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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몸 실은 박근혜… MB정책과 ‘선긋기’
경향신문
입력 : 2009-07-20 18:13:04ㅣ수정 : 2009-07-21 00:15:07
ㆍ강행 당론에 반대…여권 정국구상 흔들
ㆍ‘박근혜 고립론’ 맞서 선전포고 해석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 정국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미디어법 직권상정시 반대표 행사’라고 이례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여권 핵심부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그동안 당론을 존중해왔고, 내놓고 당의 공식 결정을 정면으로 치받지는 않아왔다는 점에서 그의 한마디는 여권은 물론 정치권도 발칵 뒤집어놓았다. 당장 직권상정을 통한 미디어법 강행처리가 흔들리고 있고, 이후 조기 전당대회와 개각 등으로 이어질 여권 핵심부의 정국 구상도 영향을 받게 됐다.
친박 의원들이 서둘러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적 해석이 꼬리를 물고 나온 것은 따라서 당연했다. 여의도에선 20일 박 전 대표의 언급을 두고 당내 소통 부재와 일방적 국회 운영을 비판한 것이란 얘기부터 여권 주류에서 감지되는 일련의 ‘박근혜 고립 작전’에 대한 경고, 향후 독자 행보를 위한 명분쌓기 등 갖가지 분석이 쏟아졌다.
여권 인사들은 일단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당의 일방통행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의총에서 공표했던 ‘20일 무조건 처리’로 상징되는 밀어붙이기 행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난 15일 ‘미디어법은 가능한 한 합의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는데도 당이 언제 협상 한 번 제대로 했느냐”면서 “미디어법 반대 발언은 대화와 타협이란 정치 및 국회 운영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자 직권상정이란 꼼수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밝혔다.
확대하면 친재벌·경쟁·성장을 중시하는 ‘MB’ 정책에 대한 선긋기 차원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의 국민이 ‘MB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미디어법 처리에 반대함으로써 ‘민심’에 몸을 실었다. 국정동반자 약속이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여당 내 자유선진당과의 연대 움직임과 연결짓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여권 핵심부에서 자주 거론되는 ‘충청 연대론’과 맞물려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제시한 방송법 절충안 등을 당 지도부가 덜렁 받아들이고, 여기에 ‘충청 총리론’ 등이 나오면서 위기의식을 느꼈을 수 있다”면서 “이런 흐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박근혜 고립론’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해석은 그 연장선이다. 조기전대론 부상에 따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설이 빈번히 등장하고 있고 박 전 대표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친박 입각론’이 여전히 무성하며, 중립인 권영세 의원 추대론으로 기울던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에 전여옥 의원이 뛰어드는 등 친이계에서 ‘포위망’을 좁혀오자 박 전 대표가 경고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영남의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번 발언을 통해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하자는 대로 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면서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론’을 앞세워 ‘MB 본색’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더욱 두 분간 전투가 잦아지고, 전선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은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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