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형 도시계획 확대되어야
중부일보
게재일 : 2009년 07월 28일 (화)
도시의 주인은 주민이다. 그렇지만, 도시계획 수립은 아직도 행정과 전문가의 몫이다.
주민이 공청회와 공람을 통해 도시계획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1981년 도시계획법이 개정된 이후이며,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과 더불어 주민참여 기회는 조금씩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도시계획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면, 도시정책에 대한 주민의 이해를 높여 실천성을 높이고, 주체 사이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타협할 수 있게 도와주며 주민의 책임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도시만들기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토계획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도시계획과정의 주민참여는 공청회와 계획안 공람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그러나 행정과 전문가가 마련한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기에 한계가 있다. 지방의회의 의견청취나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자문을 통한 참여도 주민에게는 쉽지 않다. 이밖에 기반시설의 설치·정비와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지정·변경과 지구단위계획의 수립·변경 등 도시관리계획의 입안과정에서 주민이 제안할 수 있도록 한 입안 제안(법 제26조) 제도가 있다.
아직은 도시계획의 공공성과 행정의 주도성 때문에 도시계획과정에서의 주민참여가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국내외 사례에서 주민참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2년에 수립된 청주시 도시기본계획 수립 사례가 있다.
주민과 지역시민단체들이 계획입안 단계부터 참여하여 행정과 전문가와 함께 도시의 미래상과 비전을 설정하였다. 주민에게 매우 민감한 사항인 개발제한구역해제에 따른 취락지구 경계선 설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시애틀시는 정책프레임워크 개발, 도시기본계획안 수립, 이를 구체화시키는 근린계획 프로그램 개발의 세 단계를 밟아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계획안 마련을 위한 정책프레임워크 개발에 1천2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였고, 시는 주민이 근린계획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였다.
캐나다의 밴쿠버시는 도시계획 수립과정에서 시민들이 핵심 역할을 하였는데, 시민의 참여는 아이디어 창출, 아이디어 박람회, 선택, 계획 채택의 네 단계로 이루어졌다. 근린주구의 지역비전은 문장·그림·사진·지도를 포함한 구체적인 서류형태로 주민들이 직접 마련하였다.
독일의 졸링겐시는 계획세포제도를 통해 도시계획의 주민참여를 실현하고 있다. 시가 주민을 무작위로 뽑고 이들이 계획을 작성하면, 시에서 이를 바탕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인데, 계획 수립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사례처럼 도시계획에서의 주민참여가 활성화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2007년에 주민소환제가 도입되자 일부 지자체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추진되는 등 주민과 소통하지 못한 행정주도의 도시정책 추진과정에서 예산과 시간이 허비되는 사례가 생기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시민사회운동에서 도시계획과정에 주민참여를 활성화시키려는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지방자치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주도형 도시계획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힘써야 하며, 다양한 이해주체들의 주장을 조정하기 위해 주민참여 기회를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
도시계획 과정의 주민참여는 계획단계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토계획법에서도 도시관리계획의 입안 제안, 지방의회의 의견청취,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단계에서 주민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주민참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어도 주민의 도시계획 전문지식 부족과 참여방식의 제한으로 주민참여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주민참여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적극적인 주민참여 방법인 도시관리계획의 입안 제안제도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입안 제안제도의 경우 입안권자에게 제안하는 것이기에 주민으로서는 간접적이라는 한계가 있고, 제안서에 도시관리계획도서와 계획설명서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도시계획의 비전문가인 주민의 손만으로는 힘에 벅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민이 일상으로 생활하는 마을과 자주 이용하는 어린이공원·보행자도로·광장 등 익숙한 공간을 대상으로 제안하기에 주민이 주도성을 갖기가 한결 쉽다.
따라서 주민들이 일상생활공간의 공원·광장 등 기반시설을 대상으로 계획을 입안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전문가·공공기관·시민사회단체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지역 전담제, 도시 전문가의 파견, 주민제안에 대한 공공부문의 지원, 마을만들기 사업 공모, 주민협의체 구성·운영 지원 등이 각 주체가 주민참여를 현실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안상욱/대한주택공사 도시만들기지원센터 팀장
'▣① 再開發, 再建築, 뉴타운 常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존 재개발과 공공관리자 방식의 차이는 (0) | 2009.07.29 |
---|---|
서울 재개발 절차 6개월 더 빨라진다 (0) | 2009.07.28 |
[알쏭달쏭 재개발 투자] 조합원 분양가 낮아지려면… (0) | 2009.07.22 |
뉴타운 등 도시개발 지정권한 시·도지사에 이양 (0) | 2009.07.21 |
주택재건축사업이란? (0) | 2009.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