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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유연성'' 없으면 불황터널 못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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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유연성'' 없으면 불황터널 못빠져 나온다

조선일보  기사전송 2008-11-29 03:07 


맥킨지가 제안하는 위기극복 시리즈 ③ 어떻게 대비하나 기업이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려면… ●재무제표 - 차입금·배당 줄이고 유동성부터 확보해야 ●비용관리 - 노동구조 유연하게 만들고 생산성 높여야 ●상품구성 - 불황때 잘 팔리는 상품군으로 재편성해야

 

불황 때 재무, 영업, 조직 관리 방식은 호황 때와 다르다. 특히 전략적 유연성은 불황 때 기업의 생존 방편이자 도약의 조건이다. 조직을 빨리, 효과적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불황을 이기고 경쟁 기업을 앞지를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침체 때 큰다

 

맥킨지는 약 1300개 미국 상장기업의 주요 경영 실적(매출, 이익, 자기자본이익률 등)을 1995년부터 분석해 해마다 순위를 매겼다. 2001~2002년 경기 침체 당시의 순위 변동을 살펴보면, 상위 25% 기업 10개 중 4개가 상위권에서 탈락하고 하위 기업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또한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보면 침체기 때 후발업체가 선두업체로 약진할 확률은 호황기 때보다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을 이겨낸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전략적 유연성이다. 이들은 체질 전환이 빠르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전에 미리 차입을 줄이고 유동성(현금)을 확보한다. 침체기 동안에는 비용과 가격을 어느 때보다 꼼꼼히 관리해 새는 돈을 막는다. 경기 하강이 막바지에 들어서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소위 경기에 역행하는 대응전략(counter-cyclical moves)으로 경기 침체를 오히려 기회로 바꾸는 기업들의 특징이다. 미국의 최근 불황 때 상위 기업들은 하위 기업보다 자본을 15%나 더 지출하고, 인수·합병(M&A)도 7% 많이 했다.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려면 재무제표, 비용관리, 상품구성 등 크게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①유동성을 확보하라

 

재무제표 유연성의 핵심은 유동성이다. 경기 침체를 이기는 기업들은 본격적인 불황이 닥치기 전에 차입과 배당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한다.

 

미국에서 침체가 끝나고 강자로 부상한 기업들을 조사했더니 이 같은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경기 침체 초기 이들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하위권 업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000~2001년 불황기에 미국 기업 순위 상위 25%에 오른 기업들을 보면 당시 꾸준히 배당을 줄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기업은 1995년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 총액)이 평균 40%에 달했으나, 경기가 침체 조짐을 보인 2000년에는 28%로 줄어들었다.

하위권 기업은 그 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하위 75% 기업은 배당 성향이 1995년 35%, 1999년 33%로 큰 차이가 없다가 2000년에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오히려 평균 38%로 늘었다.

 

준비가 안 됐다면 지금부터라도 액션플랜을 짜서 실행에 옮기자. 특히 항공 운송 등 경기 침체의 타격이 큰 업종인데도 불구하고 유동성 확보가 안 돼 있다면 지금이라도 한시적으로 전담반(task force)을 만드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 이런 팀은 현금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캐시 랩(cash lab)'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조직은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담당임원(CFO) 직속으로 해서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사업부 간 알력과 반대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전사(全社)적 핵심 인력도 필요하다.

 

조직이 구성된 다음 첫 번째 할 일은 재무제표 유연성을 개선하기 위한 광범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이다. 운전자금 확보와 자산 매각, 비용 감축 등 여러 방안을 살펴야 한다.

 

아시아의 한 항공사는 최근 유가 상승에다 저가 항공사와의 경쟁으로 단기 자본이 고갈돼 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적이 있었으나, 캐시 랩을 출범시켜 채권단과 재협상하고 각종 운영 비용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반년 안에 10억 달러를 확보하고 부도 위험을 피해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불황기 건강 지수는 어떨까? 만일 사업 포트폴리오와 재무구조가 좋고 올 초에 이미 차입과 배당을 줄여놨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을 보면 차입은 많이 줄었는데, 배당 성향은 오히려 늘어난 경우가 많다. 지난 12월 결산한 상장기업 450개사의 평균 배당 성향은 24.07%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수치는 미국 상위 기업보다 낮다. 하지만 문제는 2000년엔 20.10%였는데 이후 대체로 증가 추세를 유지해 경기 둔화 직전에 오히려 늘려 놓았다는 점이다. 어떤 기업은 불황을 준비하지 않고 순익의 수백%를 주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고무적인 것은 기업의 차입 비율이 현저히 개선됐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평균 425%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지난 6월 말엔 96%로 줄었다. 재무적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은 1997년보다 불황을 날 준비가 훨씬 잘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불황기를 이겨내는 기업들은 협력회사에 대한 대금 지불도 빨리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침체에 앞서 재무구조를 정비해 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차별화를 통해 협상력이 커져 더 싼 가격에 더 나은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다. 불황기에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은 경기가 다시 좋아졌을 때 강자로 부상할 재목들이다.

 

②비용 줄이고 마케팅은 전략적으로 확대

 

침체 때 리더로 부상하는 기업들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판매 및 관리비 같은 간접 비용을 통제하며 겨울을 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인력 관리, 비용 지출, 영업방식을 집중 점검해야 한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아웃소싱을 늘리거나 장기 거래선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법도 있다. 인력 관리 면에서는 사람을 줄이지 않더라도 생산성을 높이거나 노동구조를 유연하게 만들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있다.

 

특히 효율적인 방법은 직원들에게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고 판매를 늘리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아이디어를 선별해 단계적으로 전사에 적용시켜 나간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도 있지만, 이는 사기를 저하시키고 잡음이 일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미국 패션 유통 업체인 탈보트(Talbots)는 2001~2002년 침체기를 겪으면서 마켓 리더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기 몇 년 전부터 노동 유연성 제고에 공을 들여왔다. 정규직을 연간 9%씩 더 뽑는 동안 파트타이머(시간제근로자)는 15%씩 더 뽑았다. 그 결과 경기 사이클에 맞춰 인력 증감과 배치를 달리 할 수 있었다.

 

마케팅 방식을 바꾸되 크게 줄이지 않는 것도 불황을 건강하게 나는 방법이다. 광고는 지속적으로 하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도를 모색한다. 타깃 마케팅이 한 방법이다.

 

탈보트의 경우 기존에는 TV와 전단지 광고를 많이 했으나 침체 때는 주 고객층인 35~55세 직장 여성에 대한 타깃 마케팅에 주력했다. 광고는 지속적으로 하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도를 찾은 것이다. 주 고객층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주로 만들었고, 신제품을 매장에 내놓기 전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불러 신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해 호응이 좋은 상품의 마케팅에 주력했다. 경쟁사들은 광고 집행을 줄였지만 탈보트는 타깃 마케팅을 하는 대신 예산 규모는 꾸준하게 유지했다. 매출 대비 광고비 지출의 비중이 2000년 5.5%에서 2001년 4.3%로 낮아지긴 했지만, 업계 평균에 비해선 각각 120%와 80%나 높은 수준이었다.

 

또 경기가 어렵다고 상품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는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발에 신경 쓰는 게 현명하다. 불황 때 기업 랭킹에서 밀려나거나 하위권에 머무는 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광고비를 전격적으로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지는 게임이다.

 

또한 하위권 업체들은 경기 침체에 접어들기 전에도 직원당 생산성이 선두업체들보다 낮은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불황이 시작되면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린다. 이후에도 인재를 유치하기가 어려운 악순환에 빠진다.

 

③상품구성을 재편하라

 

경기 침체라고 해서 시장이 다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상품 군(群), 상품 구성, 유통채널, 시장에 따라 불황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때문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불황이 닥치기 전에 고객 및 상품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재편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재를 예로 들어 보자. 보통 불황 때는 외식을 줄이고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맥주나 냉동피자, 즉석식품 같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 반면 샴푸나 세제, 화장지 같은 것은 판매량은 늘지만 가격 면에서는 저가(低價) 제품에 대한 기호가 커진다.

 

한편, 교육비와 보험 지출은 경기 침체기에 다른 분야에 비해 소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외식 산업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래픽 참조>

 

기업은 현재 갖고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상 경기 침체의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를 예측해 보고 상품 구성과 마케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고객의 수요가 양적, 질적 측면이 모두 높아지는 제품이라면 물론 공격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반면 두 가지 측면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제품군이라면 오히려 가격을 올려 보수적인 손익 관리 전략을 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불황 때는 유통 채널도 재편된다. 지난 2000년대 초 침체 이후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표방하는 월마트가 급성장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유통 구조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크다.

 

불황이 찾아오면 소비자들은 보수적으로 변한다. 같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온라인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와 평가를 꼼꼼히 살피고 매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최근 미국 유통업계의 실적 발표 자료를 분석해보면 대형할인점은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반면, 가전과 의류 등 한정된 상품을 취급하는 전문 채널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얼마 전 파산 신청을 한 미국 유통 업체 서킷시티(Circuit city)는 가전 전문 체인이다.

 

지난 10년간 온라인 유통채널은 계속 증가해 왔다. 경기 침체기를 맞아 소비 패턴이 보수화되고, 더 많은 구매 정보를 원하는 니즈가 높아질 것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온라인 유통 채널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경기 침체 때는 어떤 유통 채널에 우선 순위를 둘지를 바꾸는 등 마케팅 전략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침체기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위협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불황의 영향은 업종 및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를 도약의 기회로 바꾸는 '경기 역행적 전략'을 수립하고 그 실행에 필요한 재무와 조직 운영, 상품군의 유연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모든 경영자에게 유효하다.

 

※리처드 돕스(Dobbs·사진 왼쪽) 디렉터는 맥킨지의 글로벌 금융 리더이며 서동록 파트너는 국내 기업 재무 전문가 그룹의 리더이다.

 

[리처드 돕스·서동록 맥킨지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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