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타결]세계최대 시장 문 활짝 열었다
뉴시스 기사전송 2009-07-13 19:14
【서울=뉴시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13일 마침내 체결됨에 따라 세계 최대시장인 EU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됐다.
세계 최대 시장인 EU는 한국에게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한-EU FTA는 한-미 FTA보다 더 큰 FTA ‘최대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EU FTA 체결시 국내총생산(GDP) 24조원(3.08%) 증가, 신규고용 59만명 창출, 수출 110억 달러·무역수지 흑자 28억5000만 달러 증가 등의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로서도 한국은 27개 회원국 간의 무역을 제외한 EU 전체 기준 무역량 4위의 교역 상대국이다.
한국측 협상 주체인 외교통상부는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가 한-미 FTA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교부는 EU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한-EU간 교역규모가 미국보다 크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EU의 2007년 기준 GDP는 16조6000억 달러로 미국(13조8000억 달러)을 능가했다. 한국의 대 EU 총교역 규모는 928억 달러, 수출 560억 달러로 대미 교역액(830억 달러)과 수출액(458억 달러)보다 크다.
또 대 EU 무역수지 흑자규모(192억 달러)는 대미 흑자(85억 달러)의 배에 달한다. 특히 EU의 평균 관세율은 4.2%로 미국(3.6%)보다 높아 관세 인하에 따른 혜택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분야별 협상 잠정 합의안을 살펴보면 한-EU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는 한-미 FTA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EU FTA의 마지막 난제로 꼽혀온 관세환급 문제는 관세환급 제도를 인정하는 대신 협정 발효 5년 후부터 역외산 원자재 조달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환급되는 관세율의 상한선을 설정키로 했다.
관세환급이란 역외 국가에서 부품 등 원재료를 가져와 가공 후 재수출할 때 부품 수입시 냈던 관세를 돌려받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75년 이후 30년 넘게 이 제도를 유지해왔다. 반면 EU는 관세환급을 유지할 경우 FTA 체결 당사자가 아닌 원재료 수출국 등 제3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체결해온 칠레, 멕시코 등과의 FTA에서 관세환급을 금지시켜 왔다.
이번에 양측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제3국으로부터 수입된 부품이나 원자재의 양이 크게 증가할 경우 환급되는 관세율의 상한선을 정해 완제품의 제조원가를 일정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 교섭 대표는 ”(EU측) 일각에서 한-EU FTA의 체결로 값싼 부품이 (한국을 통해) 다량 수입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며 “이러한 주장이 근거 없는 우려라는 사실을 (EU측에) 납득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 이같은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공산품 전품목에 대해 5년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즉시철폐는 품목수 기준 97%, 3년내 철폐는 2% 수준이다. 반면 한국 측은 품목수 기준 즉시철폐 91%, 3년내 철폐 5% 수준으로 공산품의 조기철폐가 96% 수준이다. 여기에 EU 측에는 없는 7년내 관세철폐를 설정, 13% 관세의 순모직물, 동조가공품(8%), 건설중장비(8%), 기타기계류(16%) 등 40여 민감품목은 한국측이 관세철폐 시기를 길게 가져가기로 했다. EU측이 다소 조기에 관세를 철폐하는 비대칭적인 관세철폐 방식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외교부 내에서는 한-EU FTA가 공산품에서 상당히 ‘잘 된 협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측의 최대 관심품목이었던 자동차의 경우 양측 모두 중·대형차는 협정 발효 이후 3년 이내, 소형(배기량 1500㏄이하)은 5년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외교부는 “EU가 중·대형 승용차 관세 10%를 3년내 철폐시 매년 3.3%의 관세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2.5%임을 감안하면 한-미 FTA에서 자동차 관세를 즉시철폐키로 한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철폐 시기별로는 즉시철폐의 경우 한국측은 8% 관세의 자동차부품을 포함해 계측기(8%), 직물제의류(8~13%), 컬러TV(8%), 냉장고(8%), 선박(5%), 타이어(8%), 복사기(8%), 서류절단기(8%) 등의 관세를 한-EU FTA 발효와 함께 없애기로 했다.
EU 측은 자동차부품(4.5%), 무선통신기기부품(2~5%), 평판디스플레이어(3.7%), 편직물(8%), 복사기(3%), 서류절단기(2.2%), 냉장고(1.9%), 에어컨(2.7%), VCR(14%) 등의 관세를 즉시철폐에 포함시켰다.
3년내 관세철폐 품목으로 한국측은 기타정밀화학제품(5~8%), 펌프(8%), 무선통신 기기부품(8%), 의약품(6.5%), 화장품(8%) 등, EU는 베어링(8%), 합성수지(6.5%), 타이어 (2.5~4.5%), 전자레인지(5%) 등을 포함시켰다. 또 기초화장품(8%), 접착제(6.5%), 합성고무(8%) 등은 한국 측이 5년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으며 EU측은 컬러TV(14%), TV카메라와 수상기(14%), 광학기기부품(6.7%), 순모직물(8%) 등의 관세를 5년 이내에 철폐한다.
농산물의 경우 한국측은 최대한 민감성을 반영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쌀과 고추, 마늘, 양파 등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돼 현행 관세를 유지키로 했다.
EU의 주력 수출품목중 하나인 돼지고기의 경우 25%의 수입관세가 작용되는 냉동 삼겹살은 10년으로 관세철폐를 길게 가져가기로 했다. 삼겹살 이외의 냉동 돼지고기는 5년내 관세를 철폐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서 15%의 관세가 붙는 와인은 관세 즉시 철폐 대상에 포함됐으며 위스키(20%)는 3년내 철폐로 잠정 합의했다.
금융·보험 등 서비스 산업에 강점을 지닌 EU는 그동안 서비스 분야에서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 개방한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인 ‘코러스 플러스(Kor-US Plus)’를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국측은 한-미 FTA 이상의 시장개방은 곤란하다는 자세를 유지해 왔으며 대체적으로 한-미 FTA와 비슷한 수준의 개방인 ‘코러스 패러티(Kor-US Parity)’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다만 방송용 국제위성전용회선 서비스와 생활하수 처리 서비스는 코러스 플러스를 허용키로 하는 대신 각각 5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원산지 표시와 관련해서는 역외 부품과 재료의 사용 비율이 높은 한국의 특성을 반영해 역외산 부품 사용 비율을 45~50%까지 허용키로 했다.
원산지 판정 기준은 수입품에 부과하는 코드인 세번(稅番)의 변경 기준과 역외산 재료비율을 결합한 기존의 원산지 판정 기준 대신 두 가지 중 하나만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한국 제품의 관세 혜택과 관련해서는 한-EU FTA 발효 후 1년이 되는 시점에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해 최종적으로 결정키로 했다.
정부는 협상이 공식 종료됨에 따라 7월말과 8월말 두 차례 법률검토 회의를 개최해 9월 초까지 법률검토를 끝내고 9월중에 가서명을 마칠 방침이다. 협정문은 가서명 직후 공개된다.
가서명이 끝나면 협정문을 양측이 번역한다.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EU의 특성상 23개 공용어로 번역작업이 필요하다. 번역에 걸리는 기간은 3~4개월 정도로 예상되며 내년 1~2월에 정식서명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정식서명이 이뤄지면 양국은 각자 국내 비준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 정식서명된 협정문을 국회에 제출해 비준동의를 받으면 국내절차가 완료된다. EU는 의회가 승인하면 국내절차를 마치게 된다.
양국간 의회 비준이 완료되면 한-미 FTA에서와 마찬가지로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가 종료됐다는 사실을 통보한 날로부터 일정 기간(한-미 FTA의 경우 60일) 이후, 또는 상호 합의한 날에 발효된다.
김형섭기자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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