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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이 죄냐?…싱글族이 손해 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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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이 죄냐?…싱글族이 손해 보는 것들

 

고대 그리스의 철인(哲人)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결혼하는 편이 좋은가, 아니면 하지 않는 편이 좋은가를 묻는다면 나는 어느 편이나 후회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그러나 그는 “어쨌든 결혼을 하여라. 양처(良妻)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악처(惡妻)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혼은 해도 안 해도 후회하게 되지만 하고 나서 후회하겠다’란 뜻. 그러나 요즘 한국의 젊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을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면 하지 않고 살겠다”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현재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317만여 가구에 이른다. 30대 미혼자도 170만명이 넘는다. 스스로 결혼을 포기한 사람은 늘고 있고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해 싱글족 인구가 65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자발적인 비혼(非婚)이든 비자발적인 만혼(晩婚)이든 ‘솔로 탈출’을 하기 전까지 싱글족은 사회 각 분야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결혼은 선택’이 되어 버린 이 사회에서 싱글족들은 어떤 손해를 보는 걸까.

 

◆소득공제, 미혼자는 불리하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싱글들은 서럽다. 시린 옆구리를 데워줄 짝이 없어서 그런 것만이 아니다. 연말소득공제에서 싱글족은 기혼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독신자가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혼자의 경우 ‘인적공제’에서 ▷배우자공제 ▷부양가족공제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경로우대자 공제, 부녀자공제, 자녀양육비공제, 다자녀 공제 등 추가공제 혜택도 있다. 또한 가족들의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을 통해 세금을 더 돌려받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싱글족에겐 ‘그림의 떡’ 일뿐이다. 매년 납입보험료 300만원 한도에서 100% 소득공제 효과가 있는 개인연금보험 정도가 그나마 기댈 언덕이다. 이것 말고는 현금영수증을 부지런히 챙기는 방법 정도가 있을 뿐이다. 윤상철 세무사는 “싱글족이 소득공제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다”고 했다.

 

정부가 다자녀 가구에 유리한 소득세제로 개편함에 따라 싱글족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현재 공제체계는 부양가족이 적은 가구가 상대적으로 유리해 출산장려 및 노인부양 지원을 하겠다며 세제를 개편했다. 정부의 안에 따라 소득세제 개편이 끝나는 2010년과 현재를 비교해 보자. 총급여 4천만원인 1인 가구는 현재 연간 소득세 228만원을 내야 하지만 2010년에는 같은 조건에서 190만원을 내야 한다. 38만원이 줄어드는 셈. 그러나 같은 급여를 받는 4인 가구의 경우 소득세는 169만원(현재)에서 115만원(2010년)으로 53만원 줄어든다. 고액연봉자일수록 가족 구성원 수에 따른 소득세 차이는 더욱 커진다.

 

◆분양·대출에서도 미혼은 ‘왕따’

 

결혼 여부는 대출에서도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든다. 직장인 장모(32)씨는 결혼을 앞두고 은행에서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으려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미혼일 경우 만 35세가 되어야 해당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집은 결혼 전에 마련해야 하는데 대출조건 때문에 혼인신고를 결혼식보다 석 달이나 당겨서 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전세자금 대출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연 4.5%의 금리로 최고 6천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기간은 2회 연장할 경우 최대 6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가구주가 아니거나 만 35세 이하라면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싱글족들은 평균 8.5%의 높은 금리로 시중은행 자금을 구할 수밖에 없다. 싱글족은 이처럼 은행 대출에서도 불이익을 감내해야만 한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혼인 여부가 대출 심사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면서도 “똑같은 조건이라면 (미혼이) 불리하다”고 했다. 금융직 출신의 김모(36)씨도 “대출심사할 때 신청자가 미혼이라면 보수적으로 평가했다”며 “미혼의 경우 직업상 신분이 약할 때엔 대출을 안 해 주거나, 해 주더라도 금액을 깎거나 했다”고 전했다.

 

부동산정책에서도 싱글족은 ‘찬밥 신세’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지난 7월 15일부터 시행된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특별 공급제도’는 반(反)싱글족 법안이다. ‘출산을 장려한다’는 취지에 따라 그 적용대상을 ‘결혼한 지 5년 이내에 자녀 1명 이상을 낳거나 입양한 자로, 소득 기준 연 3천75만원(맞벌이는 4천41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로 제한했기 때문. 이는 싱글족만이 아니라 ‘불임부부나 결혼 전 출산한 이들’의 기회도 제한하는 조치였다.

 

◆곳곳에 널린 싱글 생활 장애물

 

싱글족이 손해 보는 것은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싱글족은 진급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핵심 요직으로 가까이 갈수록 접근 가능성이 점점 더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에선 미혼자의 경우 해외 주재원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공기업 직원인 류모(34)씨도 “싱글이라서 손해 보는 것이 엄청나게 많다”며 불만을 쏟아놓았다. 류씨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각종 수당을 싱글에 대한 차별로 보았다. “회사내 복지기금은 주로 학자금으로 많이 쓰여 자녀가 있는 기혼자에게만 유리하다. 같은 돈을 내고 있는데 싱글을 위한 혜택이 없어 그만큼 받는 몫이 작아진다”고 했다.

 

사회내 곳곳에서 흔히 쓰이는 ‘가족 단위’니 ‘4인 가족 이상’이라는 표현 또한 싱글족들에겐 불만 사항이다. “가정을 이룬 사람에게만 이익을 주겠다”라는 포고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류모씨는 “2인용이나 가족용 상품이 (싱글용보다) 더 싸다”며 예를 들었다. 싱글족들은 또한 ‘결혼=정상, 싱글=비정상’이라는 주위의 시선도 싱글 생활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혼자 밥 먹을 때 느끼는 타인의 측은한 눈빛도 싱글족이 감수해야 하는 번거로움 중 하나다.

 

그러나 ▷결혼은 꼭 필요한 것이란 인식이 변하고 ▷마땅한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며 ▷싱글 생활 자체를 즐기고 ▷일을 통한 자아실현 욕구가 커진 시대 상황에서 싱글족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통계청도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2013년이면 1인 가구수가 3인 가구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30년에는 1인 가구가 무려 471만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맞춰 싱글족은 물론 전문가들도 “싱글족을 위한 법제적 장치나 국민연금 같은 사회 안전망을 더욱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항변처럼 “싱글족도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싱글족 관련 용어들

 

▷나홀로족: ‘비혼 솔로족’이라고도 한다. ‘나 홀로’ 생활이 편해 싱글 생활을 택한 사람들이다.

 

▷홀로서기족: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혼자서 살게 된 비자발적인 싱글족. 최근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홀로서기족도 늘고 있다.

 

▷파라 싱글족(Para Single族): ‘패러사이트(Parasite: 기생충)’와 싱글의 조합어. 독립할 나이가 됐어도 경제적 이유로 부모집에 얹혀 살면서 자기만의 독립적인 생활을 하려는 사람. 자기 방에 컴퓨터, TV, 오디오, DVD플레이어 등을 갖추고 자신만의 독립 공간을 유지한다.

 

▷골드미스(Gold Miss): 30대 이상 40대 미만 미혼여성 중 학력이 높고 사회적·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을 의미하는 용어. 자기 성취욕이 높고 자신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등 경제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층이다. 비슷한 뜻으로 일본에는 ‘하나코상’이라고 불리는 20~30대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도쿄 또는 근교 대학을 나와 일류기업에 근무하면서 명품 브랜드를 다루는 잡지 ‘하나코’를 보며 ‘골드미스’를 지향한다.

 

▷칙릿(Chick-lit), 칙빈(Chick-bin): 여성을 표현하는 영어 속어 ‘chick’과 문학(literature) 혹은 ‘business & investment’의 합성어. 골드미스들이 출판계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부각됐다. 2000년대 초중반 젊은 여성을 겨냥한 대중소설이 인기를 얻었다가 최근엔 이들을 위한 재테크 및 자기계발서 판매가 부쩍 늘었다. 전문가들은 골드미스들이 홀로서기와 노후를 대비해 이와 관련된 서적을 찾게 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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