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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式 ‘실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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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式 ‘실용주의’


 “진보의 미국도, 보수의 미국도 없고 오로지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뽑힌 오바마의 이 말은 그의 정치철학이 어디까지 진화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바마의 언급은 단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맞은 전 세계의 정치권이 음미해야 할 새로운 정치철학의 단서가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는 개인주의, 공동체, 그리고 평등이 서로 얽혀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옷감을 짜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개인의 주도적 역할과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이 미국을 번영으로 이끈 사실을 철저히 인정한다. 하지만 그의 인식은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배려 의식, 모든 사람이 국가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고, 모두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모든 사람이 기회에 도전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으로 확대돼 있다.


그의 등장을 놓고, 한국의 여야 정치권은 여전히 아전인수(我田引水)의 미혹에 빠져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 민주당과 인연이 많은 민주당은 여러 가지로 유리할 것이라는 짐작으로 내심 희색이다. 그런가 하면 집권여당에서는 과거 미국 민주당 정권들이 해왔던 ‘보수정책’들을 기억해 꺼내 들고 “미국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자위한다.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뽑힌 흑인 대통령이고, 진보정당인 민주당 후보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미국의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그가 만약 전통적인 보?혁대결의 구도 속에서만 정치를 했다면 결코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성공은 전통적인 보?혁대결정치의 폐해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를 뛰어넘는 선명한 미래비전을 제시한 결과다.


제18대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 간의 끊임없는 대결정치를 지켜보면 국제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정치의 변화상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집권 한나라당은 현존하는 모든 정치적 문제를 과거 진보정권의 허물로 돌리려고 안간힘이고, 민주당은 낡은 이념의 이불 속에 웅크린 채 한계를 여전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을 관통하고 있는 그릇된 풍토는 ‘과욕’과 ‘구태’로 요약된다. 집권여당은 ‘다수’의 힘을 과신하여 번번이 과욕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심이 아직은 10년 진보정권에 대한 비판에 머물러 ‘보수’ 쪽에 있으니, 힘으로 밀어붙여도 될 것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그런 과욕은 집권당내의 ‘승자독식’ 역학구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반면 민주당은 ‘소수’의 한계를 극복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이념을 무기로 어떻게 해보려는 의도를 감추지 못한다.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진보정당은 난관에 봉착하면 으레 내부에서 ‘선명성 투쟁’을 벌여 지지층 이반을 막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민주당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종의 선명성 논쟁은 또 하나의 구태다.


지난 해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민심의 초점은 ‘실용주의’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탄생된 다음 드러난 현상은 여러 차원에서 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고소영-강부자 내각 논란으로 이어진 인재등용과정의 잡음은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실용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그런 편애와 과욕의 흐름은 정권여당 내부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면에서 유리할 것이 없던 오바마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힘은 ‘탈이념’의 정치관점에서 출발한 성숙한 ‘실용주의’ 표방에 있었다. 그는 지나치게 당파적인 모습에 염증을 느끼던 평범한 미국 유권자들에게 시대를 꿰뚫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여 지지를 이끌어냈다.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잘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 정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과욕’과 ‘구태’로부터 벗어나 실질적인 ‘실용주의’로 나아가는 것이다. 숫자의 힘에 취하여 가까운 사람만 쓰면서 대화와 타협을 할 줄 모르는 과욕의 정치로는 성공할 수 없다. 날로 삶이 고달파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울하기 짝이 없는 민초들을 낡은 좌파이념으로 옭아매려는 구태의 정치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모든 고정관념의 경계를 허물어 진정한 국익을 꾀하는 참다운 ‘실용주의’가 피어날 때 비로소 희망이 보일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난으로 눈앞이 캄캄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이 위기를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도 이제 ‘진보의 한국도, 보수의 한국도 없고 오로지 대한민국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안재휘/부국장

게재일 : 200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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