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물면 물립니다”
동아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04-13 03:10 최종수정 2009-04-13 07:40
[동아일보]
값 회복세 강남아파트… 호재 터진 강북아파트… 부동산 전문가 6인의 진단은?
부동자금 몰려 일시 상승…본격 회복으로 보긴 어려워
개발호재 상암-한남-성수도 숨고르기 단계 거쳐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106m² 아파트에 사는 주부 조모 씨(54)는 약 2년 전부터 큰 아파트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예의주시하던 인근의 142m²대 아파트들이 지난해 말에 비해 호가가 2억 원 정도 오르자 조 씨는 고민에 빠졌다. 그는 “‘영원히 큰 아파트로 이사를 못 가는 것 아닌가’, ‘덜커덕 아파트를 샀다가 경기가 안 좋아 다시 아파트 값이 폭락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라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 성동구 성수동, 용산구 한남뉴타운 같은 강북지역의 일부 아파트도 ‘개발재료’에 힘입어 요즘 호가가 수천만 원씩 올랐다. 조 씨 같은 실수요자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12일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회복 움직임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 ‘일시적 상승세’ 의견 일치
전문가들은 강남 3구 및 강북지역 상승세가 모두 경기회복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각종 세제 완화 △개발 호재 등의 재료가 반영되면서 저금리로 금융권 밖을 떠돌던 부동자금이 아파트로 몰리고 있을 뿐 경제여건이 좋아진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판단의 주요 근거로 추격매수 현상이 없고 실수요자들의 움직임도 미미하다는 점을 꼽았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현금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저금리 때문에 은행 대신 아파트로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급락 위기는 어느 정도 탈출했지만 회복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는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흔히 눈에 띄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지금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일부 투자자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일반인들이 ‘상투’ 잡기 딱 좋은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안정된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지금이 위험한 타이밍”이라며 “경제성장률, 설비 투자, 소비 심리 등이 확실한 회복세로 전환되는 ‘진짜 경제회복’ 시점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장기적으로 용산이 유망
‘서울 DMC 랜드마크 빌딩’(마포구 상암동), ‘한강변 초고층 통합개발 첫 사업지 지정’(성동구 성수동), ‘재정비촉진지구 기본계획안 발표’(용산구 한남뉴타운) 같은 개발 호재 덕분에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강북지역에도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경기가 좋아지지도 않았는데 호가는 너무 올랐다”며 “지금은 숨고르기를 해야지 들어갈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지역들 모두 장기적으로 유망한 곳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특히 △한강변과 대규모 공원 △국제업무지구 조성 △광역교통망 집결지 등의 조건을 갖춘 용산구 한남뉴타운의 투자가치를 높게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는 “한남뉴타운은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완성도가 높은 프로젝트가 될 것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도 “용산은 강남 3구와 가깝고 이미 고급 주거지란 이미지를 갖추고 있어 주거 측면에서는 가장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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