘일금 ○○○○원정’으로는 쓰지 않는다. 부조하는 사람의 이름 뒤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 쓴다면 ‘근정(謹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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